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해외진출은 국가적 대사이며 해외진출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없는 금융회사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벅찬 과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거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무역진흥공사를 설치한 것처럼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위한 독립된 조직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2015년 금융발전을 위한 주요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김 위원은 “새해 금융산업에 주어진 과제는 한마디로 금융역량 강화”라 단언했다. 주요 과제로는 △해외진출 활성화 △자본시장 질적 발전 △가계부채 및 가계자산 구성 전환 △금융지주회사제도 개선 △동등한 기회의 원칙(level playing field) 개선 △금융교육 확대 △감독당국의 시장지킴이 기능 강화 등 7가지를 꼽았다.
◇ 해외진출, 국가적 지원 시급
우선 그는 “선진국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에서도 국가적 지원은 필수적”이었다며 우리나라 역시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외진출은 지역별, 국가별 발전의 불균등성과 경기순환의 시차를 활용하는 분산투자효과를 위한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듯 글로벌 금융기업의 탄생을 위해서도 개별 금융회사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60년대 경제발전 초기 해외경험이 일천한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세운 무역진흥공사를 국가적 지원의 사례로 김 위원은 꼽았다. 이처럼 금융사들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도 “무역진흥공사에 해외 금융시장 조사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의 기능을 더하거나 별도의 독립된 전담조직 설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은 “해외진출은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필수요소이기도 하다”며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 및 질적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 비중 높은 가계자산 개선해야
또한 그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의 특성으로 부채의 대부분이 부동산, 특히 주택보유와 관련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성에서 비금융자산인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은 각각 75%와 25%로 부동산 비중이 31.%인 미국과 일본(40.9%)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반면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을 이용해 계산된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는 미국 부동산 가치의 14%인 반면 국내 GDP는 미국 GDP의 8% 수준이다. 경제수준에 비춰 부동산 가격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
김 위원은 “가계자산구성에서 부동산 비중이 과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동산 가치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동시에 부가가치가 높은 은퇴용 금융상품 개발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한 국가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금융산업 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가계자산 구성의 불균형은 지주회사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 위원은 비금융자산 비중이 7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내 은행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서둘러서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내 지주사들이 은행을 인수할 때 기존 은행자회사와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많을수록 장점이 커질 수도 있으며 자회사 수가 많으면 자회사 CEO들의 지주회사 내 권한이 분산되면서 지주사와 자회사간 갈등의 소지도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금융당국 시장지킴이 기능 강화해야
‘동등한 기회의 원칙’이 새롭게 개선돼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내 금융산업이 과거 보호와 육성을 위해 이 원칙을 일부 제한해 정책효과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약자를 강자를 성장시키기 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거나 부실과 불법을 부른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만일 서민지원 목적이라는 이유로 건전성 기준과 자본비율을 차등 적용한다면 자격미달 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역선택과 함께 서민에게 피해를 야기하는 금융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인식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새로운 뱅킹은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금융서비스를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한편 김 위원은 “금융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금융당국의 시장지킴이 기능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권한을 강화해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리기 전이라도 불법이익을 몰수하고 소비자 피해를 반영한 과징금 부과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부과되는 과징금 중에는 70억달러(약 7조 7000억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며 법원 선고 전이라도 부당이익 몰수가 가능하다. 반면 국내의 경우 과징금 수준이 5억원 이하에 묶여 있고 부당이익 몰수는 징역형을 선고받아야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