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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 달빛 어룽대는 그 바다에 새기는 우리의 뜨거운 여름날, 부산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8-09 10:51

[Travel Essay] 달빛 어룽대는 그 바다에 새기는 우리의 뜨거운 여름날, 부산이미지 확대보기
[WM국 김민정 기자] 여름의 부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축제다. 그곳에는 자갈치 시장에서 묻어온 짠 내와 빈티지한 골목 어디께의 정겨움, 해운대 모래사장의 반짝임, 휘황찬란한 마천루의 화려함과 밤바다의 달콤함이 어지럽지만 가슴을 설레게 하는 탓이다. 그리고 그 밤은 낮보다 더 뜨겁고 짜릿하다.

낮보다 아름다운 부산의 밤을 걷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장소는 너무도 많다. 하지만 올 여름엔 가장 먼저 낭만의 문탠로드를 걸어보기로 한다. 바다 위로 떠오른 달구경하기에 참 좋은 달맞이길에 가면 아름다운 문탠로드가 있다.

문탠은 말 그대로, ‘달빛 쬐기’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는데, 때문에 이 길은 당연히 달빛 좋은 밤에 예쁘게 걸어야 한다. 왠지 달빛 아래 온 몸이 촉촉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탠로드는 달맞이고개 중턱부터 시작된다.

도로 오른쪽 아래 숲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들어가면 하늘에서 달빛이 발아래에선 달 모양의 조명에서 은은한 빛을 쏟아낸다. 잘생긴 소나무와 잎 큰 팔손이나무와 그 아래 이름 모를 들꽃 잔뜩 핀 오솔길을 걷는다.

그렇게 낮은 언덕 몇 개를 오르고 내리길 반복하다 보면 고갯마루 해월정에 닿는다. 이곳에는 달맞이길의 상징이 된 예쁘고 멋스러운 카페들이 북적인다.

달빛 태닝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면 2.6km쯤을 더 걸어 송정해변과 맞닿은 구덕포까지 걸어도 좋을 일이다. 쏟아지는 달빛에 한바탕 샤워를 하고 나면 마음에서 은은한 꽃 내가 나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Travel Essay] 달빛 어룽대는 그 바다에 새기는 우리의 뜨거운 여름날, 부산이미지 확대보기
사실 부산은 다양한 얼굴을 가진 도시다. 오래된 골목에서 풍기는 아날로그적 풍경과 해안선을 따라 들어선 황금빛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이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졌다.

해운대의 동쪽 끝 동백섬에서 광안리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신세기 미래도시의 이미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찔한 높이로 우뚝 선 고층빌딩들은 곧 하늘을 찌를 기세다.

대부분 주거용 아파트들이라 해진 뒤 하나둘씩 불이 켜지는데 광안대교에 조명이 들어올 때 즈음이면 비로소 마린시티의 야경이 완성된다.

마린시티와 광안대교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동백섬 주차장 또는 바다 위 유람선 위에서다. 어렸을 적 봤던 SF영화에 등장하는 미래 도시와 너무 흡사해 볼 때마다 감탄스러운 풍경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얼굴이 된 마린시티는 어느 날부터 부산 미식가들의 집결지로도 떠올랐다. 근사한 분위기의 노천카페들과 식당들이 즐비해 이른 저녁부터 거리 전체가 술렁인다.

부산 시내의 밤 풍경을 보고 싶다면 차를 몰고 황령산으로 향한다. 부산진구와 남구, 수영구, 연제구에 걸쳐있는 해발 427m의 황령산 정상에는 동래부 때인 1422년(세종 7년) 설치된 군사상 중요 통신수단인 봉수대가 남아있다.

이 봉수대는 동쪽 해운대의 간비오산 봉수대, 서쪽의 구봉 봉수대, 북쪽 계명산 봉수대 등과 연결하도록 돼 있었고 지금 해마다 산신제와 봉화제를 재현하고 있다.

봉수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부산의 야경은 이 도시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풍경이며 연인이 함께 바라보는 한 장면이다. 좌측으로 눈을 돌리면 광안리 해변과 광안대교 눈에 들어온다.

장산(634m) 자락에 가려 해운대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눈에 넣기 충분할 만큼의 밤 풍경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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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시간이 고인 골목여행은 덤

그런가 하면 부산은 다정하게 말 걸어줄 것 같은 골목들이 많다. 달동네의 이유있는 변신이 아름다운 감천동 문화마을과 대연동 경성대 골목 안의 멋진 문화공간, 힘겨웠던 지난 시절을 공감할 수 있는 40계단 문화거리와 더불어 대한민국 영화의 역사를 품고 있는 남포동 영화의 거리 등이 그렇다.

그 중 누군가 근사하게 이름 붙여놓은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별명을 가진 감천동 문화마을은 부산여행에 빼놓아선 안 될 장소다.

천마산과 아미산 사이 고갯마루에 들어앉은 반달모양의 감천마을은 본래 한국전쟁 당시 전국에서 모여든 태극도(증산도) 신자들이 판잣집 800호를 지어 집단 정착하면서 형성된 곳이다.

이후 급속한 도시개발이 아래 존폐의 위기에 처했던 이 달동네는 젊은 여행자와 예술가들의 관심을 모으게 됐고 존치라는 명제 하에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맞게 됐다.

감천문화마을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미로처럼 얽힌 그 길에 발을 들여놓기 전 마을 입구의 문화정보센터 하늘마루에 들러보는 게 좋겠다.

이곳에서 마을 지도를 한 장 구입하고 마을에 대한 기본 자료를 얻은 뒤에 센터 위 전망대에 올라 마을을 한 눈에 담아 본다.

골목길 탐방은 물고기 모양을 한 이정표를 따라 가면 되는데 길 중간 중간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이 찍은 마을 사진이 전시된 사진갤러리를 비롯해 어둠의 집, 빛의 집, 평화의 집, 북카페 등 작가들이 참여한 공간들과 함께 길에서 만날 수 있다. 흥미로운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부산의 젊은이들로 늘 붐비는 부산 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주변은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번화가이지만, 이곳에서 나와 조금만 돌아가면 ‘색다른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입구가 세 곳이나 되지만 잘 드러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간, 2008년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복합문화공간 ‘문화골목’이다.

최윤닫기최윤기사 모아보기식 건축가가 2004년 주택 4채를 사들여 주택가 골목 풍경과 건물을 유지하며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으로 2008년 개관해 운영되고 있다. 문화 골목이 매력적인 이유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뿐만이 아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각자의 개성을 지닌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데 식당, 소극장, 카페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 작은 골목 안에서 식사와 커피, 술은 물론 문화생활까지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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