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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일 칼럼] 열정과 욕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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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12-14 08:56 최종수정 : 2017-12-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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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조관일 한국샌더스은퇴학교 교장·창의경영연구소 소장

▲ 사진 : 조관일 한국샌더스은퇴학교 교장·창의경영연구소 소장

[조관일 한국샌더스은퇴학교 교장·창의경영연구소 소장] 내가 <웰스매니지먼트> 매거진을 발간하는 <한국금융신문>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신문에 기고해줄 것을 요청 받고 처음 글을 쓴 것이 14년 전의 일이다.

그땐 이렇게 오랫동안 칼럼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꼼꼼하게 칼럼을 모아놨을 것인데, 몇 번 연재하면 끝이려니 했기에 초기의 글이 내게는 없다.

오늘 컴퓨터를 뒤져 기록을 살펴보니 아마도 나의 첫 칼럼은 2003년 6월 5일자의 글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목은 의미심장하게도 ‘나이가 뭐길래’였다. 내용인즉슨, 고령화 사회라면서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이란 이름 하에 “이제 떠나라”고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60대라도 거뜬히 일할 수 있고 역사상 노인이 더 생산적이었다는 연구보고도 있으니 열심히 살아서 어느 회사의 광고 카피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보여주자는 취지의 글이다.

그런데 맙소사! 나는 이제 생각을 바꿨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젊은 사람이 만든 광고 카피일 뿐 나이 듦은 역시 여러모로 힘겹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번 호의 글을 왜 이렇게 시작하냐면 이 글을 마지막으로 긴 세월 동안 연재했던 칼럼을 마치려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뭐길래’라며 교만했던 마음을 접고 이제 ‘나이의 실체’를 겸허히 인정하면서 하나씩 짐을 벗어 던지기로 작심한 것이다.

몇 달 전에는 50권의 책을 내며 ‘집요한’ 책쓰기를 멈추겠다고 선언했고(그렇다고 책을 안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 강의도 한 달에 10회 정도로 줄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필이 꽂이면 밤늦게까지 컴퓨터에 앉아 어깨에 통증이 오도록 몰입했던 자료 찾기와 글쓰기도 요즘은 늦어도 밤 9시에는 끝을 내고 있다.

예전에는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다가왔다.

생각을 깊이 하면 정말이지 머리에 쥐가 나는 것을 실제로 경험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런 말을 들으면 “이제 70도 안됐는데 그런 말을 하냐”고 핀잔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100세 시대에 무슨 엄살이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100세 시대’라며 그렇게 뭉뚱그려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젊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노후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매우 커서 100세 시대의 노후문제를 다룬 책들에 나온 충동질(?)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요,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린 게 아니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함을 깊이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고 하던 일들을 깡그리 접으며 완전 은퇴의 길로 접어들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기에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며, 하고 싶은 일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내려놓을 짐은 내려놓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노후를 디자인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의 활동을 보고 친구들이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니냐?”고 걱정스런 충고를 하면 나는 “열정과 욕심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큰소리쳤었다.

요즘 정치권에서 최고의 유행어가 되고 있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처럼 내가 하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열정이라는 반박이다.

그러나 이제 어렴풋이 열정과 욕심을 구분할 것 같다.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오로지 목표지향이라면 그게 바로 열정을 벗어나 욕심이 되는 것임을. 그래서 나는 즐길 수 있는 노후를 설계하기로 했다.

그동안 졸고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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