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산은은 발행 추진 금액의 7.9배에 이르는 2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주문량을 따냈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과 프랑스 국채마저 국제금융시장에서 어려움에 시달리는 마당에 아시아 지역 투자가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번 리파이낸싱으로 두산인프라코어는 한 시름 덜고 본격적인 성장과 흑자 구도 굳히기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 인수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하고서도 차입금 상환부담에 대한 시장우려에 운신의 폭이 제한되는 비운을 겪던 터였다.
◇ 오직 신디케이션 탈피, 본드 등 복합파이낸싱의 힘
이번 리파이낸싱 역시 신디케이션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두산인프라코어 측이 지난 2007년 인수 당시 조달한 29억 달러 신디케이션 자금 가운데 6억 1000만 달러 가량 갚고 22억 9000만 달러가 남은 가운데 리파이낸싱을 통해 차입조건 개선을 일군 것은 획기적이다. 물론 산은을 중심으로 새로 신디케이션에 나선 데다 역내외 본드 발행을 결합한 점이 탁월하다.
신디케이션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 미국법인 쪽으로는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7억 5000만 달러를 구성했고 유럽법인 쪽으로는 산은 6억 4000만 달러를 비롯해 기업, 외환, 신한, 국민은행등이 합해서 9억 7000만 달러를 모았다. 이들 신디케이션 조건은 6개월 만기 Libor에 430bp를 가산하는 호조건이라고 산은은 설명했다.
이렇게 마련한 신디케이션 규모는 17억 2000만 달러에 이른다. 와중에 산은이 사채보증하고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하는 글로벌본드를 싱가포르에서 발행을 타진해 3억 5000만 달러 규모로 성사시켰다. 5년 만기인 이 공모채는 그 결과 미 국채 5년 물 금리에 365bp 가산하는 조건으로 발행을 마쳤다. 산은이 보증하고 역내에서 발행한, 즉 김치본드로 조달한 1억 3000만 달러 자금 역시 3개월 Libor 금리에 235bp를 얹은 조건으로 마무리 지었다.
◇ ‘흑전’ 발판삼은 비익조 날개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밥캣은 차입금 상환부담을 덜면서 성장과 수익 실현에 가속도를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458억원 적자였던 밥캣은 올해 같은 기간 1098억원 흑자 전환했고 당기손익 기준으로도 흑자전환의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3분기 188억원 흑자를 신호탄으로 올 3분기에는 412억원으로 영업이익이 늘었다.
소형건설장비업체인 이 회사 수주잔고가 지난 1분기 9700대에서 3분기엔 1만 4800대로 5100대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이제는 실적의 가파른 개선이 예상된다. 대규모 차입을 통한 M&A에 성공한 입장에서 차입조건 개선이 특히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리파이낸싱 전에는 자본적 지출 가능 규모가 전체 매출액의 5% 이내로 제한된 반면 앞으로는 매출액의 10% 이내로 확대되는 등 숨통을 적잖이 텄기 때문이다. 산은 김한철 이사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리파이낸싱을 통해 두산그룹 전체에 영향을 끼쳤던 밥캣 관련 시장의 우려를 털어 냄으로써 두산 계열사 전체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최근 타이틀리스트 인수금융 주선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 리파이낸싱을 주도함에 따라 글로벌 무대에서 기업금융(CB)과 투자금융(IB)를 결합시킨 CIB 선도 금융사로서 위상을 굳건히 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