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위기의 현실화: 장기신용기관의 부실 공개·야마이치증권 폐업·도쿠요시티은행 파산 [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31321473103554c1c16452b012411124362.jpg&nmt=18)
위기의 중심에 놓인 LTCB와 NCB는 전후 일본 금융시스템에서 일반 시중은행과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 기관은 단기 예금이 아닌 장기 금융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대기업과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에 공급하는 핵심적인 장기자금 공급자였다. 이러한 기능적 특수성에 더해 정부가 최종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형성되면서 이들 기관은 공적 금융기관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기관으로 인식되었다. 그 결과 이들이 발행한 채권은 시장에서 거의 무위험 자산에 준하는 것으로 취급되었다. 이른바 ‘장기신용은행 불패 신화’는 이러한 제도적 배경 위에서 형성된 것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LTCB와 NCB의 재무 건전성은 빠르게 악화되었다. 부동산 부문에 대한 과도한 대출과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면서 두 은행은 실질적인 지급불능 상태에 근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 은폐는 시장의 정확한 위험 평가 기능을 왜곡했다. 이로 인해 위험은 점진적으로 해소되기는커녕 내부에 계속 누적되었고 그 결과 부실이 장기간에 걸쳐 증폭된 채 축적되면서 향후 한꺼번에 표면화될 경우 충격의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따라서 1997년 11월의 부실 공표는 단순한 재무 정보의 공개가 아니라 전후 일본 금융을 지탱해 온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었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중추적 금융기관의 취약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자 시장은 이를 개별 은행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가 부실을 인정하면서도 즉각적인 공적자금 투입이나 명확한 정리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고 정책적 불확실성은 시장의 공포를 더욱 자극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자 금융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얼어붙었다. 은행 간 자금시장에서 거래상대방 위험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강화되면서 콜시장과 CD·CP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눈에 띄게 위축되었다. LTCB와 NCB와 직접적인 거래 관계를 맺고 있던 금융기관들뿐만 아니라 직접적 노출이 없던 은행들조차도 “다음은 어디인가”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상호 대출을 꺼리게 되었다. 자금시장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금융중개는 급속히 위축되었고 이는 실물경제로의 신용 공급 감소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의 부실 공표는 ‘부실 은폐 기조의 종식’을 선언한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장기간 시장의 시야에서 가려져 있던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출발점이 되었다. LTCB와 NCB는 물론 곧이어 붕괴한 야마이치증권에 이르기까지 이들 대형 금융기관의 공통점은 단기간의 경영 악화가 아니라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은폐되어 온 부실이 누적된 끝에 한순간에 표면화되었다는 점에 있었다. 정부가 이들의 부실을 공식 인정하며 보호의 자동 적용이 불가능함을 천명하자 시장은 이를 시스템 전반의 신뢰 붕괴 신호로 해석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대형 금융기관조차 예외가 아니다”라는 기존의 통념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했고 그 결과 이미 취약해져 있던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폭시켰다. 특히 LTCB와 NCB의 부실 공표 직후 불과 사흘 만에 야마이치증권의 자진 폐업이 현실화되면서 은폐된 부실이 연쇄적으로 폭로되는 과정 자체가 위기 증폭의 핵심 메커니즘임이 명확히 드러났다. 야마이치증권의 붕괴 역시 단기적 유동성 부족이나 일시적 시장 변동성의 결과라기보다 장기간 부외(off-balance-sheet) 거래로 은폐되었던 막대한 손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시장 신뢰가 근본적으로 붕괴된 것에 그 본질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1997년 11월의 연쇄 사태는 개별 금융기관의 실패가 우연히 맞물려 일어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금융자유화 과정에서 누적된 일본식 금융 모델의 구조적 결함과 부실 은폐 관행이 동시다발적으로 표면화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형 금융기관 붕괴 → 자금시장 경색 → 금융중개 기능 마비 →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전면적인 시스템 리스크의 연쇄 반응이 촉발되었고 일본 금융위기는 국지적 불안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시스템 위기로 전환되었다.
