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 일부 대기업은 경영을 3세로 넘기면서 패기의 젊은 피를 수혈하고 있고, 일부 기업은 그룹 총수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관록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중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한진그룹은 3세 경영 승계로 젊은 피를 수혈하는 대표 기업이다.
◇ 젊은 피 수혈, 삼성·현대차·한진
우선 삼성은 2014년 상반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병으로 경영에서 손을 놓자 이재용닫기


이 부회장은 같은 해 하반기부터 그룹 내 교통정리를 단행했다. 우선 자신을 포함한 부진, 서현 동생들과 그룹 내 역할을 분담했으며, 그룹의 체중 감량도 실시했다. 방산부분 매각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석유화화학계열 매강에 이어 비주력인 마케팅 솔루션 계열사인 제일기획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그룹의 주력사업을 전기와 전자로 정하고 부담되는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부친이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바이오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지난해에는 자동차 전장사업부를 설치하고 미래 친환경자동차 사업을 새로운 동력으로 확보했다. 이 부회장은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도 끊으면서 투명 경영으로 삼성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부친의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라”는 격언을 실천하는 것.
세계 5위의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 역시 정몽구 회장 전면에 정의선닫기

정 부회장은 고령인 정 회장을 대신해 2∼3년 전부터 경영권을 적극 구사하는 모양새다. 정 부회장은 매년 정 회장이 자사의 해외 생산법인과 판매 법인을 돌며 펼친 현장경영을 2014년부터 대신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에는 역시 부친이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매년 주관한 해외법인장 회의도 총괄하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섰다. 故 정주영 명예 회장이 1967년 현대자동차를 서립한 지 47년만이며, 정 회장이 현대자동차를 갖고 그룹에서 출가한 지 15년만이다.
정 부회장 역시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등 그룹 장악력도 높이고 있으며,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 계열사 간 합병을 추진해 몸집을 줄이는 대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자사가 세계 5위의 자동차 기업이지만, 대중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점을 감안해 고급화 전략을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자사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를 선보이고 12월 브랜드 첫차인 ‘EQ900’을 선보인데 이어 이달에는 ‘EQ900 리무진’도 내놓고 고급자동차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였다.
정 부회장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친환경 차량을 지목하고, 올초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내놨다. 그는 올 상반기에 ‘아이오닉 전기차’와 ‘하반기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출시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한다.
정 부회장은 18일 제주에서 열리는 ‘전기차 생산업체 최고경영자 회담’에 참석해 세계 유수의 전기차와 완성차 업체 최고경영자(CEO)와 만남을 통해 친환경 행보를 지속한다.
조양호닫기


조 부사장은 그룹의 핵심인 대한항공을 맡아 최근 업황이 부진한 항공 산업의 돌파구를 찾는데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조 부사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무한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책임경영과 함께 불황의 늪에서 좀체 나오지 못하는 한진해운을 대신에 대한항공의 새로운 도약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닫기

최 회장은 1월 다보스포럼에 다녀온 이후 그룹 주력사업인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사업으로 자신만의 관록의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에너지 신사업추진단’을 만들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착수에 속도를 내고있다. 앞으로 그룹내 신설될 ‘신산업성장 특별위원회’가 최 회장의 신사업 첨병 역할을 한다. 여기에 SK텔레콤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새 먹거리를 찾는다.
자동차와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SK네트웍스 역시 국내외에서 신사업 발굴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모두 최 회장이 관록 경영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국민기업 포스코는 권오준닫기

