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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곳 향하지만 다른 선택…주주환원도 ‘각자의 공식’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5 09:30

삼성은 ‘현금배당’,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소각’…같은 반도체 호황, 다른 자본배분 전략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곳 향하지만 다른 선택…주주환원도 ‘각자의 공식’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막대한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돈을 푸는 방식에 있어서 두 회사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대규모 현금배당을 앞세웠고, SK하이닉스는 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사들여 전량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나섰다. 같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에서 기록적인 현금창출력을 확보했지만, 두 회사의 주주환원 공식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번 주주환원책의 차이는 단순히 경영진의 선택만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지배구조와 규제, 주요 주주의 지분 구조, 향후 투자계획까지 각 회사가 처한 조건이 서로 다른 탓이다.

삼성전자, 최대 110조원…우선 ‘배당’으로 푼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약 90조~110조원 규모의 2026년 주주환원 시행 방안을 의결했다.

이는 기존 최대 규모였던 2020년의 약 20조3000억원의 5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3분기 중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구체적인 주당 배당금은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나머지 60조~80조원은 2026년 실적이 확정된 이후인 2027년 1월 이사회를 통해 결정한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 모두 선택지에 포함될 수 있지만, 당장 시장에서 대규모 자사주를 사들이는 방식은 아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보다 직접적인 방식을 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보통주 2407만주, 금액으로 약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는 것을 결정했다. 매입 기간은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다.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주주환원 목표도 기존 ‘5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높였다.

삼성전자가 우선 현금배당으로 주주환원을 시작했다면, SK하이닉스는 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사들이고 이를 없애는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같은 주주환원인데…왜 방식은 달랐나

두 회사의 선택이 갈린 배경에는 지배구조와 규제 환경의 차이도 자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당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최대주주의 지분율 측면에서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다.

지주회사인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SK스퀘어의 보유 주식 수가 그대로여도 지분율은 상승하게 된다.

특히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이 법상 지주회사 규제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지분율 관리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이 진행될 경우 주요 계열 금융회사들의 지분율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구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금융산업 규제와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이들의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이미 보유 지분율이 규제 한도에 근접한 상황에서는 자사주 소각 이후 지분율 상승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지분 조정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

자사주 소각 자체는 주당가치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주주환원 효과만 계산할 수 없는 이유다.

‘배당의 삼성’과 ‘소각의 SK하이닉스’

주요 주주의 지분 구조도 두 회사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오너 일가의 직접 지분율이 사실상 매우 낮은 구조다. 따라서 배당을 확대한다고 해도 오너 일가로 직접 유입되는 현금 규모는 제한적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오너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이 있다. 대규모 현금배당이 실시되면 일반 주주뿐 아니라 주요 주주에게도 직접적인 현금이 돌아간다.

물론 이를 두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을 결정한 직접적인 이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주환원은 투자계획과 현금흐름, 재무구조, 성장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금액을 주주에게 돌려주더라도 주요 주주의 지분 구조에 따라 실제 효과와 이해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책은 단순한 ‘배당 대 자사주 소각’의 문제가 아니라 각 회사의 지배구조와 자본구조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단기 수급은 SK하이닉스, 안정적 현금환원은 삼성전자

주가 수급 측면에서는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보다 직접적인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배당은 회사가 주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사들이는 만큼 매입 기간 동안 실제 매수 수요가 발생한다.

여기에 매입한 주식을 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도 줄어든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이후 하루 약 65만주 안팎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평균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회사가 직접 매수하는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구조적인 매수 주체가 일정 기간 시장에 존재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삼성전자 투자자에게는 당초 기대했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당장 시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최대 110조원에 이르는 주주환원 규모 자체는 삼성전자의 현금창출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규모 반도체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하면서도 막대한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은 향후 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을 의미한다.

AI 시대, ‘얼마나 버느냐’에서 ‘어떻게 나누느냐’로

이번 주주환원책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시장의 관심이'얼마나 많은 설비투자를 집행하고 선단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가'에 집중됐다면, AI와 HBM을 필두로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하는 국면에서는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자본배분의 효율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현금배당을 통해 독보적인 현금창출력과 재무적 유연성을 입증했고,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당가치 제고와 수급 개선을 동시에 겨냥했다. 같은 반도체 호황을 맞이했지만 지배구조와 셈법에 따라 주주에게 다가가는 길은 달랐다.

결국 이번 환원책은 단순한 금액 경쟁이 아니다. AI 투자전에서 얻은 막대한 결실을 어떻게 나누고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각자의 답안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시한 서로 다른 공식은 향후 국내 대기업들의 자본배분 전략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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