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생 김경희 부사장은 부산대 조선공학과 졸업 후 1994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31년 7개월간 일하고 있다. 현재 CFO를 맡고 있지만 사실 김 부사장은 생산·기술 전문가로서 일한 시간이 더 오래됐다.
그는 운반선그룹장, 의장설계팀장, 해외사업팀장을 거쳐 2021년 말 상무로 승진했다. 당시 삼성물산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 담당 임원으로 발탁돼 2023년 11월까지 일했다. 그해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중공업 생산지원본부장으로 복귀했다.
지난해말 경영지원실장이 되며 ESG 사내 최고책임자로 선임됐다. 삼성중공업은 경영지원실장이 CFO를 맡는다. 올해 3월부턴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김 부사장은 ESG 최고책임자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은 ESG 경영 추진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4월 ESG 최고책임자 제도를 도입했는데, CFO가 이 역할을 맡게 했다. 김 부사장은 전사 ESG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주요 과제와 성과를 관리·감독한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판교 연구개발(R&D)센터를 매각해 마련한 4000억원을 재무구조 개선과 선박 제품에 투자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58.59%에서 올 3월 말 327.56%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3202억원에서 –1709억원으로 돌아섰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면 통상적으로 투자를 확대됐다고 본다.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발표한 친환경 기술 개발 활동 및 성과만 해도 6건에 달한다. 지난 2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초극저온 소재와 암모니아를 이용한 연료전지 개발에 나섰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공기저항 저감 장치인 ‘세이버 윈드캡’을 설치한 컨테이너선도 인도했다. 세이버 윈드캡을 설치하면 연비를 최대 6%까지 향상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연료 소비를 줄여주는 디지털솔루션 검증에도 나섰다. 지난 5월에는 거제조선소에 기존 분산 운영했던 안전과 보안 관제 기능을 통합한 통합관제센터를 새로 구축했다. 운영비를 최소화하고 납기를 줄이는 심해용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 표준모델을 개발했다.
LNG운반선, 해양생산설비와 같은 하이엔드 프로젝트 수주 전략으로 올 6월 말 기준 265억 달러(약 37조원)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이중 LNG운반선 147억 달러(65척, 약 20조원), 생산설비는 30억 달러(2척, 약 4조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기업 신용등급 ‘A-(안정적)’를 받았다. ‘BBB+(안정적)’을 받은 지 약 6개월 만에 상향 조정됐다.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워지고 관련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두 신용평가사 모두 신용등급 조정 이유로 수주잔고 질적 개선과 고가 잔고 기반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 현금흐름 개선으로 재무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김경희 부사장은 “올해는 향후 ESG 공시에 대응하기 위한 로드맵 기반 체계적 준비와 공급망 관리 강화를 통해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며 “사내 ESG 최고책임자이자 최고재무책임자로서 지속가능성과 재무건전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