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6월 하락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상반기 기록했던 2500선을 탈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올해 3분기가 국내 상장기업들의 이익률이 고점을 기록하는 시점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연말로 갈수록 주가의 변동으로 차익을 얻을 기회는 줄어들기 때문에 배당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배당주 종목은 삼성전자와 포스코·기업은행·대신증권·LG유플러스·에쓰오일 등이 꼽힌다. 여기에 올해부터 분기 배당을 시작한 SK와 두산 등도 주목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은 이미 배당주 투자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말부터 유통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순매수 비중이 높은 업종은 IT/반도체·통신서비스·건설·에너지·증권·철강 등이다.
국내 대표주인 삼성전자가 포진한 IT(정보기술)/반도체 업종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2.5% 수준이다. 미국 IT 종목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이 2.0%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높지만, 3.1% 수준인 신흥국에 비해서는 낮다. 다만 삼성전자를 따로 떼어놓을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IT 종목들의 배당률은 1%대로 낮아진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배당 폭이 크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현금배당을 늘리면서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배당금 총액은 지난 2015년 3조 687억원에서 2016년 3조 9,919억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에는 5조 8,263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올해는 1분기와 2분기 각각 주당 354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등 중간배당을 통해 이미 5조원 가까운 현금을 풀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배당 총액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반도체 고점 논란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4만원대 중반에서 유지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배당률을 유지하는 한 특정 금액 이하로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재 배당수익률은 3% 이상”이라며 “4만 7,200원 이하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적극적인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장기간 안정적인 배당을 지급했지만 일시적인 이슈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국내 철강업계 대장주인 포스코가 꼽힌다. 포스코는 오랜 기간 배당주로 꼽히는 종목이다. 다만 올해는 중국의 동절기 철강 감산 규제가 완화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겨울철 대기질 개선을 위해 동절기 철강업체들의 조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3% 감축을 제시하면서 완화된 규제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에서도 향후 5년간 45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면서 상대적으로 배당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배당성향이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의 아쉬움을 샀던 만큼 추가적인 배당 축소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대규모 투자로 인한 배당 감소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45조원 투자계획 가운데 15조원가량이 예비비로 잡혀 있기 때문에 30조원 정도만 실제로 현금이 유출되는 투자에 사용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 금액도 5년에 걸쳐 투자가 진행되기 때문에 연간 6조원가량으로 예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이 가정이 맞는다면 포스코의 연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7조 9,000억원으로 충당하고 남는다.
배당주의 최근 인기는 안전한 투자를 선호하는 추세에 계절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매년 9~10월이 되면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며 “특히 올해는 증시 조정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변동성이 낮고 확실한 마진을 주는 배당주가 더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의 평균 배당수익률이 지난해까지 내내 1%대를 맴돌다 올해 2.5%대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도 배당주 투자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3분기 순이익과 올해 연간 순이익이 증가하고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이 2%를 넘으면서 주가가 연중 고점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배당주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가령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63.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현금배당 수익률이 4.8%로 예상되고, 주가가 올해 고점 대비 32.9% 빠진 하이트진로 같은 종목이 좋다는 얘기다. 오렌지라이프(예상 배당수익률 8.4%), 기업은행(5.1%) 등도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주 투자를 위해서는 직접 특정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 외에 배당주펀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지난 10월 10일 기준) 국내 액티브주식형펀드(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선정하는 펀드) 중 설정액이 증가한 건 배당주펀드가 유일했다. 액티브주식배당 펀드는 이 기간 설정액이 881억원 늘었다.
반면 액티브주식펀드 전체 설정액은 3,714억원 줄었다. 그만큼 배당주 투자가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증시 하락이 두드러질 때도 배당주펀드는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낮았다. 최근 1주간 국내 전체 주식형펀드가 4% 하락할 때 액티브주식배당 펀드는 -2.95% 떨어졌다.
주식 배당 효과를 누리려면 개별 주식을 사거나, 배당주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통신(SK텔레콤, LG유플러스), 금융(기업은행, KB금융, 메리츠종금증권), 정유(S-Oil, SK이노베이션) 업종의 종목들이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들로 꼽힌다. 고배당주에 분산 투자하는 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가능하다. ETF는 증시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다. 직접 주식에 투자할 때 고배당 ETF나 펀드에서 어떤 종목들을 높은 비중으로 편입했는지 참고해서 투자할 수도 있다.
배당주 투자는 연말까지 주식을 보유해 배당을 받은 뒤 매도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배당주 투자는 장기 투자의 매력이 두드러진다. 국내 액티브주식배당 펀드의 최근 5년간 수익률은 27.41%로 전체 국내주식형액티브 펀드의 5년 수익률(12.18%)의 두 배를 넘는다.
주요 펀드별로 보면 KB액티브배당 펀드(A클래스)의 1년 수익률이 -1.14%, 5년 수익률이 52.53%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 펀드(A클래스)의 1년 수익률은 3.88%, 5년 수익률은 42.50%다.
다만 배당주 투자 역시 주식 투자이기 때문에 주가 상승률을 무시하기 어렵다. 최근처럼 증시 변동성이 클 때는 배당주 투자 역시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하자.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