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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換骨奪胎) 꾀하는 실손의료보험

김민경 기자

aromomo@

기사입력 : 2016-12-12 00:23

가입자 20%만 실손보험금 독식
제도 장치 마련 의료계 설득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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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換骨奪胎) 꾀하는 실손의료보험
[한국금융신문 김민경 기자] 실손의료보험은 일부 비갱신 보험과 달리 질병에 걸릴 위험률과 보험금 지급 실적 등을 반영해 일정 기간 단위로 갱신돼 보험료 인상 논의 등 잡음이 계속돼 왔다. 보험사들은 하늘을 치솟는 손해율 때문에 실손보험 상품의 미래마저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 대거 제도 변화를 앞두고 있는 지금 실손보험 이슈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다수 사람들이 가입한 실손보험은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으로 꾸준히 인기를 이어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에 따르면 2015년 건강보험 대상 1인당 평균진료비는 115만원으로 2002년 41만원보다 2.8배 증가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치료를 받을 경우 지불한 의료비를 정해진 한도 내에서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정해진 금액을 보상하는 정액 보상과 다르게 실제로 들어간 비용을 보상해 주기 때문에 물가상승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올해 초 가입자수 3000만명을 넘어선 실손보험은 지난 수년간 보험산업의 양적 성장을 견인해왔으나, 지속적인 손해율 증가로 보험사의 안정 경영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도 손꼽혀왔다.

◇ 실손보험, 소비자들에게는 ‘구관이 명관’

실손보험은 그동안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쳤다. 2003년 이전에 가입했을 때 상해의료비 담보는 총 진료비 기준으로 산정돼 공단 및 본인부담금도 전액 보상이 가능했다.

당시 실비보험은 다중 가입자들이 실제 치료비의 몇 배를 보험금으로 받는 경우도 있어 ‘로또보험’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이후 약관이 개정되면서 소비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지급하게 돼 총 진료비 중 본인이 부담한 치료에 대해서만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그 후 2009년 실손보험 표준화 정책이 발표되면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약관 기준이 같아져 자기부담금 10%와 3년마다 갱신 등 보상내용이 동일해졌다.

또한 통원의료비 또한 통원의료비도 달라졌다. 표준화 이전에는 5000원 또는 1만 원을 초과하면 보상 받을 수 있었다. 개정 이후에는 최소 1만원(의원급 1만 원, 병원급 1만 5천원, 종합전문요양기관 2만 원)을, 약제비는 8000원을 초과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2013년 1월 1일, 실손보험의 틀이 또 한 번 대거 바뀌었다. 이때부터 실손보험은 1년마다 자동 갱신되며 15년마다 재가입하는 등 표준약관이 변경됐다. 표준형과 선택형으로 나눠 소비자가 자기부담금 비중을 10%·20% 중 선택할 수 있게 됐으며, 2015년 9월부터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기부담금이 20%로 고정됐다. 이후 올 초 삼성화재가 22%, 현대해상 27%, 동부화재 24% 등 대부분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를 평균 20%가량 인상했다.

◇ 매년 치솟는 손해율…주범은 비급여 의료쇼핑

보험료 인상 이면에는 꾸준히 증가하는 보험사의 손해율이 자리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의 누적 손해율은 2011년 109.9%에서 2015년 129.7%로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초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 단행으로 인해 내년 손해보험사 평균 실손보험 손해율이 125.1%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손해율 증가의 주범으로 비급여 비중의 증가를 꼽는다. 보험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건강보험수가를 적용받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가 지급보험금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도 2012년 67.2%에서 2014년 68.6%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동기관이 올해 조사한 병·의원 지급실적에 따르면 비급여 비율이 높은 100대 병·의원은 서울지역, 병원급, 척추관절전문병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질병에 대한 비급여 진료실태도 병원 급 별로 차이가 두드러졌다. 실손보험 지급통계 중 비급여 비율의 87%가량을 차지한 허리디스크(기타 추간판장애)의 사례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의 총 본인부담액은 358만원이었으나 병원급은 846만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상급병원의 비급여 의료비는 약 305만원으로 병실차액과 선택 진료비가 70%가량을 차지했고, 병원급은 약 842만원으로 비급여 시술 및 재료비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실손 가입자들의 비급여 진료 비중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은 ‘소형병원’에서 척추관절 등의 ‘통증완화치료(도수치료)’ 위주로 비급여 진료의 대부분이 행해졌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물론 일부의 이야기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일부에서 만연한 ‘의료 쇼핑’으로 대다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실손보험금 수령자 비율은 23.2%였으며 수령자 중 대다수(83.4%)가 100만 원 이하를 수령했다. 1인당 연간 평균 수령액은 68만원이지만, 연간 300만 원 이상 수령자는 4.2%에 달했다. 이어 500만 원 이상 1.7%, 1000만 원 이상 0.39%를 기록하며 상위 10% 보험금 청구자가 전체 지급보험금의 절반 이상(53.3%~63.2%)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말 많은 실손보험제도 내년 수술대 오른다

보험연구원과 한국보험계리학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표준화 이후 보험사의 자율에 맡겨오던 실손보험 제도가 정부의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금융위원회 손주형 보험과장은 “그간 당국과 정부 등은 TF팀을 꾸려 선량한 의료기관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왔다”면서 “오늘 공청회에서 제안된 내용이 최종안을 만드는 뼈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논의된 내용에 따르면 정부의 주도 하에 내년부터 실손보험은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를 특약으로 분리해 판매할 예정이다. ‘기본형’과 ‘기본형+특약’ 등으로 상품을 차별화하고 다른 보험상품에 끼워 파는 관행을 막기 위해 실손보험 상품 단독판매가 의무화된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국계리학회 최양호 학회장은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높은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 등을 특약으로 분리해야 불합리한 의료 이용 행태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특약의 자기부담 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해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자 했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위원은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실손보험 미청구자가 76.8%에 이른다”면서 “1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환급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보험금 환급제와 함께 자동차보험료처럼 보험금 수령 실적에 따라 할인 혜택을 주는 보험료 할인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공청회 토론회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이사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자본주의 속성이다. 소위 ‘뽕을 뽑으려는 것’”이라면서 “도덕적 잣대만을 들이댈 순 없다. 보험사의 태도와 상품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면서 실손보험 손해를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로만 몰아가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보험사 손해율을 점검할 시스템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은 “보험사 손해율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객관적으로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9년 실손보험 표준화 이후 보험사 손해율은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손보험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 자율로 맡겨져 있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의료업계의 과잉 진료 삼가와 더불어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에 대해 급여영역과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과 진료량 등에 대한 제도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지난해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1만6680개의 비급여 항목 중 명칭과 코드가 표준화된 것은 9.7%(1611개)에 불과하다고 전해졌다. 이에 의료기관별 비급여 청구 비용은 최소 3배에서 최대 1700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보험권에서도 자체적으로 보험금 지급절차 개선을 위한 노력과 비급여 의료비 표준화 작업 등을 추진해 객관화된 체제를 정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09년 표준화 이후 다시 한 번 수술대에 오른 실손의료보험이 합리적인 제도로 재정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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