야마이치증권의 붕괴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야마이치증권은 일본의 4대 증권사 중 하나로 고객 자산 22조 엔을 운용했으며 영국, 독일, 네덜란드 및 스위스에 은행 자회사를 가진 금융지주회사이었다. 이 회사의 근본적인 부실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주식 및 부동산 투자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에 기인했지만 파산의 결정적 원인은 손실의 발생 자체가 아니라 이를 즉각 재무제표에 반영할 경우 초래될 신용 붕괴를 회피하기 위해 손실 은폐가 장기간 지속되었다는 점에 있었다. 야마이치증권은 해외 자회사와 특수목적회사를 활용해 손실 자산을 이전하거나 불리한 거래를 외부로 넘기는 이른바 ‘토바시’ 관행을 통해 손실을 부외로 처리했고 그 결과 재무 상태의 실질적 악화는 오랜 기간 시장에 인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은폐 전략은 주가 회복과 경기 반등을 전제로 한 임시적 대응에 불과했으며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계속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손실을 감추기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내부적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고 결국 1997년 감독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누적된 부외 손실이 공식적으로 드러났다. 이 시점에서 야마이치증권의 실질적인 자기자본은 이미 잠식된 상태였으며 정상적인 구조조정이나 합병을 통해 회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부외 손실의 존재가 시장에 공개되자 야마이치증권에 대한 신뢰는 급속히 붕괴되었고 그 결과 민간 차원의 인수 가능성은 사실상 소멸했다. 정부는 위기 수습 방안으로 주거래 은행인 후지은행을 통한 인수를 모색했으나 야마이치증권의 잠재 손실 규모가 불확실한 데다 후지은행 자체도 대내외 금융시장에서의 신뢰 훼손으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적 자금 투입이 정치적 금기로 묶인 상황에서 단행된 정부의 자율 정리 방침은 대형 금융기관의 '대마불사' 신화가 끝났음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정책적 선택은 증권회사의 구조적 취약성을 단번에 드러냈다. 증권회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보험의 보호를 받지 않으며 영업 활동 전반이 단기 자금 조달과 거래상대방의 신뢰에 의존한다. 따라서 신뢰가 훼손되는 순간 유동성 위기로의 전이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부외 손실이 공개된 이후 금융기관들은 야마이치증권과의 콜 거래 및 신용 공여를 중단했고 기업과 개인 고객 역시 거래 축소와 자산 회수에 나섰다. 그 결과 야마이치증권은 영업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동성조차 단기간에 상실하게 되었다. 야마이치증권의 사례는 1997년 12월 한국 증권업계의 몰락 과정과 판박이처럼 닮아있다. 당시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은 콜시장의 유동성 고갈로 인해 자금줄이 끊기면서 즉각적인 영업정지 조치를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야마이치증권은 일본 국내에서는 은행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자회사를 통해 은행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붕괴는 개별 증권사의 실패를 넘어 일본 금융기관 전반의 국제적 신인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사안이었다. 특히 당시 일본계 금융기관 전체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이미 급격히 추락하고 있던 상황에서 야마이치증권의 도산은 일본 금융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을 한층 증폭시키는 계기로 인식되었다.
한편 당시 일본에는 은행과 증권회사를 포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았고 부외 손실 규모가 드러난 이후에는 인수에 나설 금융기관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처럼 제도적 장치와 시장을 통한 해결 가능성이 동시에 소진된 상황에서 정상적인 구조조정 수순을 밟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
정상적인 존속의 길이 사실상 차단되자 경영진과 당국은 무질서한 파산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질서 있는 시장 퇴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1997년 11월 24일 야마이치증권은 임시 이사회에서 자진 폐업을 전제로 한 영업정지를 결정하게 되었다.
이 결정은 당시 정부가 채택한 ‘비구제 원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국제적 금융규율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시장 규율을 강화하려는 바람직한 정책 전환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일본 금융시장은 이미 대규모 부실채권의 누적, 자본 확충 지연, 회계 투명성 부족 등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의 정부 비개입은 오히려 시장 신뢰의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는 신호로 작용했다. 정책의 의도는 규율 회복이었지만 신뢰에 의해 유지되는 금융시장에서 정부 보호의 일관성이 철회되자 시장은 이를 정부의 대응 역량의 한계 혹은 사실상의 정책 포기로 해석하게 되었다. 일본 금융시장의 특성상 신뢰는 곧 유동성이며 유동성은 시스템 안정성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야마이치증권의 정리 방식은 3주 전에 발생했던 산요증권의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산요증권이 파산법에 따라 즉시 영업이 정지되며 시장에 충격을 준 것에 비해 야마이치증권은 기존 계약의 결제가 완료될 때까지 영업을 계속하는 '질서 있는 퇴출'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는 산요증권 폐쇄 이후 주식시장 불안, 아시아 금융위기의 확산 등으로 인해 금융시스템 전반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을 고려한 결과이었다. 특히 야마이치증권의 규모와 국제적 사업 구조를 고려할 때 즉각적인 디폴트는 대내외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주며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보다 질서 있는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었다.
