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손보업계 구조조정은 대한 국제 리젠트화재의 퇴출, 제일화재의 기사회생으로 밑그림이 그려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23일 정례회의를 열고 대한 국제 리젠트화재에 대해서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키로 하고, 제일화재의 경영개선계획은 승인했다.
이날 금감위는 대한 국제 리젠트화재에 대해 부실금융기관 결정 및 경영개선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위한 사전절차로서,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들 3사는 내달 3일까지 이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야 하고, 의견제출 이후 부실금융기관 및 경영개선명령이 확정되면 최종 경영개선계획 제출기회를 갖게 된다. 경영개선명령에 따라 제출한 최종 경영개선계획이 불승인될 경우 그 회사는 제3자 매각 또는 계약이전 등의 방식으로 퇴출된다.
그러나 제3자 매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동안 이들 3사가 자력회생하기 위해 외자유치, 매각 등을 다각도로 추진했음에도 모두 수포로 돌아간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금감위가 이들 3사에 대해 자산부채실사를 한 결과 리젠트는 부채가 자산을 560억원 초과하고, 국제는 453억원, 대한은 408억원이 각각 초과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급여력비율도 3분기 결산 시점인 12월말 현재 리젠트의 경우 마이너스 113.5%이고, 국제화재는 마이너스 5.0%, 대한화재는 57.4%이다.
이들 회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분참여를 추진했던 일부 외국사들이 자체 실사를 실시한 이후 태도를 바꿨다는 것은 생각보다 부실규모가 컸던 데 원인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제3자로의 매각은 매우 어렵다고 봐야 한다.
매각이 안될 경우 부실생보사와 마찬가지로 P&A(계약이전) 방식에 따른 퇴출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지급여력비율이나 당기손익 규모로 봤을 때 삼성화재 외에는 P&A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퇴출보험사의 보험계약이 그대로 우량보험사에 이전되는 만큼 삼성 이외의 상위사가 이들을 인수할 경우 2위권 순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11월말 현재 대한화재의 M/S는 3.6%이고 국제화재는 2.6%, 리젠트화재는 1.7%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산술적인 개념으로 봤을 때 이를 상위권 3개 회사가 고루 나눠가질 경우 상위사들의 시장점유율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현실적으로 현대해상의 경우 지급여력비율이 110%대로 불안하고 LG화재는 업계 최대적자규모인 점이 P&A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 만일 삼성화재와 동부화재가 이를 나눠갖게 된다면 근소한 차이로 현대해상에 뒤져있는 동부화재가 일약 2위로 도약할 수도 있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또 삼성화재는 M/S 30%를 가뿐히 넘어서면서 독점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삼성화재가 P&A로 인수하기에 가장 적합한 회사가 어디인지를 자체 조사했는데, 대한화재가 M/S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일반보험 물건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국제화재를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과가 나와 P&A에 의한 인수사로 국제화재를 낙점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신동아화재 인수를 추진 중인 SK그룹이 추가 인수해야 하는 부실사로 이들 3사 가운데 한 회사를 택할 경우 신동아화재의 M/S도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자체 물건에다 신동아화재의 점유율, 추가 인수사의 점유율이 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통보받은 대한 국제 리젠트화재의 행보는 상위권 손보사의 판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김성희 기자 shfre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