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정의선닫기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한다. 이와 함께 휴머노이드 상용화 계획 등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CES는 연초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중 하나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한해 주요 전략과 비전을 공개하는 행사다. 현대차그룹이 CES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본격적인 로봇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연내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 현대차그룹 글로벌 생산 거점에 아틀라스를 투입한다. 이를 통해 2028년 상용화까지 다양한 실증 데이터을 쌓겠다는 구상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아틀라스를 앞세워 본격적인 사업 모델 구축에 나서면서 향후 회사 IPO와 정의선 회장 승계 플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60%를 8095억원에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와 함께 4년 후인 올해 IPO를 약속했다. 이후 보스턴다이내믹스 4족 보행 로봇 ‘스팟’ 등을 공개하며 미래 로봇 생태계를 그렸다. 정의선 회장도 보스턴다이내믹스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등 애정을 보였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의선 회장의 승계자금 마련의 핵심으로 평가받았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형 구조다. 현재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현대모비스 7.29%, 현대차 5.44%, 현대제철 11.81% 등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0.32%, 현대차 2.67%, 기아 1.78%에 불과하다. 정의선 회장이 완전한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1.9%를 보유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IPO에 성공하면 계열사 지분 확대를 위한 승계자금 마련이 수월하다.
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 상용화 등 사업 모델을 구축하지 못하며 실적 악화와 재무 불안이 쌓여갔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 순손실은 ▲2021년 1100억원 ▲2022년 2540억원 ▲2023년 3360억원 ▲2024년 441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약속했던 IPO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그룹 행보를 살펴보면 IPO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재무 안정화와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달 중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모집 규모는 약 9억7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이다. 이는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진행한 3차례 유상 증자 규모를 합한 것보다 크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MG글로벌을 통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유상 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투자 금액은 약 1억600만달러(약 1460억원)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유상증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보유 주체가 참여하며 지분율만큼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는 로봇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재무 안정화를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정의선 회장의 실질적인 지분율을 늘려 기업가치 제고와 승계 플랜을 가속화 할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상용화는 2028년쯤으로 예상된다"며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로 당분간 적자를 기록하겠지만, 상용화 시기가 다가올수록 기업가치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