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합병 시기나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된 것은 아니지만 수일 내 컨설팅 회사를 선정, 이전의 금융권 합병사례를 바탕으로 최상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인 것.
하지만 그동안 금융기관 합병시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으레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돼 온 만큼 “은행처럼 큰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동원증권 김남구닫기

이에 따라 동원과 한투증권 노동조합은 ‘고용안정’을 최대 중점과제로 삼고 본격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 한파를 방지하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두 노조간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증권과 투신의 문화차이가 다소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번 합병과정에서의 출혈을 최소화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 동원노조, “형식적인 고용승계 의미 없어” = 동원의 한투증권 합병계획이 본격화되면서 인수자인 동원증권 직원들의 불안감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여러 번 공식적으로 발표됐지만 “당장이 아니더라도 가능성은 늘 열려있는 것 아니냐”며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
더욱이 자산관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현 증권산업의 분위기에 따라 브로커리지가 주 업무인 동원증권 직원들은 상대적 불안감에 떨고 있다.
동원증권의 한 직원은 “아무리 동원이 인수자의 입장이라고는 하나 직원들이 느끼는 입장은 한투나 우리나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성과급제 실시, 가혹한 약정강요, 열악한 처우 등에도 불구 회사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어려움을 참아내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 노력했던 직원들이 이번 합병과정에서 외면될까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동원증권 노동조합는 인수본계약을 체결한 지난달 22일부터 △실질적인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할 것 △인수합병 후 합병증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합병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위해 직원들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사기진작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제껏 동원증권이 타 증권사에 비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적었던 것은 자체적으로 상시적 구조조정이 이뤄져 왔기 때문”이라며 “합병당시에는 형식적인 고용승계가 이뤄질지 모르지만 합병 이후 본사유휴인력 지점배치, 지점 원거리 배치, 재교육 훈련 등의 인사발령으로 자진퇴사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합병 후 동원증권과 한투증권 직원들의 고용승계, 노동조합 및 단협승계를 보장해 실질적인 고용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합병과정에서 어느 한쪽의 힘만 강하게 보여준다고 다 받아들여지는 게 아닌 만큼 동원과 한투증권 노조의 연대도 조심스럽게 추진할 계획이다.
김대문 위원장은 “아직까지 한투노조와 합병과정의 진행방향에 대한 논의는 없는 상태”라며 “그러나 이미 고용안정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연대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투노조, “직원들 충격 최소화에 주력” = 이미 동원이 인수할 것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본계약을 체결하자 한투증권 직원들은 허탈감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피인수된 처지이다 보니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 칼날의 방향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입장이어서 그야말로 좌불안석인 상황인 것.
한투증권 한 직원은 “회사 직원 중 동원이 인수한 것을 반기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30년의 역사를 접고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써야하는 현 시점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때문에 합병과정에서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투증권 노동조합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일부터 새로운 집행부로 다시 시작하는 한투노조는 “합병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고용안정책과 독립경영, 한투 인수 후 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동원금융지주측이 현 합병과정에서 노조의 입장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고 판단, 직원들의 목소리가 수렴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박철표 위원장은 “현 집행부가 이제 막 출발했기 때문에 향후 투쟁의 방향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전 집행부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 “동원증권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로 문제를 끌어가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기 때문에 앞으로 연대 가능성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며 “하지만 아무래도 인수자와 피인수자간의 입장차와 문화적 갈등이 산재한 만큼 이를 풀어나가는 것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