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업의 창업주는 모두 대웅제약에서 오랜 기간 몸담았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1990년대 초반 화장품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자녀들의 2세 경영이 본격화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닮은꼴에 또 한 번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하지만, 기업의 투명경영을 보여주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닮지 않은’ 장면이 적지 않다.
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준수율은 각각 60.0%와 53.3%로 나타났다. 한국콜마는 15개 핵심지표 항목 중 9개를 준수했고, 코스맥스는 8개를 지켰다. 두 기업 모두 준수율에서 전년 대비 개선된 점은 없었다.
구체적으로 주주 관련 핵심지표 5개 항목에서 양 사는 ‘주주총회 4주 전 소집 공고’를 동시에 지키지 못했다. 두 회사 모두 주주총회 2주 전 소집 공고를 냈다.
나머지 4개 항목에서 한국콜마는 전년 미준수 항목인 ‘현금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을 개선하면서 모두 지켰다. 반면 코스맥스는 전년도에 지켰던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항목을 올해는 준수하지 못했다.
코스맥스 측은 “올해 주주총회는 주총 집중일이던 3월 27일 열게 됐다”며 “해외 자회사들의 결산 일정과 감사보고서 수령일 등을 고려했을 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관련 핵심지표 6개 항목에서는 두 회사 모두 4개 항목을 지키지 못했다. 양 사가 공통으로 미준수한 항목은 ‘최고 경영자의 승계정책 마련’과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여부’, ‘집중투표제 채택’이다. 이사회는 한국콜마가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3명, 코스맥스가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꾸려졌다.
한국콜마는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코스맥스는 창업주 이경수 회장과 그의 장남 이병만 사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콜마는 사내이사인 한상근 스킨케어연구소장(부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맞았다. 코스맥스의 경우 사내이사인 최경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구조다.
한국콜마는 정관을 개정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코스맥스는 이사회 결의를 걸쳐 의장을 선임했다는 설명이다. 두 회사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배경에 대해 이사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또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콜마는 여성인 김현정 한국IBM 컨설팅 대표를 사외이사로 두면서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이 아님’을 충족시켰다. 코스맥스는 그보다 늦은 올해 3월 이윤희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맞으면서 이를 충족하기에 이른다.
다만, 코스맥스는 한국콜마가 미준수한 항목인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을 지켰다.
한국콜마 측은 “별도의 명문화된 정책을 갖추지는 않았으나, 임원 선임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적합성 있는 인물로 철저히 검토해 왔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감사기구 관련 핵심지표 4개 항목에 대해 코스맥스는 모두 준수했지만, 한국콜마는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를 지키지 못했다.
코스맥스는 1명의 상근감사가 있으며, 이를 5명으로 구성된 경영지원팀이 뒷받침한다. 한국콜마는 상근감사 1명과 비상근감사 1명을 뒀지만, 지원 인력은 1명에 불과하다.
코스맥스는 감사가 경영지원팀 인사평가를 함께 맡아 독립성을 보장했다. 반면 한국콜마는 감사의 인사권을 제한한 상태다.
한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창업주는 각각 윤동한 회장과 이경수 회장으로, 두 사람 모두 대웅제약에서 오랜 기간 몸담았다.
윤 회장은 1974년 대웅제약에 입사한 후 기획과 관리 부문을 거쳐 40대에 최연소 부사장 타이틀을 꿰찼다. 이 회장은 동아제약과 오리콤에서 근무하다 1981년 대웅제약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웅제약 마케팅 분야에서 경험을 쌓다가 전무직에 올랐다. 윤 회장은 지난 1990년 한국콜마를, 이 회장은 1992년 코스맥스를 창업했다.
현재 한국콜마는 윤 회장의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코스맥스는 이 회장의 장남 이병만 사장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2세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