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주 연구원은 24일자 보고서에서 "올해 신흥국 주가와 통화가치 하락은 미국 경제의 호조세가 글로벌로 전파되지 않고 여타 국가들의 성장이 오히려 둔화되며 성장률 격차가 축소된 데 주로 기인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양호한 미국 경제는 신흥국 자산가격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美 경제가 호조세를 나타내면 글로벌 수요 및 무역 증가, 위험자산 선호현상 확대 등이 작용해 신흥국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글로벌 성장세 둔화, 달러 강세가 악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강 연구원은 "과거 자료에 기반해 보면 미국 경제가 양호할 경우 신흥국에 미치는 부정적 경로의 영향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성장률이 1%p 증가할 경우 신흥국 주식은 4.0%, 통화가치는 1.2% 상승하며, 신용스프레드는 5bp 하락했다는 것이다. 미국 2년물 금리가 100bp 상승할 경우 신흥국 주식은 +9.0%, 통화가치는 +2.4% 상승했다.
강 연구원은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과거 데이터 상 미국 경제가 글로벌 사이클을 1년 정도 선행하며, 선진국 경제가 신흥국에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 경제 호조에도 2018년 신흥국 주가와 통화가치가 부진했던 것은 美 금리상승 요인보다는 다수 국가의 성장이 둔화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9월 경제활동지수가 최근 1년간 밴드의 중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여타 선진국과 신흥국은 밴드의 하한에 가깝게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이에 따라 "미국과 그 외 글로벌 간 2019년 1분기 성장 전망 격차는 1%p 이내로 축소됐다"면서 "2000년 이후 성장률은 신흥국 자산 가격의 핵심 결정요인이었으며, 2018년 각국의 환율은 금리 요인보다 글로벌 성장에 대한 민감도에 의해 더 적절히 설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2018년 글로벌 자본시장 흐름은 2013년 테이퍼 탠트럼보다 2011년 글로벌 성장 충격과 더 유사하다"면서 "2018년 4월 이후 미국 10년물 금리 상승폭은 테이퍼 탠트럼 시기보다 작으며, 테이퍼 탠트럼 당시에는 미국과 그 외 글로벌 간 성장 격차가 일정하게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성장 충격 측면에서 2011년과 2018년은 비슷한 점이 많으며, 주요 선진국의 통화가치 하락 또한 유사하다고 짚었다.
강 연구원은 "재정정책 효과 소멸,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2019년 2분기부터 美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글로벌과의 성장 격차가 재차 확대(2020년말 약 2%p)될 것으로 예상하나,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과거 미국과 신흥국 주가의 격차가 확대된 경우, 대부분(70%) 신흥국 주가가 상승하면서 격차가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 시점에서 신흥국 투자심리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향후 미국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그 외 글로벌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