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인도네시아에서는 하나은행과 통합법인 ‘PT Bank KEB Hana’를 출범하면서 현지 지점 36개를 흡수, 해외점포가 92개로 껑충 뛰었다.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점포를 보유하게 됐다. 진출 국가도 23개로 최다국가다. 인도네시아는 1개 금융지주사가 1개 은행만 보유해야한다. 현지에서 외환은행의 ‘KEB’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하나은행 보다는 외환은행을 앞세워 통합하기로 했다.
외환은행만으로도 가장 많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데 하나금융 전체로 넓혀보면 해외점포가 24개국 129개로 늘어난다. 그룹 차원에서도 2025년 해외영업 수익비중 40%를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 외환은행은 전체 수익의 16% 정도를 해외에서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수익 비중이 10.3%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통합범인 출범 전까지 최다 해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던 신한은행의 해외점포 수가 69개인 점과 비교해보면 하나금융 인수 후 외환은행은 해외 진출에 있어 엄청난 시너지를 얻게 됐다.
◇ 최대 규모 아시아벨트 구축
현재 외환은행은 아시아지역 점포 신설 및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1967년 은행 설립과 동시에 홍콩과 일본에 지점을 세우고 대한민국 글로벌 금융 개척자의 사명감을 이어 온 외환은행이다.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은 하나금융의 아시아벨트 추진 전략의 신호탄이다. PT Bank KEB Hana는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계 은행 중 최대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올 하반기 중국외환은행과 중국하나은행도 통합을 앞두고 있다. 통합이 완료되면 이 역시 중국진출 한국계 은행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다. 중국통합법인은 하나은행을 앞세워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은 올해 안에 인도 첸나이지점을 개설해 일본-중국-동남아-서남아를 잇는 아시아벨트를 완성하고 인도 타밀나두 지역 생산기지를 보유한 기업에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도 타밀나두 주에 위치한 첸나이 지역에는 현대자동차 및 협력업체, 삼성전자, 한전기공, 한진해운, 두산인프라코어 등 한국계 대기업 생산기지가 밀집해 있다. 타밀나두 주는 제조업기지로 각광받고 있어 이 지역으로의 투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며 금융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은 외환은행이 유일하다. 1976년 수도 마닐라에 역외금융기관 형태로 진출했다 1995년 지점으로 전환됐다. 지난해에는 마닐라지점 설립 18년 만에 클라크에 지점을 세웠다. 필리핀 정부는 외국계 은행 영업을 14곳으로 제한하고 있어 현재 또 다른 한국계 은행의 진출은 어려운 상황이다.
◇ 유럽 등 권역 확대 박차
오는 8월엔 기존 모스크바사무소를 러시아현지법인으로 전환하고 러시아를 비롯한 CIS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지역은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한국계 대기업 생산기지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다수 진출해 있다. 영업초기에는 한국계 기업과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및 무역금융 등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고 단계적으로 소매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영역을 확대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가 독일의 발전에 주목하면서 금융권에선 외환은행이 눈길을 끌었다. 1970년 9월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지점을 내며 파독 탄광노동자, 간호사들과 타향살이의 애환을 함께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독일현지법인을 중심으로 체코, 프랑스, 네덜란드 등으로 진출하며 유럽지도를 확장하고 있다.
◇ 중동·아프리카 개척도 외환은행이 앞장
중남미 진출도 외환은행이 가장 활발하다. 브라질법인을 비롯해 파나마지점, 칠레 산티아고사무소에 이어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 네 번째 점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브릭스 지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모두 점포를 가지고 있는 곳은 외환은행과 우리은행 뿐이다. 북미지역은 소매영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안에 캐나다 현지법인 산하 3개 영업망을 확충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의 다음 목표는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은 이미 국내은행간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외환은행 해외수익의 65%가 아시아 지역에서 나온다.
현재 중동 지역엔 기존 바레인지점과 두바이사무소를 비롯해 2012년과 2013년 터키 이스탄불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국내 최초로 지점을 세웠다. 국내 은행 가운데 중동 지역 최다 점포다. 외환은행 해외마케팅부 김대호 부장은 “중동 지역은 자원도 풍부하고 이라크나 이집트 등은 전후 재건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등이 투입되면 금융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중동을 교두보로 북아프리카에서 기반을 다진 후 남아프리카 등으로 본격 진출하겠다”고 전략을 밝혔다.
△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방문에 동행한 김한조 행장(오른쪽 첫 번째)이 독일 베를린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독 히든챔피언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