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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입법 표류…금융권,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주도권 '흔들' [스테이블코인 新지형도 ①]

지다혜 기자

dahyej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17 07:00

법안 지연에 제도 공백 장기화…핵심 쟁점 조율 난항
"단순 지연 아닌, 경험 축적 격차 우려" 한목소리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문위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 사진=한국금융신문(2026.2.24)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문위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 사진=한국금융신문(2026.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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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지다혜 기자] 디지털자산 입법이 표류하면서 금융권의 스테이블코인 대응 전략도 대기 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결제와 유통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어 국내 금융권이 핵심 인프라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연이 단순한 정책 공백이 아니라 향후 경쟁력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디지털자산 입법 지연에 '제도 공백' 장기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중심으로 한 2단계 입법 논의가 다시 한번 멈춰 섰다. 당초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15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일정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며 개최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입법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이후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기본 틀을 마련하는 단계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거래소 규율, 대주주 지분 제한 등 핵심 사안을 담았다. 그러나 발행 주체와 규율 체계, 산업 범위 등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단순한 일정 지연을 넘어 어떤 형태의 제도가 나올지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입법 재추진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27일 정무위 법안소위에 안건을 상정하고, 6·3 지방선거 이후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경험 축적 부족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입법 지연을 단순히 제도 시행 시점이 늦어지는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금융권과 산업 전반의 '학습 속도'를 떨어뜨리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을 넘어 자산 토큰화와 서비스 실험의 핵심 인프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술, 결제 구조, 규제 대응 경험이 동시에 축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는 제도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실제 사업을 시도하고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지금의 지연은 단순한 출시 지연이 아니라 미래 금융 인프라 전환기에 필요한 실전 경험 축적이 늦어지는 문제"라며 "이런 격차는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경쟁이 상품 출시 시점이 아니라 인프라 구축과 경험 축적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권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확장 속 인프라 종속 가능성

디지털자산 입법 표류…금융권,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주도권 '흔들' [스테이블코인 新지형도 ①]이미지 확대보기


입법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글로벌 사업자들은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써클(Circle)은 국내 금융권과 접촉을 늘리며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기관 발행+글로벌 인프라 연계' 모델이 유력해질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유동성과 국제 활용성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핵심 결제 레일과 외환(FX) 구조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표준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인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발행과 유동성, 컴플라이언스, 결제 기능을 하나의 스택으로 묶는 글로벌 사업자 구조가 자리 잡을 경우 국내 금융권의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생태계 핵심 영역을 하나씩 내주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늦어질 경우, 향후 국내에서 관련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이미 형성된 글로벌 인프라 위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사전 준비가 '경쟁력 격차'로 직결

그럼에도 금융권의 준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하거나 기술 검증(PoC), 결제 시나리오 구축 등 사전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인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입법이 늦어질수록 정식 사업보다는 준비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권은 법 제정을 기다리면서도 해외 발행사 협력과 결제 적용 시나리오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전 준비는 향후 경쟁력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결제·송금·커스터디 등 인프라 영역은 한 번 구축되면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어렵다"며 "선제적으로 준비한 사업자가 입법 이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입법 시점에 대해서는 올해 상반기 내 통과는 쉽지 않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발행 주체와 규율 체계 등 핵심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논의를 단순히 허용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인프라 변화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제도화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그사이 축적되는 경험과 준비 수준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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