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주요 경력 •1983 〜 1998 걸스카웃 연맹 국제분과위원, 중앙육성위원 •1988 〜 1991 대한 여학사협회 재정분과위원 •1998 〜 2007 걸스카웃 연맹 중앙본부 이사 •1999 〜 현재 대한적십자사 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 •2003 〜 현재 현대그룹 회장 •2005 〜 2007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2006 〜 2007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자문회의 위원 •2011 〜 현재 주한 브라질 명예 영사 •2013 〜 현재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학력 •경기여자고, 이화여대 사회학과 •이화여대 대학원 사회학 전공 •미 Fairleigh Dickinson대 대학원 Human Development 전공
무엇보다 현 회장은 “북측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방북 과정에서 받았던 인상을 전했다. 고 정몽헌 회장 15주기 추모식을 열 수 있도록 북한이 승인하면서 4년 만에 다녀온 길에서 긍정적 기대감을 표했다.
서울로 돌아오던 길에 현 회장은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이 ‘언제든 평양에 다녀가시라’고 초청했다는 전언을 들었던 사실도 밝혔다.
10년 인고… “이젠 희망 품고파”
현정은 회장은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와 이백훈 그룹 전략기획본부장 등 임직원 15명을 이끌고 금강산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방북 길 채비는 지난 7월 11일 통일부에 대북 민간 접촉 신청을 냈고 북측과 협의까지 거쳐서 마침내 성사됐다.
그래서인지 현 회장은 “오랜만에 금강산에 가게 돼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동안 (추모식을 통해)찾아 뵙지 못해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현대그룹은 고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해마다 금강산 특구 온정각 맞은편 추보비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하지만 2016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될 정도로 남북관계 급격히 경색되면서 중단된 행사였다.
4년 만의 추모식에 북측이 고위인사를 보내 함께하고 평양 방문 초청의 뜻을 전달 받은 시점이 하필이면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약 10년 만이어서 현 회장 가족들과 현대그룹으로선 자못 극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질 만도 하다.
그래도 현정은 회장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롯한 남북경협 물꼬가 터질 수 있을 때를 대비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일희일비 않고 차분히 대비 중
실제 현 회장은 “정몽헌 회장이 돌아가신 지 15년이 됐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제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의지를 구체화한 언급으로는 “남과 북이 합심해 경제협력과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과정에 (민간 분야에선)현대그룹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다짐이 전부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금강산관광 재개 준비와 관련해 “금강산관광 재개를 포함한 여러 가지 남북경협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 차원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이해당사국 전부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에 차분히 대비한다는 원칙 말고는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 회장은 ‘10년 동안 묵묵히 기다렸던 만큼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하게 최선을 다하자’며 임직원들과 함께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7대 사업권 구체화 포석은?
무엇보다 현 회장은 이번 방북 길에서 중요한 성과를 얻고 돌아왔다. “현대가 앞장서 남북 사이의 사업을 주도하면 아태평화위는 언제나 현대와 함께할 것”이라는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과거 보장받았던 7대 사업권에 대한 효력이 유효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은 ▲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백두산·묘향산·칠보산 등 명승지 관광사업 등 북한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개발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해 놓았던 터였다.
현 회장은 이번 사업권 보장 메시지 확보 이전부터 물밑에서 금강산관광 사업처럼 재개시켜야 할 사업뿐 아니라 북측으로부터 독점권을 확보한 7대 사업을 어떻게 착수할 것인지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대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고 정 전 회장이 추진하고자 했던 ‘다국적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풀어가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재계 일각에선 현 회장이 그동안 달라진 국내외 경제상황과 경영여건을 반영할 경우 진일보한 전략과 로드맵을 짤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경협 TF 가동하며 ‘정중동’
현 회장은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에 합의한 직후인 5월 8일 그룹 안에 남북한 경제협력이 대비하는 TF팀을 가동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현 회장은 이 TF팀 위원장을 손수 맡아 진두지휘하기를 자처했다. 이영하 대표와 이백훈 그룹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위원으로 실무를 총괄하고 다른 계열사 대표들도 의견개진에 참여하는 기구다.
현 회장은 TF 가동과 더불어 “남북 경협을 통해 남북 화해와 통일에 밑거름이 되고자 했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계승해 나가자”고 그룹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앞으로 현 회장이 추구할 기조에 대한 힌트도 당시 발언에 잘 담겨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는 당시 “남북 경협 선도기업으로서 지난 20여년간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주도면밀하게 사업 재개를 준비하자”는 뜻을 표했다.
올해가 남북 경협이 시작된 지 20년째인 동시에 남북 경협 중단된 지 10년 된 해라는 사실을 현 회장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후속 남북 회담이 이어지고 있고 8월 폭염 속에서도 문 대통령의 답방이 추진되는 상황이다. 또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회담 이후 후속 작업도 중단 없이 추진되는 상황이다.
현대그룹으로선 남·북·미 정부를 기본으로 국제사회가 대타협해 북한 개발이 추진되는 순간 대한민국 민간 경제계의 구심으로서 본격적인 역할을 펼치기 위해 일로 매진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정은 회장 리더십이 작동하고 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