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대표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다. 법률자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는다. 김앤장은 신동빈닫기

롯데그룹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제 충족을 위해 롯데카드 등을 내년 10월까지 매각해야 한다.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으므로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롯데지주는 이들 금융 계열사 지분을 각각 93.8%, 25.6% 보유 중이다. 순자산가액은 각각 2조원, 3000억원이다.
하지만 카드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아 인수 후보들이 롯데카드 매입을 저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카드업계 5위 수준인 롯데카드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50%, 54% 급감했다. 현 정부가 카드사에 마케팅 비용을 줄여 사실상 2조원의 수수료를 감축하도록 종용하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 우리은행도 최근 롯데그룹의 롯데카드 매각 물밑 타진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 이후 인수할 매물은 카드사가 아닌 신탁사나 증권사가 될 것"이라며 "부동산신탁사는 유휴 부동산 활용 용도, 증권사는 CIB(기업투자금융) 강화를 위해서다. 신한금융이 아시아신탁 인수를 확정한 것도 같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경쟁 입찰에서의 한 차례 유찰이 신동빈 회장의 '큰 그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카드・롯데백화점카드・롯데쇼핑카드의 복합체인 롯데카드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매출의 약 30%를 책임지고 있다. 롯데맴버스에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이관하긴 했으나, 태생이 유통회사인 롯데그룹의 활용 방안이 적지 않다.
롯데그룹이 제3자 매각 실패라는 명분을 얻은 뒤 지주체제 밖 계열사에 롯데카드를 매각한다면 금산분리 원칙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 경우 매수자는 풍부한 재무융통성을 보유한 호텔롯데나 롯데물산, 롯데홀딩스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호텔롯데의 계열사 지분은 장부가 기준 약 8조원에 달한다. 롯데그룹이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지주사에 편입할 경우엔 롯데손해보험(지분율 23.7%) 등 금융계열사 매각이 2년 내 이뤄져야 한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