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차례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큰 홍역을 치른 뒤 수익구조의 다변화를 외치며 자산관리업무를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공통적으로 브로커리지 업무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사나 중소형사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로 비슷한 업무에만 치중하면서 한정된 시장 속 개별 증권사간의 경쟁만 심화, 업계의 불균형을 가속화시켰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증권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업무영역 확대와 각종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데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더 이상의 비전이 없다’는 데 공감, 각 증권사마다 확실한 방향을 설정해 대형화·전문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브로커리지에 대한 미련은 과감히 떨쳐 버리라는 얘기다.
◆ “증권사 이제 해결사로 나서라” = 이는 지난 23일 한국증권연구원이 영종도 하얏트리젠시인천호텔에서 개최한 ‘증권·선물 시장 및 산업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더욱 심도 있게 논의됐다.
정책 및 감독당국, 업계, 유관기관, 연구기관 및 학계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간의 노력에도 각 업종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각 업권마다 전문화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업무영역 확대를 위한 노력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증권업의 경우 기존의 주식 중개업무에서 한 걸음 나아가 기업금융과 자산운용을 축으로 하는 금융해결사로 변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을 받았다.
현재 증권업계는 경쟁구도에 변화가 없고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증권사의 부재를 비롯한 구조조정의 진전이 없어 개별 회사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특히 최근 들어 업계의 수익구조는 일부 변화하고 있긴 하지만 투자은행업무가 위축되면서 이로 인한 시장에서의 평가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천편일률적인 브로커리지 영업 형태에서 탈피, 투자은행(IB)·자산관리 강화 등을 통한 수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증권연구원 김형닫기

투자은행업무를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조성훈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증권업계에서 투자은행 업무라 하면 단순히 인수업무라는 좁은 시각이 대부분”이라며 “증권의 설계, 인수·발행, M&A 및 기업구조조정 자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은행업무에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투자은행업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기업과 투자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증권 및 M&A 딜의 설계 능력과 국내 자본시장에서 큰 의미를 갖는 ABS 및 구조설계금융 설계 능력 배양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자산운용업·선물업계 특화에 초점 = 이와 함께 자산운용업계와 선물업계를 활성화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제들도 쏟아졌다.
자산운용업계는 최근 적립식 펀드 등의 폭발적 인기로 과거에 비해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는 있으나 산업구도, 펀드수 및 규모 등의 측면에서는 크게 변한 게 없는 것이 사실. 현재 47개의 자산운용사 중 17개가 자본잠식에 빠져 있을 정도다.
때문에 운용사간의 합병과 부실사의 퇴출 등의 업계 구조조정과 중소형사들의 특화 전략, 펀드의 대규모화, 장기화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선물업의 경우에도 선물사들의 구조조정과 특화가 업계를 발전시킬 효율적인 방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파생상품시장은 국내 경제의 특성상 그 유용성이 크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선물업의 경쟁력 강화는 꼭 필요하다는 것.
따라서 선물업 역시 주가지수선물과 옵션 이외에 다양한 파생상품에 특화된 선물회사 발전 모색이 필요하고 반도체 D램 파생상품, 에너지파생상품과 같이 한국 특성에 적합한 신상품개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