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환주 KB국민은행장 / 사진제공 = KB국민은행
일각에서는 지난해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한 자회사를 매각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흑자를 낸 지금이 매각 적기라고 분석한다.
"목적’에 집중하고, 목적 달성에 최적화된 ‘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이환주닫기

KB국민은행은 16일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부코핀파이낸스(Bukopin Finance)의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1983년 설립된 KB부코핀파이낸스는 지난 2008년 KB뱅크의 부코핀은행 시절 인수된 금융사로, 개인신용·자영업자 대출과 자동차 할부금융 등이 주력 서비스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민은행이 지분 99.24%를 보유 중이며, 지난해 124억 6000만 루피아, 우리돈 약 10억 5300만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흑자 전환을 이뤘다.
부코핀 파이낸스가 흑자전환을 이룬 시점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다수의 은행권 관계자들은 "지금이 적기"라고 평가한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뱅크는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 회계 기준으로 3422억 6000만루피아, 우리돈 약 2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국내 회계 기준상으로는 357억원의 순손실을 보였다.
환율 변동과 대손충당금 인식의 차이, 자산 평가와 인식의 차이 등으로 실적이 달라졌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지난해 2409억원 순손실을 보이며 2023년보다 680억원 가량 적자 폭이 커졌다.
KB금융은 공시를 통해 "25년에는 미국 발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를 인도네시아의 정책이 얼마나 상쇄해 줄지가 관건"이라며 KB뱅크 건전성 확보의 필요성을 드러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KB뱅크에 차세대전산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도입해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디지털 채널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에 172개 지점을 둔 KB뱅크는 올해 8개 지점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을 갖고 있어 이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2020년 설립된 KB캐피탈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SKBF(Sunindo Kookmin Best Finance)가 영업개시 1년 2개월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라는 점도 현지 자동차금융에 대한 미련을 없애고 부코핀 파이낸스 매각을 결정하는 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의 이번 부코핀 파이낸스 매각 결정이 이환주 국민은행장의 '목적 집중'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한다.
이환주 행장은 올해 초 취임사를 통해 "‘목적’에 집중하고 목적 달성에 최적화된 ‘수단’을 찾아 ‘실행’하는 능력이 차별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소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을 경계하면서 숲 전체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행장의 설명이다.
즉 부코핀 파이낸스의 흑자전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각으로 '인도네시아 내 KB금융·국민은행 영향력 확대'라는 목적에 집중해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난달 말 신규 임명된 쿠나르디 다르마 리에(Kunardy Darma Lie, 쿠나르디) KB뱅크 신임 행장이 제시한 경영 전략도 이 행장의 기조와 일치한다.
쿠나르디 신임 행장은 선임과 함께 5가지 핵심 전략을 발표했는데, 그 첫 번째가 '사업 안정화·지속 가능한 수익기반 구축'이었다.
두 번째는 '비용·리스크 관리 강화'로, 두 전략을 모두 이행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반면 KB뱅크의 1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보다 6.55% 이상 줄어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부코핀 파이낸스 매각이 적절한 자본 강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JB우리캐피탈은 JB금융지주에서 자동차할부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비은행 계열사로, 개인신용대출·부동산금융 등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총자산이 10조 2331억원에 달하며, 당기순이익도 JB금융 내에서 광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239억원을 기록하는 등 인수 역량은 충분하다.
JB우리캐피탈은 현재 글로벌 법인으로 'JB캐피탈미얀마'를 보유하고 있는데, 부코핀 파이낸스를 인수할 경우 인도네시아 자동차 금융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어 글로벌 진출의 새로운 교두보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코핀파이낸스의 수익 규모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사업 영역이 같은 JB우리캐피탈이 인수 할 경우 국내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이식해 빠르게 성장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