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홍재은 사업전략부문장
그러나 이는 지난 2년간 농협생명의 수장으로서 회사를 이끌어온 서기봉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서 사장 역시 1986년에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중앙회와 은행 등을 주로 거치다가 2017년 농협생명의 사장으로 깜짝 발탁됐던 바 있다. 서 사장은 보험업 경력이 없어 업계 안착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농협생명의 체질개선 및 디지털화를 이끌며 미래 먹거리 확보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 당시 농협생명은 인슈어테크로 대표되는 보험업과 디지털의 결합에 주목하고 있었다. 서 사장은 NH농협은행 부행장 시절에도 모바일플랫폼사업을 총괄했던 IT사업 경력자였다. NH농협생명이 온라인채널 강화 및 체질 개선을 놓고 서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 자산운용 전문가 홍재은, 생보업계 불황·회계기준 변화 등 보험 위기 넘을 ‘신의 한 수’ 될까
이번 홍재은 내정자의 발탁 역시 현재 생명보험업계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농협생명의 자산운용수익률은 금리 상승기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며 생명보험업계 평균을 밑도는 등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NH농협생명은 지난 9월 기준 전년동기 대비 0.24%p 하락한 2.95%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거뒀다.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이 3.42%인 것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국공채와 회사채 비중이 높아 보수적인 운용을 펼친 것이 원인이라는 평이 나온다.
보험사들은 가입자에게 보험금과 이자를 내주고 각종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굴려 연 4% 가량의 수익을 내야한다. 그러나 올해는 미국발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국내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한데다, 생보업권 전체가 시장포화 및 체질개선 과정에서 성장 정체에 접어듦에 따라 생보업계 전체에 암운이 드리운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협금융지주는 비록 보험업 경력은 없지만, 자산운용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스페셜리스트’인 홍재은 내정자에게 기대를 건 것으로 풀이된다. 서기봉 사장이 영업의 기반을 닦았다면, 홍 내정자에게는 금리 상승기에 효과적인 자산운용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여기에 보험업계가 오는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 역시 금융통으로 통하는 홍 내정자의 발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앙회와 지주 등을 폭넓게 오간 경력이 있는 홍 내정자에게 있어 자본확충 과정에서 지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누구보다 원활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홍재은 내정자가) 보험업 경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업 경력 자체는 지주 내 누구보다 뛰어나신 분인 걸로 알고 있다”며, “올해 농협생명은 영업 측면보다는 자산운용 측면에서 고전을 했는데, 이러한 부분을 새로운 사장님께서 잘 이끌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농협금융지주 측 역시 “홍재은 내정자는 금융시장부문에 대한 전문경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자산건전성 확보와 체질개선 등 농협생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인물로 지목된다”는 평가를 내놨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