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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못푼 세탁기 결빙, 중학생이 풀어

장종회 기자

jhchang@

기사입력 : 2026-01-28 16:48

겨울 한파 속 엄마의 빨래 고민 해결한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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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결빙방지 기술을 개발한 박주형 군과 윤승희 씨가 일리노이공대 교정에서 포즈를 취했다.

세탁기 결빙방지 기술을 개발한 박주형 군과 윤승희 씨가 일리노이공대 교정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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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요즘처럼 급작스런 한파가 몰아치던 어느 겨울 아침, 베란다에서 돌아가지 않는 세탁기 앞에 선 윤승희 씨는 발을 동동 굴렀다. 전날 밤 돌려놓은 세탁기는 멈춰 있었고, 배수호스에 찬 얼음이 한 눈에도 돌덩이였다. 동대문에서 의류 디자인·제작 사업을 하는 윤 씨는 출근길을 재촉해야 할 때 벌어진 일이라 더욱 난감했다. “그날은 정말 앞이 깜깜했죠. 물은 안 빠지고, 세탁기는 멈춰 있고, 빨래는 쌓여 있고….”

이런 불편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도움의 손길을 보탠 사람은 당시 중학생이던 아들 박주형 군이었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는데, 왜겨울만 되면 세탁기가 멈추는지 원인을 알고 싶었어요.” 그 때부터 박 군은 집 베란다에 놓인 세탁기를유심히 관찰하며 해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원인은 단순했다. 세탁이끝난 뒤 배수관에 남아 있는 ‘잔수(殘水)’가 한파에 얼어 배수 자체를 막은 것. 자연히 해결책은 ‘녹이는’ 데 집중되기 마련이다.. 뜨거운 물을 붓거나, 드라이어로 호스를 데우거나. 최근에는한 대형 전자업체에서 ‘결빙 방지 모드’를 내놓기도 했지만그 마저도 열을 이용해 얼어버린 물을 녹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박 군의 생각은 남달랐다. “애초에 물을 배수호스 안에 남기지 않으면 얼 일도 없다”는 발상이었다.

박 군이 떠올린 해법은 의외로 기계공학의 기본 원리에 가까운 간단한 것이었다. 세탁기의 회전 에너지를 이용해 공기를 압축하고, 그압축공기를 배수관으로 순간 분사해 잔수를 밀어내는 방식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열이 아니라 ‘공기’였던 것. 박 군은학교에서 배운 파스칼의 법칙, 링크 구조, 공압 개념을 세탁기에대입해 문제를 풀어냈다. 윤 씨는 “저는 생활 속 불편함을이야기한 거고 기술 구현은 아이가 다 해냈다”고 말했다.

녹이지 말고 비워라”…중학생의 발명, 특허가 되다

박 군의 아이디어는 특허 출원으로 이어졌다. 윤 씨와 박 군은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세탁기의 배수호스 이물질제거용 장치 및 이를 구비한 세탁기’란 명칭의 특허를 출원해 2019년 4월 12일 정식 등록됐다. 엄마의불편함을 풀기 위해 고안한 중학생의 발명이 ‘정식 특허’가된 순간이었다.

박 군은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발명에 두각을 보여온 학생이다. 강남구 지원을 받아 소수 인원만 참여하는 발명 교육 프로그램에 선발되기도 했고, 각종 교내 발명 활동과 탐구 프로젝트를 통해 재능을 키워 왔다. 윤씨는 “아들이 늘 생활 속 불편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며 “엘리베이터, 대중교통 좌석, 가전제품까지늘 ‘왜 이럴까’를 물어 꼭 뭔가를 발명해 일부는 특허 출원까지해냈다”고 전했다.

박 군의 이런 경험은 상급 학교 진학으로 이어졌다. 박 군은 올해 공학계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미국 일리노이공대(IIT) 기계공학과에진학했다. 중학교 때 출원한 세탁기 특허를 비롯해서 응급 구호용 접이식 임산부 좌석시스템 등 여러 가지발명품들이 그의 진로를 일찌감치 잡아준 셈이다.

삼성도 못푼 ‘마지막 한 방울’

오래 전 개발된 이 기술이 다시 주목 받는 것은 최근 들어 길게 이어지는 데다 거세지기까지 한 한파 때문이다. 대개 베란다에 설치해둔 세탁기에서 결빙·결로 문제가 잇따르며 소비자 불만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대기업들도 결빙 방지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대체로 열을 활용한 방식이어서 한계가 적잖다. 호스 내부에물이 남아 있는 한 완전한 해결은 어렵기 때문이다.

윤 씨는 “열로 말리는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세탁기가지닌 회전력을 활용해 공기를 만들고 그 공기로 배수관을 비워버리면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이 특허는 겨울철 결빙 방지 뿐 아니라 사계절 곰팡이·악취·세균 억제 효과까지 겨냥하고 있어 유용성이 높다.

박주형 군이 신사중학교 학생시절 출원한 세탁기 결빙방지 기술 발명 특허증

박주형 군이 신사중학교 학생시절 출원한 세탁기 결빙방지 기술 발명 특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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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 누군가 제대로 키워줬으면”

윤 씨 모자는 이 특허가 개인의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윤 씨는 “이런 기술 해법은 어려운 게아니지만 오래 전에 나온 특허로 같은 방식을 쓰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시제품 수준에서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인 만큼 누군가 기술을 구매해 기업 차원에서 더 안전하고 실용적으로 발전시켜줬으면좋겠다”고 밝혔다. 수 년 전에도 한 기업에서 기술 매각제안을 해왔지만 당시에는 박 군의 진학 문제 등이 얽혀 성사되지 않았다.

매서운 추위가 길게 이어지고 전세계적으로도 기상이변이라고 할 정도의 폭설과 한파가 일상이 된 상황이다. 이런 때엔 세탁기 하나 멈춘게 누군가에게는 며칠을 완전히 망치는 사건이 되기도 한다. 동대문 의류 디자이너 엄마의 고충에서 출발해중학생 아들의 발명으로 이어진 이 특허는 그래서 더 현실감이 크다. 박 군의 특허는 기술이 거창한 연구실에서만이 아니라 생활의 작은 모퉁이에서도 시작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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