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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손실, 여승주 ‘축소’ 윤용암 ‘공격’ 극과 극

김지은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6-05-23 00:33 최종수정 : 2016-05-24 06:08

한화투자증권, 부서 조직개편·비중 줄여 나가
삼성증권, 자체 운용 늘려 나가며 역량강화 지속

ELS 손실, 여승주 ‘축소’ 윤용암 ‘공격’ 극과 극
[한국금융신문 김지은 기자] 주요 증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가운데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이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ELS 운용 손실에 대응하는 여승주닫기여승주기사 모아보기 한화투자증권 사장과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의 모습은 정 반대다. 여 사장은 ELS 자체헤지 비중을 감축함과 동시에 관련 조직개편에 나서는 등 뒷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운 사장은 오히려 자체헤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ELS 운용방식은 증권사가 직접 헤지업무를 수행하는 ‘자체헤지’와 헤지과정에서 손실발생 위험을 타 금융사로 이전하는 ‘백투백(Back-to-Back)헤지’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증권사들이 ELS 운용으로 손실의 직격탄을 맞은 까닭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자체헤지 방식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백투백헤지는 운용 손실의 위험성을 외부로 전가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은 뛰어나지만 운용 수수료를 상당부분 차감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자체헤지가 수익을 올리는 데 더 효과적이다.

한화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파생결합증권 자체헤지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현재 각각 60.4%, 65.0%로 국내 주요 증권사 22곳 중 자체헤지 비중이 높은 상위 6개사에 속한다. 작년 상반기 국내에서 인기몰이 했던 ELS 발행 물량의 대부분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으나 연 초 홍콩H지수의 폭락으로 ELS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라 자체헤지 비중이 높은 축에 속하는 두 증권사의 실적도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에도 여승주 사장과 윤용암 사장은 각각 다른 방책을 내세운 것이다.

◇ 줄이는 한화·늘리는 삼성, ELS 손실에 다른 행보

여승주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부임 이후 첫 실적발표인 1·4분기 발표에서 총 90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작년 상반기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라고 판단, ELS 자체헤지 규모를 1조9000억원까지 확대했으나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며 큰 손실을 떠안았다.

여 사장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ELS의 자체헤지 비중도 줄이고 파생결합증권의 출금액 자체도 줄여 나갈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전사적인 조직개편에도 나섰다. 먼저 지난 3월 지난해 ELS 운용을 담당했던 S&T(Sales&Trading) 사업부 본부장과 임원을 교체, 새로운 본부장으로 오희열 부사장을 선임했다. 합쳐져 있던 장외파생상품(OTC)영업팀과 운용팀은 분리시켜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트레이더·퀀트 방면의 외부전문인력을 영입해 손실 진압에 나서고 있다.

손실을 메우기 위해 지난 9일에는 한화금융센터빌딩의 토지와 건물을 한화손해보험에 매도하기도 했다. 여 사장은 매각한 1327억원의 자금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에 사용하기로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오는 27일부터 2021년 5월26일까지 한화손보로부터 다시 건물을 임차해 셋방살이를 시작한다.

반면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ELS 손실에 개의치 않고 자체헤지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삼성증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64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800억원을 벌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 수준의 실적을 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ELS 자체헤지의 비중이 높다보니 한화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시황 부진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은 결과다. 윤 사장은 그러나 자체헤지 규모를 꾸준히 확대 중이다. 2013년 말 1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자체헤지 규모는 2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나 현재 4조원에 달한다.

◇ 한화, 재무구조 안정에 주력…삼성, 리스크관리 역량강화 지속

이들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자체헤지 운용 역량에서 비롯된다. 삼성증권은 자체헤지 역량을 키우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반면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시장이 호황이라는 이유로 ELS 한도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 리스크관리에 허점을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백투백헤지의 수익 마진은 20~30bp(1bp=0.01%)이고, 자체헤지는 100bp이상이다. 자체헤지의 마진이 훨씬 크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 수익을 올리는데 백투백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은 자체헤지로 벌어들이는 높은 수익마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했던 면이 있다”며,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에 따라 운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손실을 수습하는 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5년 말 기준 한화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8000억원 규모로 자기자본 대비 자체헤지 규모가 273%에 달한다. 헤지에서 손실이 나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ELS 운용 손실은 전임 사장이 빚어낸 산물로, 여 사장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정상궤도에 오르는 데에 주력하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삼성증권은 리스크 관리를 보수적으로 하는 증권사로 유명하다. ELS를 운용하는 데 편입하는 채권이나 상품의 구조가 확실히 다른 증권사에 비해 리스크가 덜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타 증권사들의 경우 리스크에 대해 방향성 베팅을 하는 면이 있다”며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지금 실적이 잘 나오더라도 후에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지만 삼성증권은 상대적으로 (시황에 따른) 진폭이 덜하다”고 진단했다.

윤 사장이 ELS 자체헤지 확대 기조를 고수하는 이유는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운용 손실이 나고는 있지만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운용 역량에 자신 있는 만큼 오히려 타사와 차별점을 두며 더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체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얻는 높은 수수료는 회사 수익에 보탬이 된다.

2015년 말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5000억원 규모다. ELS 자체헤지 물량 4조원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 또한 윤 사장이 자체헤지에 집중하게 하는 데에 한 이유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ELS의 자체헤지 비중을 무작정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과거 리먼브라더스 사태에서는 백투백헤지의 비중이 높았던 것이 문제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09년에는 ELS를 판매하고 받은 고객의 돈을 위탁한 글로벌IB들이 망한 탓에 백투백 방식이 과도하게 많았다는 것이 리스크로 작용했다”면서 “당시에는 자체헤지를 늘리라는 각성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뭐든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게 좋다는 소리다.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브로커리지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ELS 자체헤지가 회사 수익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한 몫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ELS가 문제가 됐던 것은 홍콩H지수에만 쏠림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리스크 관리를 잘 한다면 증권사의 좋은 수익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체헤지냐 백투백이냐는 회사가 결정할 문제”라며 “백투백을 하게 되면 상품은 팔아도 상품에 대한 운용능력은 생기지 않으므로 역량 강화를 생각한다면 무작정 자체헤지 규모를 축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bridg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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