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른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어 건강한 생활습관 관리에 대한 범국가적 대응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즉 생활습관을 개선해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의 ‘건강생활관리서비스’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인데, 이는 출산율 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역피라미드 인구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사의 새로운 성장동력 제고 측면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각국의 건강관리서비스를 짚어보고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할 부분들을 살펴봤다.
◇ 건강생활관리서비스란
건강생활관리서비스란 개인의 건강위험요인을 관리하기 위한 건강생활 기획, 상담·교육, 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질병관리 서비스를 포함한 개념이다. 이들은 실천적 서비스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본 등 몇몇 국가에서는 이를 의료행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기업과 보험사들이 의료비 절감을 위해 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질병관리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질환자가 아닌 사람도 대상으로 하는 건강생활관리서비스가 의료비 절감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서비스 발전에 박차가 가해졌다.
미국은 민간주도의 건강관리서비스 산업이 발달했으며, 민영보험사와 건강관리서비스 전문회사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각각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은 비슷하며,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IT기술을 이용해 정보의 집적 및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법률상 보호가 필요한 개인정보는 제도적으로 상담자, 콜센터 등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공적 보험자가 건강생활관리사업을 기획하고 실제 서비스 공급은 보험사, 의료기관, 전문기관 등이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검진기관이 건강위험도를 평가하고 건강생활실천 지도는 민간 전문기관이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이원적 체계다. 보험사는 주로 자회사를 통해 건강생활관리서비스를 공급하며, 공적 보험자로부터 위탁받은 업무 외에도 독자적 건강생활관리서비스, 장기간병서비스, 요양시설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반면 호주는 정부투자 영리보험사인 메디뱅크가 주요 건강관리서비스 공급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메디뱅크는 연방정부의 위탁을 받아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체 피보험자를 대상으로 공급하기도 하는데, 질병관리는 전화를 통해, 건강생활관리는 웹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다. 보험사가 직접적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는 찾기 어려운데, 이는 민영의료보험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적합한 기초진료인 외래서비스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법적 근거 마련 등 제도 정비 시급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 체제에서 만성질환에 대한 질병관리서비스와 건강생활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나 급여항목의 경우 급여수가가 낮아 공급이 저조하고, 비급여 항목 역시 극히 일부 환자만이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민건강보험법 체계에서 건강생활관리서비스 제공을 위한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서비스료 청구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고질적인 만성질환관리서비스의 수가 현실화와 함께 이에 대한 법적근거 마련 등 제도적 정비가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약 10여개의 전문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이 주로 기업, 보험사, 보건소로부터 위탁을 받아 행정대행(예약대행, 입퇴원 동행 등), 건강생활관리, 질병관리, 건강정보 제공, 고령자대상 간병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질병관리는 위법의 소지가 존재한다. 때문에 의료행위 부분과 비의료행위 부분으로 구분해 비의료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를 국민건강보험법 체계 혹은 별도의 법 등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험연구원 조용운 연구위원은 ‘건강생활관리서비스 사업모형 연구’보고서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와 건강위험도 평가와 관련된 비용 측면에서 국민건강보험이 소비자의 건강상태 및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사 등이 실제 건강생활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모형을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호주와 같이 건강위험도 평가부터 전 과정을 보험사가 수행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이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위험도를 측정하는 등 전 과정을 수행할 경우 개인정보보호 논란이 적고 정밀한 검진결과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의료비가 절감될 수 있어 의료기관이 이에 참여할 유인이 적다”며, “때문에 의료기관이 건강위험도 평가를 수행하고, 보험사 등 다양한 건강생활관리서비스기관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형이 개인정보보호 논란은 적되, 건강검진 비용 발생으로 서비스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은 ‘전 국민건강정보 DB’를 구축해 국민들에게 건강위험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 제도를 활용할 경우 건강검진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보험사는 의료비 절감과 손해율 안정을 위해 이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 건강생활관리서비스가 의료행위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어 보험사의 직접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건강생활관리서비스를 비의료적 행위로 규정하고 비의료기관이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언급했다.
2012년 현재 생보사들은 총 23만1701명의 위탁관리를 하고 있으며, 주요 서비스로는 명의 찾기 및 진료예약, 중대질환자 이송서비스, 치매검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현재 주로 종신보험 고액보험료를 납입하는 피보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건강위험이 높은 피보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보험금 지급을 낮추는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 의료비 절감 및 잠재시장 기대
조용운 연구위원은 건강생활관리서비스의 최적 모형으로 자회사를 통한 서비스 공급을 제안했다. 그는 “본사가 공급과정에서 획득한 개인정보를 본인동의 없이 보험판매 및 보험금지급 등 타목적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피하는 동시에 서비스 공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 불투명한 사업성으로부터 오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자회사가 국민건강보험이 온라인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건강위험도 평가결과를 우선 활용하고 그 다음 의료기관의 검진결과를 활용해 서비스를 공급해 건강생활개선을 하게 되면 의료비 절감 효과가 발생해 공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강생활관리서비스는 의료비 절감 효과와 더불어 건강증진, 직장에서의 생산성 증대, 상해발생 감소와 더불어 잠재시장으로서의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만성질병 유병률, 의료비 증가,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 증가 등 정책적 차원에서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 잠재시장으로서도 기대가 된다”며, “효율적 공급을 위해서는 공·사건강보험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주요 국가별 건강관리서비스 비교 〉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