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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 시대…증시, 유동성보다 실적·옥석가리기 장세로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7 11:15

한은, 2개월 연속 금리 인상…성장률 3.3%로 상향
유동성 장세 제동…‘3%가 끝인가’에 증시 향방 갈릴 듯

기준금리 3% 시대…증시, 유동성보다 실적·옥석가리기 장세로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끌어올리면서 국내 증시가 새로운 금리 환경에 진입했다. 지난달 2.75%로 3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한 것은 3년 7개월 만이다.

특히 이번 금리 인상은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한 긴축이라기보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을 바탕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해진 가운데 물가와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6%에서 3.3%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기준금리 3% 자체보다 향후 금리 경로와 증시의 이익 체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상승이 주식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요인은 분명하지만, 성장률과 기업 실적이 함께 개선된다면 증시가 일방적인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유동성 장세 제동…‘돈의 가격’이 증시 변수로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유동성이다. 기준금리가 3%에 진입하면서 예금과 채권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는 만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속도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투자자예탁금이 과거 고점 대비 100조원대로 낮아진 가운데 은행권 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기준금리 3% 진입이 이 같은 자금 이동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를 단순한 ‘증시 자금 이탈’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증시 전체에서 돈이 빠져나가기보다 금리와 실적을 따져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의 질적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3%에 진입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시장이 이를 얼마나 지속적인 고금리 환경으로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며 “예금과 채권의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종목별 자금 이동과 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주 부담 커지지만…AI·반도체는 실적이 관건

금리 상승에 가장 민감한 영역은 고평가 성장주다. 기준금리 상승은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을 높인다. 현재 이익보다 미래 성장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받았던 종목일수록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까지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AI와 반도체 관련주 역시 금리 변수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국면에서는 성장주 전체를 일괄적으로 매도하기보다 실제 이익 증가가 뒷받침되는 종목과 기대감만으로 오른 종목을 구분하는 과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성장률 전망이 3%대로 올라선 데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경기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결국 금리 상승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부담을 기업의 이익 증가가 얼마나 상쇄하느냐가 관건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금리 상승만 놓고 보면 성장주에 불리하지만 반도체처럼 실적 추정치가 실제로 상향되는 업종까지 일괄적으로 금리 피해주로 볼 필요는 없다”며 “향후에는 성장률보다 이익 증가율이 높은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 간 차별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주도 금리 수혜보다 실적·건전성 따져야

금융주 역시 단순한 금리 수혜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은행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개선 기대가 있지만, 대출 수요 둔화와 건전성 악화 가능성은 부담이다. 증권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거래대금 감소가 브로커리지 등 자본시장 영업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채권은 ‘인상 자체’보다 최종금리 확인이 중요

채권시장에선 오히려 기준금리 3% 진입 이후가 중요하다. 금리 인상이 이미 시장금리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면 추가적인 금리 상승 폭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한은이 추가 인상을 시사할 경우 채권금리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 자체보다 3%가 이번 긴축 사이클의 최종금리인지 여부가 핵심이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 사이클의 후반부라면 기준금리 인상 자체보다 향후 동결 기간과 인하 가능성이 채권가격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다면 중단기물부터 금리 하락을 선반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 전략은 ‘고수익’보다 ‘이익의 질’

기준금리 3% 시대에 증권가의 투자전략도 달라질 전망이다. 과거처럼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가격을 끌어올리는 장세보다는 기업의 실적과 현금흐름, 재무건전성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되는 장세가 예상된다.

특히 △높은 이익 성장률이 지속되는 기업 △부채 부담이 낮은 기업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 기업 △주주환원 여력이 높은 기업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이 확인되지 않는 성장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디레이팅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기업 역시 이자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하향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한 증권사 전략가는 “지수 자체의 방향성보다는 종목 선택의 중요성이 커지는 국면”이라며 “금리와 실적 전망을 함께 놓고 보면 배당이나 주주환원, 현금흐름이 뒷받침되는 기업의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금리가 올라서 주식을 팔아야 한다’가 아니라 ‘금리가 올라간 만큼 어떤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가’를 따지는 시장으로 바뀌는 셈이다.

코스피, 금리보다 ‘이익과 외국인 수급’이 중요

국내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기준금리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이익 개선 기대가 강하고, 외국인 수급 역시 지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국내 금리 상승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더라도 반도체 업황과 수출, 기업 실적이 이를 상쇄한다면 지수의 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나 원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회피가 강화될 수 있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경로와 장기금리, 원·달러 환율, 외국인 수급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좌우할 변수다.

‘3% 시대’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추가 인상 여부

결국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 3% 도달 자체에서 다음 금통위의 방향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번 인상이 긴축 사이클의 마지막인지, 추가 인상의 신호탄인지에 따라 주식과 채권의 투자전략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3%에서 멈추고 물가가 안정되는 가운데 기업 실적이 개선된다면 증시는 금리 충격을 소화하면서 다시 실적 장세로 전환할 수 있다. 반면 추가 인상이 이어지고 시중금리가 동반 상승한다면 고밸류 성장주와 부채 부담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결국 기준금리 3% 시대의 증시는 ‘유동성이 밀어 올리는 시장’에서 ‘실적이 증명해야 오르는 시장’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상승에 따른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면서도 시장 전체를 비관하기보다 실적과 재무건전성, 주주환원 등 펀더멘털이 확인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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