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
오는 9월부터 대주주 변경과 함께 ‘대만푸본생명’으로 간판을 바꾸고 새 출발하는 현대라이프생명이 2분기 연속 흑자를 시현하며 모처럼 얼굴을 펴고 있다.
한편 기존에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 자리를 겸하고 있던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과, 기존 현대라이프 사장이었던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 사장이 사명 변경 이후에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해지면서, 현대라이프가 과거의 실패를 딛고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현대라이프는 1분기 11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에 55억 원 손실을 거뒀던 것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거뒀다. 2016년 1분기 반짝 흑자를 거둔 이후 어언 2년 만의 일이다. 여기에 올해 2분기에는 사옥 매각 등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되면서 순이익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 212년 현대차그룹이 구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탄생한 보험사로, 당시 정 부회장은 출범 2년 이내에 흑자 전환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를 위해 현대라이프는 출범 초 ‘장을 보듯 보험상품을 구매한다’는 콘셉트의 ‘마트에서 파는 보험’을 야심차게 선보이며 혁신적인 시도로 주목받았다. 선불형 보험상품 ‘현대라이프 제로’ 시리즈 역시 정태영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보험업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인 ‘직접 찾아와서 가입하는 경우가 적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정태영 부회장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6년 동안 매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며 고전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라이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확충 및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전국 지점을 통폐합하고, 직원들도 대거 구조조정하는 등 고육지책을 펴왔다. 이를 두고 ‘정태영의 카드, 캐피탈 신화’가 보험업에서는 처참하게 실패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었다.
현대라이프는 자본확충 수단으로 최대주주로부터 올해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기존 최대주주였던 현대모비스가 유상증자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자본확충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그러자 2대주주였던 푸본생명이 이사회를 통해 현대라이프가 추진 중인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총 2396억7000만 원을 투자해 실권주 전량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이 아예 현대라이프 경영에서 철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정태영 부회장과 이재원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경영권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천명하면서, 현대라이프의 기사회생에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새로운 대주주가 된 푸본생명은 대만 현지 2위 규모를 자랑하는 생명보험사로, 지난해 말 기준 1조165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겼을 정도로 견실함을 자랑하는 회사다. 보험업계는 현대라이프가 지난해 중국 안방보험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덩치를 키웠던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전례를 따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보이고 있다.
만약 푸본생명과의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발휘될 경우, 현대라이프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간 당기순이익에서도 흑자를 시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푸본생명과 현대차그룹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단기적인 성과에 안주하기보다는 안정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경영혁신을 끊임없이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