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현대·기아차는 BC카드에 오는 14일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BC카드가 오는 8일부터 인상한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통보하자 다른 카드사들처럼 '계약 해지'로 맞대응한 것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일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5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에 가맹점 계약해지를 통보한 바 있다. 다른 카드사들보다 BC가 수수료를 늦게 인상한 것은 설 연휴가 있는 점을 감안해 수수료율 인상 시기를 일주일 유예했기 때문이다.
BC카드가 현대·기아차와 가맹점 계약이 해지된다면 우리카드도 같은 결과를 적용받게 된다. 우리카드는 가맹점 관리 업무를 전부 BC카드에 위탁하고 있어 수수료 협상 결과를 공통으로 적용받는다. BC카드 결제망을 일부 이용하는 NH농협카드도 '농협BC카드'로는 결제할 수 없게 된다. 다만 NH농협카드는 BC와 상관 없이 자체 결제망을 구축한 '채움카드' 브랜드가 있어 협상의 여지가 남았다.
현대차는 이런 이유에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현대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는건 부인하고 있다. 또한 현대·NH농협 말고도 씨티카드와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협상은 각 카드사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코스트코와 같은 '원카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마음먹는다면 타 카드사에 불리한 조건을 내걸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각 협회가 논쟁에 뛰어들어 각 업권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신용카드사들의 일방적인 수수료율 인상은 자동차업계에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고, 이는 고스란히 자동차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여신금융협회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대형가맹점은 가맹점수수료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발표한 개편 방안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형가맹점'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카드노조는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 마찰을 예견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카드노조는 공동성명을 내고 "카드수수료 문제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카드사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분명히 설명했다"며 "대기업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양벌규정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기아차가 '계약해지'란 강수를 두는 것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정부와 정치권의 안일한 자세에서 비롯됐다며 당국의 책임을 촉구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간 계약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날 최종구닫기

카드로선 큰 고객인 현대차와의 거래 중단이 실적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한 대형 카드사의 경우 현대·기아차 매출액이 연 3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할 수도 없다. 카드사가 현대·기아차에 '지는 모양'이 연출되면 다른 업체들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통신사와 마트, 백화점 등 다른 대형 가맹점들은 갑자기 오른 카드 수수료에 볼멘소리를 내며 이번 협상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협상력 싸움'에서 카드 수수료 갈등이 격화됐지만 그러는 사이 고객 피해 우려가 제기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들 사이에서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며 "그 사이 자칫 고객 피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5개 카드사에 통보한 계약 해지일까지는 단 3일이 남았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