웰스매니지먼트 매거진에서는 이 정책을 통해 만들어진 서울의 공간 중 가볼 만한 곳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그중 첫 번째는 길동생태공원이다.
1999년 개원…사람이 아닌 동식물 생태를 위한 생태공원
일반적인 공원이 시민의 휴양 및 정서함양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생태공원은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보전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길동생태공원을 기존 공원 이용하듯이 벤치, 쉼터 등이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가면 실망하기 딱 좋다. 동식물들의 생활터전에 외부인인 나는 살며시 관찰하고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방문했을 때 비로소 이 공원의 진가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길동생태공원은 생태공원이라는 개념도 생소하던 시절인 1999년에 개원했다. 원래 1971년에 공원으로 결정됐으나, 별다른 시설 없이 방치되어 있던 것을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공원녹지를 확충하면서 조성하기 시작했다.
면적은 8만 683㎡로 평수로는 무려 2만 4,487평에 달한다. 그러나 길동생태공원에 왔다고 해서 공원의 모든 곳을 다 둘러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에게 항시 공개되는 개방지역과 일정시간 동안 일부만 개방되는 절충지역만 둘러보는 것이 가능하다.
보존지역은 일반의 접근을 일체 금지시켰는데, 서식생물종을 번식시키고 야생생물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산림지구에 속하는 이 지역은 개원한 이후로 20년 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다.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상태를 체크하고,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보전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일반인에 개방되는 지역들도 생태계에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생태계 관찰을 하도록 세심하게 데크동선을 설계했다.
생물 서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곽지역으로 배치됐고, 관찰 장소에서의 팀 간 간격도 최소 20분 이상으로 조절된다.
이 데크 탐방로는 광장지구, 습지지구, 산림지구, 초지지구, 저수지지구 등 테마별로 조성해 놓은 공간들을 지나, 방문자들을 자연의 다채로운 구석구석으로 안내한다.
초지지구에 들어서면 초가, 움집, 돌담, 석축, 고사목더미, 장작더미, 퇴비장 등 흔히 농촌마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우리를 맞이한다. 텃
밭에는 배추, 무, 가지, 토마토, 고추가 자라나고 살구나무, 감나무에서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바쁜 도심 속 공원인지 시골의 느린 시간 속에 머물고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초가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닌 조류의 휴식처임을 잊으면 안 된다. 돌담, 장작더미 같은 정겨운 시골템들 또한 토양동물을 위해 마련된 설치물임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에서 반딧불이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 선사
특히 길동생태공원이 생태계 보고로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로서 인정받고 있지만, 반딧불이는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반딧불이 관련 행사를 운영하는 다른 곳에서는 반딧불이를 일수별로 잠시 사육하거나, 반딧불이가 많은 지역을 선정해서 기간을 정해 축제를 여는, 말 그대로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길동생태공원은 365일 반딧불이를 사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고 야외 습지에 서식하도록 방사한다. 반딧불이가 진짜 생태계에 안착하는 것이다.
반딧불이 관찰장에서는 연간 4만마리의 반딧불이를 사육하고,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다. 또 매년 6월 말에는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니 일부러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
서울도심에서 아름다운 반딧불의 향연을 경험해 보는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다. 더욱이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니 도심 속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길동생태공원으로 떠나보자.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지은 서울연구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