권 회장은 위기에 빠진 포스코를 구하기 위해 미국과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투자자도 모으고 있다. 1월 철강업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가했으며, 권 회장은 당시 뉴욕에서 투자자들에게 자사의 경영전략도 소개했다.
권 회장은 이어 아르헨티나로 날아가 포스코의 새로운 도전 사업인 리튬이온 전지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리튬 공장 착공식도 주관했다. 권 회장은 혁신 포스코2.0을 강조하며 올해 반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의식구조 △수익구조 △사업구조 등의 3대 혁신을 적극 추진한다.
권 회장은 “앞으로 포스코는 사업구조 혁신 방침에 따라 철강 분야 외에 솔루션 트레이딩, 스마트 인프라, 발전 솔루션, 에너지소재 등의 4대 도메인 신성장사업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GS 칼텍스·두산, 신임 대표 체제
GS칼텍스도 허동수 회장 체제에서 허진수 부회장 체제로 전환했다. 허 부회장은 허창수닫기

허 부회장은 저유가를 극복하고 지난해 흑자로 돌아선 경영 실적을 지속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상훈 상무는 “허 부회장이 국내외 사업은 물론, GS칼텍스의 미래 사업 발굴에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10면
두산그룹도 박용만닫기


박정원 회장은 1985년 두산에 입사해 다양한 직급을 거치면서 그룹의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있다. 신임 박 회장은 중공업 중심의 기존 사업을 공고히 하면서 신사업으로 연료전지와 면세점사업을 추진한다. 두산 관계자는 “신임 박 회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연료전지사업 등 자체사업을 강화하면서도 동대문 두산타워에 면세점을 유치해 중공업에 이어 유통분야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LG는 올해 주총에서 구본무닫기

LG화학이 1990년대 진출한 2차 전지 사업은 세계 10대 완성차 업체 중 6곳을 고객사로 확보했고, 20여개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백만 대의 차량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물량을 수주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1위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차세대 전기차 11종에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 LG·한화·금호, 신구 공존 ‘중도’
LG디스플레이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 위해 세계 최대 규모 올레드(OLED) 패널 생산공장 건설에 1조8400억원 등 향후 3년 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구 회장은 “기술 발전과 융·복합, 치열한 경쟁으로 기존 산업의 지형이 바뀌는 파괴적 변화가 일어난다”며 “변화의 흐름과 우리 강점을 고려해 집중해야 할 사업을 정하고 고객과 시장의 관점에서 사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들 구광모 LG 상무는 측면에서 구 회장을 지원한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 금융팀에 입사한 구 상무는 2009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과장, 2011년 LG전자 HE사업본부 뉴저지법인 차장, 2013년 LG전자 HE사업본부 부장, 2014년 LG 시너지팀 부장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직책을 경험하는 등 탄탄한 업무 능력으로 구 회장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챙긴다.
김승연 회장의 한화는 3세를 통한 경영 전략 마련에 더 적극적이다. 김승연 회장이 29세의 나이에 오르며 35년 간 그룹 회장직을 이어오고 있으나 최근 들어 장남 동관 씨와 차남 동원 씨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한 동관 씨는 그룹의 주력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적자에 헐떡이던 한화큐셀을 그룹 내 유력 계열사로 끌어올리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동원 씨는 한화생명 부실장으로 핀테크 사업에 진출하며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최근 핀테크 기반 중금리 대출을 출시하며 핀테크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들의 뒤에서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만 경영 조언으로 아직 그룹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는 김 회장이 “올해를 ‘성장기반 구축의 해’로 삼아 ‘일류 경쟁력 강화’에 에너지를 결집시켜야 한다”고 말 한데서도 잘 나타난다. ▶관련기사 9면
2000년대 후반 그룹이 분리로 세(勢)가 약해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도 그룹재건을 위해 아들 세창 씨를 전진 배치했다.
종전 금호타이어 부사장이던 세창 씨를 올해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과 아시아나세이버 대표로 승진 발탁한 것이다. 세창 씨가 4년 간 타이어 부문에서 경영 능력을 충분히 쌓았다고 판단해서였다. 박 회장이 지난해 말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하면서 그룹 재건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박 사장은 이르면 올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핵심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올해 창업 70주년을 맞아 박 사장이 아시아나세이버 경영과 함께 그룹 현안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수남 기자 perec@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