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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AI도 풀지 못하는 언어의 방정식을 푸는 법

편집국

기사입력 : 2019-10-07 10:25

[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AI도 풀지 못하는 언어의 방정식을 푸는 법이미지 확대보기
한반도는 꽤 작은 나라다. 이 작은 나라가 분단국가가 되었고 지역 색도 뚜렷하다. 이미 북한과 남한의 언어는 서로 어색한 수준으로까지 차이가 벌어졌고 경상도와 전라도의 방언은 각자의 개성이 분명하다.

그러니 같은 나라 사람들이 쓰는 한글임에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가끔 생기고 방언사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방언은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가 밴 특색 있는 언어라는 점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동향 사람들끼리 같은 사투리를 쓰며 묘한 소속감과 정감을 느낄 수 있으니 메마른 현대인의 정서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효과도 있다.

자신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언어의 의미

방언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고 흥미롭지만, 말의 맥락을 눈치 채는 것은 어렵고 복잡하다. 언어 소통 과정에서 말이나 글의 행간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뭐 그리 음흉스러울 필요 있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점점 복잡해지는 이 세상에는 천차만별의 인간상이 있고 그만큼 언어의 해석이 상이하다. 같은 말이라도 부연설명이나 통역이 필요한 수준이다.

단적인 사례가 정치인의 말과 여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발언과 민심의 반응이다. 한 여당 정치인이 “아직은 나라의 경제가 건실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이 한마디를 두고 해석이 참 분분하다.

여당 지지층에서는 “맞습니다. 나라 경제는 튼튼하지요”라며 응원을 보낸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경제의 어떤 면이 도대체 멀쩡하단 말입니까”하고 반문하며 그 정치인의 발언 속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해본다. 한편, 정치와 경제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 여당 정치인의 발언이 하나도 와 닿지 않는다. 무슨 얘기를 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뭔 소리야”이다.

그렇다면 과연 경제는 실제로 건실한가? 경제의 어떤 면을 보고 있는가에 따라 다르고 판단 기준에 따라 차이 나는 결론이 생긴다. 경제를 보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건실하다’는 표현에 대한 제각기 다른 해석이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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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경우가 있다. 기업의 CEO가 회의석상에서 “이번에는 다 같이 힘을 모아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봅시다”라고 말했다. 똑같은 말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해석은 가지가지다.

CEO와 정신적 공감대를 갖고 함께 일해 왔던 직원은 그의 말을 진정한 격려라고 해석한다. 직원들이 힘을 모으면 아무리 어려운 프로젝트라도 충분히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말이다.

그 CEO를 존경했던 사람이라면 이번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발언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반면 평소 CEO의 능력을 낮게 평가했던 직원은 “일을 다 직원에게 떠맡기려는 속셈인가”, “말이 쉽지 그게 어디 만만한 프로젝트인가”라고 냉소적으로 해석하게 될 것이다.

제법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말을 했을 때 그 말 속의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대개는 이러한 공식이 적용된다.

사람들은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의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존경하는 사람의 말은 긍정적 말이거나 부정적 말이거나 크게 개의치 않고 모두 좋은 쪽으로 해석해서 새겨듣는다.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의 말은 반대로 꼬아서 해석한다. 경계하는 요주의 사람의 말은 한 번 두 번 뒤집어서 깊이 숙고한 뒤 말 뒤편의 다른 면을 찾아내려 한다. 언어의 방정식이라고 할 만하다.

말을 하기 전, 다른 이의 관점을 배려하는 태도가 중요

똑같은 말을 들었으나 받아들이는 해석이 다른 건 각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한 문화 정치 그리고 경제적인 배경 때문이다. 가치관을 두는 지점이 다르기에 그 말의 뜻을 이해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때문에, 역량 있는 리더라면 본인의 말이 다양하게 해석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가능한 해석의 여지가 적은 방향으로 말을 하는 것이 좋다. 누가 듣더라도 비슷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야 의사 전달이 명확해지고 집단 내의 의견도 분열되지 않는다. 말을 듣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마찬가지로, 언어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은 말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 똑같은 말이라도 이러한 관점과 저러한 관점으로 통역해낸다.

이것이 사람이 갖고 있는 언어적 감각이자 재능이다. 제아무리 똑똑한 AI라도 미묘한 언어의 방정식을 명쾌히 해석하기에는 갈 길이 아직 멀다.

동일한 말을 통해 수립되는 언어의 방정식을 쉽게 만들 것인가 난해하게 만들 것인가. 혹은 동일한 말로 이루어진 언어의 방정식을 쉽게 풀 것인가 풀지 못할 것인가. 사실은 능력이 아닌 선택이다.

나와 다른 관점을 수용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말의 해석이 쉬워진다. 그런 자세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AI도 풀지 못하는 언어의 방정식을 푸는 법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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