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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AI 반도체 진검승부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29 13:27 최종수정 : 2026-01-29 14:18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같은 날 연이어 진행한 실적 발표를 통해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본격화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1위 수성'을 공언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수익성을 고려한 유연한 생산 전략과 차세대 HBM 기술 경쟁력 회복을 강조하며 맞불을 놓았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시장 신뢰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SK "HBM 우선" vs 삼성 "유연하게"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달성했다. 같은해 매출 333조6,059억원, 영업이익 43조6,011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수익성을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24조9,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에 절반 수준이다. 작년 상반기 HBM 주도권을 내주며 관련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게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AI 반도체 진검승부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는 올해 대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AI발 메모리 대란으로 범용 D램 수익성이 HBM을 능가하는 현상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범용 D램에서는 압도적인 양산능력과 유연성을 갖춘 삼성전자가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다.

올해 양사 경영전략도 미묘하게 다르다. SK하이닉스는 "단기 성과보다 고객 신뢰가 중요하다"며 HBM의 안정적인 공급을 강조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수익성 관점에서는 HBM보단 서버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편중된 공급보단 균형적으로 유연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는 "서버 외 다른 응용시장은 고부가 중심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 등 소형 IT기기 시장에서 AI 기능이 탑재된 플래그십을 제외한 보급형 모델에선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HBM4 선점 경쟁

이번 실적발표 설명회에서는 메모리 기술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사업 현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앞서 삼성전자가 다음달 HBM4 최초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보다 1시간 먼저 행사를 시작한 SK하이닉스는 가장 먼저 HBM4 경쟁력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당사는 HBM2E 시절부터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시장을 개척해 온 선두주자"라며 "단순 기술을 앞선 수준을 넘어 양산 경험과 품질에 대한 고객 신뢰는 단기간 내 추월할 수 없는 역량"이라고 했다. 이어 1c(6세대 10나노급) D램 기술을 선제적용한 삼성전자를 의식한 듯, SK하이닉스는 "1b(5세대 10나노급) 공정 기반으로도 고객 요구 성능을 만족한 게 큰 성과"라며 "HBM3E 수준의 수율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회사는 "HBM4에서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일부 경쟁사 진입이 예상되지만 당사 리더십과 주도적인 공급사 지위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HBM4는 2월부터 출하할 예정"이라며 주요 고객사 성능 요구가 높아졌음에도 재설계 없이 순조롭게 고객평가를 진행해 현재 퀄(품질 테스트) 완료 단계"라고 설명했다. 우선 구체적인 출하 일정을 통해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시켰다. 또 SK하이닉스가 겪은 것으로 알려진 '재설계'를 언급한 것도 상대방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어 삼성전자는 "올해 중반 HBM4E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할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한 HBM4E 샘플은 이미 전달했고 일부는 사업화도 기획하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설비투자 확대"

올해 설비투자(CAPEX)에 대해선 양사 모두 "작년보단 많이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수치 언급을 삼갔다. 설비투자 규모에 따른 전략 노출을 꺼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 SK하이닉스는 매출 급증이 예상되는 올해에도 '매출 대비 설비투자비 30% 중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건설해, 시장 상황에 따라 설비투자를 탄력적으로 진행하는 쉘 퍼스트 전략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올해 설비투자액 대부분도 미리 확보한 신규팹 클린룸에 구축할 설비에 집행할 예정이다.

역대급 실적에 특별배당

지난해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급 실적에 양사는 추가 주주환원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기존 배당금 주당 375원에 1,500원의 추가 배당을 더한 1,875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2025년도 주당 배당금은 3000원, 총 2조1000억원 규모다. 여기에 12조원 이상 가치가 있는 기보유 자사주 2.1%를 소각해 기존 주주가치를 높이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배당 보통주 기준 주당 370원에 196원의 추가배당을 실시해 566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고배당 기업 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정부의 '배당세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시키려는 의미도 있다.

올해까지 적용되는 자기주식 매입·소각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2025년도 주주환원 규모는 정기배당 9조8,000억원, 추가배당 1조3,000억원, 자사주 매입·소각 6조6,000억원 등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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