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항간에는 이들 고속성장이 외형에 편중된 상태라며 건전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2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국내 할부리스사 총자산은 88조7000억원, 이 가운데 은행계가 30조3000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만 해도 은행계는 17조원 수준이었다.
이는 2011년 이후 지방은행들이 캐피탈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면서 은행계로 편입된 점과 현대캐피탈 등 기업계 캐피탈의 자산규모 정체 및 감소에 따른 현상이다.
자산 포트폴리오도 다변화돼 자동차금융자산이 늘고 개인·기업금융자산은 꾸준히 줄었다. 여전히 기업금융이 절반(51.6%)을 넘고 있지만 안정적인 자동차금융을 확대하고 기업성 고액여신을 축소해 신용집중위험을 상당히 완화했다.
2013년 이후부터는 대손비용이 하락해 수익성도 금융위기 이전수준으로 회복했다. 신용등급 상향으로 조달비용이 감소하고 조달구조 역시 장기자금 위주로 개편됐다. 향후 캐피탈업계에서 은행계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봉식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은행계 캐피탈의 펀더멘탈(시장지배력, 위험완충능력, 자본완충력)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개선되는 추세”라며 “금융지주의 지원 가능성과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낮은 조달비용은 수익기반을 늘리고 시장지위 및 이익창출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 은행계 성장 이끄는 지방은행 캐피탈
은행계 캐피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은 지방은행계 캐피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3분기 기준 BS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282억원으로 전년 동기(200억원)대비 41% 늘었다. 자산은 2조5399억원에서 3조4615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JB우리캐피탈도 당기순익은 121억원에서 214억원, 자산은 3조2916억원에서 4조770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특히 JB우리캐피탈은 2010~2011년 영업중단과 대우송도개발(舊 대우자동차판매) 충당금 문제로 적자에 시달렸던 과거랑은 전혀 딴판이다.
이에 반해 시중은행계 캐피탈은 성장이 더딘 상태다. 3분기 신한캐피탈의 당기순익은 37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하다. 자산규모 역시 1100억원 증가한 3조7724억원에 그쳐 조 단위로 늘어나는 지방은행계와 대조된다.
하나캐피탈 또한 당기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억원 증가한 378억원으로 소폭 성장했으며 KB캐피탈의 경우는 373억원에서 216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KB캐피탈 측은 지난 3월 KB금융에 편입된 이후 발생한 일회성 비용으로 이익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은행계 캐피탈에서 지방은행계가 시중은행계를 위협할 정도로 치고 올라오는 형국이다. 캐피탈사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아직은 기업계의 비중이 높지만 은행계가, 특히 지방은행계가 고속성장하며 위상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 급성장 후유증 우려하는 시각도 많아
그러나 지방은행계의 이같은 고속성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캐피탈은 기본적으로 고위험업종으로 분류됨에 따라 단기급성장은 신용측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사이기 때문에 자산성장은 곧 차입금 증가라는 뜻이다. 차입금(금융부채)이 급증하면 자본적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은행계는 기업계 대비 자본적정성에서 뒤처지는 편이다. 6월말 기준 은행계 캐피탈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13.2%로 기업계(15.8%) 및 전체(14.8%)보다 낮다. 레버리지배율(관리금융자산/자기자본) 또한 은행계가 8.8배로 기업계(6.9배), 전체(7.5배)보다 높다. 지방은행 캐피탈의 자산급증과 레버리지가 주원닫기

이와 더불어 캐피탈의 단기적인 자산 급성장은 위험요소라는 지적이다. 자산이 빨리 늘면 그만큼 부실자산도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한 여전법 개정안 시행으로 자동차금융의 경쟁이 더 심화될 수 있는 점도 리스크요인으로 지목됐다.
김봉식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은행계 캐피탈은 부실채권 대비 자본완충력이 금융위기 이전보다는 개선됐다”며 “다만, 자산건전성이 다소 미흡한데 특히 ‘요주의이하여신/자기자본 비율’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올랐다”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