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소비자친화형 산업 투자에 초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 및 새해를 맞아 신년 기자간담회를 실시했으며,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경제’로 대통령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확인하는 기회였다. 특히 창조경제 실현을 본격화 하겠다며 중소기업 및 벤처생태계 육성을 강조했다. 때맞춰 엔젤·벤처투자자에게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법안도 통과됐으며 중소기업 신용보증제도 개선방안도 발표됐다. 창조경제 본격화를 위해 벤처생태계 육성을 선언한 정부의 기조 속에서 향후 업계의 미래를 짚어보기로 한다.(편집자주)
VC업계 1위는 자타공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다. 스틱은 지난 1999년 창립된 이래 현재까지 국내 VC업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00억원에서 시작된 누적펀드 운용규모도 약 15년이 지난 현재 2조5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재 스틱은 VC업계의 2차 그로스캐피탈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성장초기 기업 투자보다는 성장중기기업 투자에 집중해 2차 성장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는 상태다. 이는 ‘고리스크-하이리턴’이 아닌 ‘중리스크-중리턴’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올해 스틱은 작년에 미흡한 점으로 지적됐던 소비자친화형 산업 투자에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다. ICT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트렌드를 분석해 이에 부합하는 VC투자를 실시하겠다는 의미다. 최병원 스틱 대표는 “트렌드 중심의 투자를 실시할 것”이라며 “VC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해외진출 역시 일정 요건을 갖춘 국가에 적극적인 진출을 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누적 펀드 운용규모 2조5천억원… “작년 VC신규투자 4500억원 집행”
지난 1999년 7월에 설립된 스틱은 1999년 400억원 규모의 펀드 운용규모를 시작으로 약 15년만에 60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2013년 스틱의 누적 펀드 운용규모는 2조5730억원에 이른다.
작년 VC신규투자 규모는 45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490억원은 벤처투자조합인 스틱 팬아시아 테크놀러지펀드(이하 팬아시아펀드)를 통해 8개 기업에 투자됐다. 팬아시아펀드의 작년까지의 누적 투자규모는 총 11개 기업, 833억원 수준으로 투자 소진율 60%를 초과했다.
특히 스틱은 건당 VC투자 규모가 전체 업계대비 3배 이상 많다. 투자 건수보다 건당 투자금액이 높아 그로스캐피탈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 그간 업계에서는 스틱이 VC투자 보다 PE투자에 집중한다고 지적해왔다. 본업인 VC투자보다 수익 및 회전율이 높은 PE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최병원 스티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자사는 투자 건수는 적은편이지만 건당 투자규모는 크다”며 “작년 VC업계 건당 투자액은 18억6000만원 수준인데 반해 스틱은 건당 60~7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규모가 크면 수익률은 하락하더라도 리스크 부담이 줄어들어 中리스크/수익 추구가 가능하다”며 “투자를 집행할 경우 지분투자에 집중, 대부분 20~30% 수준의 VC투자를 집행한다”며 같은 기업에 투자를 하더라도 고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투자형태도 클럽딜보다 단독딜을 선호한다. 클럽딜은 중소VC사들이 선호하는 형태다. 단독딜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운용 펀드규모가 여타 VC사들보다 커서다.
최 대표는 “클럽딜을 운영하지만 단독딜을 선호하는 것은 운용여력뿐 아니라 책임과 수익을 동시에 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투자대상과 투자자간 상호 존중관계가 형성되는데 단독딜이 클럽딜보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투자업종별로는 작년에 ICT제조 산업 등 해외진출 가능성이 높은 유망업체에 집중했다. 업종간 사업연결 시너지와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성공적인 조기 IPO진행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스틱 관계자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약 346개 업체(해외 25개, 국내 321개)에 약 1조8656억원을 투자했으며, 69개 기업을 IPO시켰다”며 “최근 5년간 청산된 평균 펀드수익률도 19.4%를 시현했고, 투자원금 대비 1.7배를 회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5년간 ICT/기계부품/화학/에너지 등의 산업투자가 전체 투자의 약 70%를 차지한다”며 “기업성장 단계별 투자비중 또한 그로스캐피탈이 41%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 작년, 독자 브랜드 중기 투자 아쉬워… “트렌드 부합 투자에 초점”
물론 스틱도 작년에 아쉬운 점도 있다. 여러 산업의 투자를 집행했지만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독자 브랜드형 중소기업 투자가 미흡했다. 국내 경제의 국제적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 소비자들의 관련 선호도가 향상되고 있는 가운데 트렌드 파악을 통한 투자가 미진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올해 스틱은 해외 수출을 통해 글로벌 성장이 가능한 중소기업에 투자 초점을 맞추고 있다. 600억~1000억원의 신규 VC펀드를 2014년에 결성할 예정인 가운데 목표시장내 성장주도 가능성, 전후방 사업적 시너지 창출 가능성 등을 갖춘 중소기업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것. 건당 투자규모 역시 최대 150억원 수준으로 설정해 성장 초기기업 육성 및 성장확대 가속화 지원투자 등을 동시에 진행할 방침이다. 융합산업 투자에 초점을 맞춰 성장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중소기업들에게 2차 그로스캐피탈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설명이다.
최병원 대표는 “작년부터 스틱은 하드웨어 중심의 투자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투자 경향을 바꿨다”며 “산업 발전 트렌드 분석을 통한 유망산업 발굴에 나서고 있으며 이에 맞춰 작년부터 S/W, 바이오, 농업산업 투자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 경제에서 가장 강한 산업은 ICT로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올해 포커스로 맞추고 있다”며 “소비자 친화형 산업까지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틱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기업 성장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창조형 기술혁신제품으로 독자적인 글로벌 브랜딩이 가능한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투자경험을 바탕으로 유망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글로벌화 연결성 확보와 VC펀드 수익률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 대표는 최근 정부가 벤처생태계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코스닥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고루하지만 아직까지도 VC업계의 최대 과제는 ‘엑시트(투자 회수) 다각화’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정부에서도 코스닥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코스닥IPO가 줄어드는 이유는 2가지로 높은 심사기준과 그에 따른 메리트 하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코스닥은 기관투자자의 지원이 없으면 IPO가 이뤄지기 힘든 상태”라며 “이는 시장 사이즈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 코스닥 활성화가 없이는 코넥스 활성화는 먼 나라 이야기로 국회 및 정부당국의 협조가 절실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 해외진출 적극 추진 시기 맞지만 “일정 요건 고려해야”
국내 VC업계의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른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VC업계에서는 국내가 아닌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시기라는 목소리가 크다. 최 대표는 VC사들이 무조건적인 해외진출이 아닌 이머징 마켓, 사회적 안정, 합리적 인구구성 등 3가지 요건을 갖춘 국가로의 진출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스틱은 중화권과 미국 등 5곳에 진출해있다”며 “대부분의 투자는 아시아존이 중심이며 자금조달은 해외서 일정부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VC사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요건을 충족한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며 “이머징 마켓이자 사회적 안정성을 가지고 있고, 젊은 인구의 유입이 활발한 곳에 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가 현재 중국을 제외하고 주목하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다. 이들은 이머징 마켓이자 사회적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인구 수가 많은 가운데 잠재적 구매층은 젊은 세대의 비중이 높다.
그는 “미국이 VC투자가 활발하고 경제 대국이 된 이유는 이민자 유입 등으로 인해 젊은 층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의 인구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도 이유”라며 “이머징 마켓이자 잠재적 구매층이 젊은 층이 많다는 것은 어느정도 보장된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