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유럽에서 각각 ‘캐스퍼EV(현지명 인스터)’와 ‘EV3’를 앞세워 판매량을 끌어올린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현지에서 호응이 높은 소형 차종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종을 투입해 미국 수익성 악화를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5일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소형 전기차 캐스퍼EV와 EV3를 앞세워 각각 상반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 4만6380대, 5만5915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3%, 60% 증가한 수치다. 이중 캐스퍼EV와 EV3는 각각 상반기 약 2만대, 약 3만대가 판매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출시한 캐스퍼EV와 EV3가 유럽 지역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며 “비교적 몸집이 작으면서도 실용성을 중시한 소형차와 준중형 대표 차량들이 좁은 도로와 주차 공간이 부족한 유럽에서 선택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반기 유럽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 현지 공략을 강화한다. 먼저 현대차는 3분기 중 대형 전기 SUV EV9을 출시한다. 이어 4분기에는 아이오닉6와 수소 전기차 ‘넥쏘’까지 투입한다.
기아는 첫 전기 세단 ‘EV4’를 비롯해 EV5를 출시한다. 특히 EV4는 유럽에서 호응이 높은 해치백 모델 공개에 이어 최근에는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한 ‘패스트백’ 모델까지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다. 이 밖에 기아의 첫 PBV(목적기반차량) ‘PV5’도 유럽 출격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하반기 유럽 시장 공략 성패는 올해 양사 수익성 방어에 핵심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수출 약 40%를 미국에 의존한다. 하지만 트럼프닫기

현대차는 4월 시행된 미국 보편적 관세 영향으로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감소한 3조6016억원을 기록했다. 관세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약 8282억원 감소했다. 기아도 2분기 영업이익 2조76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4.1% 감소했다. 관세 영향으로 증발한 이익은 약 786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한미 관세 협정으로 관세율이 25%에서 15% 낮아지면서 한숨 돌린 상황이다.
하지만 하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을 통해 예정보다 7년 앞당겨진 오는 9월 30일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한다. 여기에 보편적 관세에 품목별 관세까지 추가되며 전기차 수요 자체가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31만839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분기 하락세는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올해 미국 신차 내 전기차 판매 비중 전망치도 기존 10%에서 8.5%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전기차 시장 대응으로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세계 3위 전기차 시장 유럽이다. 유럽은 미국과 달리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벗어나 판매 반등세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 다른 유럽의 정책적 요소가 주효했다. 유럽연합(EU)는 올해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를 의결하며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했다. 대표적으로 유럽 판매 1위 폭스바겐은 올해 ID.4에 이어 ID.3와 ID.5 등 소형 CUV, 플래그십 세단인 ID.7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했다.
여기에 유럽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부활 및 확대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유럽행을 당기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부터 3만7000파운드(한화 약 6800만원) 이하 전기차에 3750파운드(약 700만원) 보조금 지원을 시작했다. 다음 달에는 이탈리아가 1만1000유로(약 1700만원)에 이르는 보조금 정책을 시작한다. 독일도 법인 전기차에 대한 최대 75% 세금 혜택 등 전기차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연초 제시한 유럽 현지 상황 변화에 따른 전기차 판매량 확대 기조는 유지 중”이라며 “하반기 유럽 전기차 경쟁이 더 치열하게 전망되는 만큼 신차 투입 등 역내 경쟁을 대비 중”이라고 전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