이러한 정리 방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 과제는 야마이치증권이 영업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유동성을 누가 공급할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재무성은 일본은행에 대해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고 일본은행은 구 일본은행법 제25조에 따라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이 조항을 적용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이유로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첫째, 금융시스템 전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기 어려운 증권사의 파산에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전례가 드물었다. 둘째, 증권회사는 예금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었기에 일본은행의 자금 지원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예금보험기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구조적 안전망의 부재가 제도적 결함으로 지적되었다. 재정자금 투입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었으나 의회 승인이 필수적인 탓에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긴박한 상황에서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기 어려웠다.
이에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일본은행의 자금 제공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소매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안전망인 ‘예탁증권 보상기금’을 통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전제로 일본은행은 11월 24일 정책위원회에서 구 일본은행법 제25조에 근거해 비은행 금융기관인 야마이치증권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을 의결했다.
일본은행이 이처럼 이례적인 결단에 나선 기저에는 야마이치증권의 영업정지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극도로 위축된 상태였기에 야마이치증권의 무질서한 붕괴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연쇄적인 불안을 촉발할 개연성이 높았다. 더욱이 야마이치증권은 방대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국제적 금융그룹이었던 만큼 이들의 파산은 즉각적인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고 판단된 것이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일본은행은 1997년 11월 야마이치증권에 대해 즉각 8,000억 엔의 유동성을 공급했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여 같은 해 12월에는 지원 규모를 1조 2,000억 엔까지 확대했다. 일본은행은 사실상 무제한적 유동성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야마이치증권의 거래상대방이 직면한 신용 위험을 중앙은행이 실질적으로 떠맡았으며 이를 통해 파산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일본은행이 제공한 자금은 고객 자산의 반환, 기존 계약의 이행, 그리고 해외 금융시장을 교란하지 않는 질서 있는 해외 영업 철수 등 파산 처리 절차가 혼란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데에만 사용되도록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었다. 이러한 조치 덕분에 야마이치증권은 금융시장에 심각한 시스템적 충격을 주지 않고 정리 과정을 밟아 1999년 6월 파산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확정된 순손실 규모가 약 1,600억 엔에 달했다는 사실은 설령 질서 있는 퇴장 절차를 밟더라도 이를 수습하기 위해 치러야 할 경제적 대가가 적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과정은 위기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최종 손실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야마이치증권의 청산 절차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어 2005년 1월 26일에야 완료되었다. 재무성은 당초 일본은행과의 합의에 따라 야마이치 관련 일본은행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예탁증서 보상기금을 ‘투자자 보호기금’으로 확대·개편했으나 증권업계는 야마이치증권의 손실 규모가 과도하며 그 손실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부담을 거부했다.
결국 야마이치증권의 손실은 민간 차원에서 온전히 흡수되지 못했다. 약 1,100억 엔에 달하는 손실은 일본은행의 국고납입금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예산에 반영되어 실질적인 국민 부담으로 귀결되었으며 나머지는 채권단과 경영진의 분담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사례는 금융시스템의 파국적 붕괴를 막아내는 데는 일조했으나 민간의 부실 비용이 중앙은행과 재정을 거쳐 국민에게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1997년 11월에 발생한 네 번째 주요 금융기관의 도산은 11월 26일 발표된 도쿠요시티은행의 파산이었다. 미야기현 센다이를 기반으로 한 제2지방은행이었던 이 은행은 지역 중소기업과 부동산 관련 사업자를 주된 거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고도성장기와 버블 형성기 동안 도쿠요시티은행은 지역 개발 사업과 부동산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외형 성장을 추구했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 결과 자산 구조가 특정 산업과 지역 부동산 경기 변동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취약한 형태로 고착되었다.
버블 붕괴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지역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도쿠요시티은행의 대출 자산은 빠르게 부실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7년 11월 일본 금융시장은 산요증권 파산, 홋카이도 타쿠쇼쿠은행 도산, 야마이치증권 폐업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극도의 불안 상태에 빠져 있었고 도쿠요시티은행과 같은 중소 지방은행은 시장과 예금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금융당국의 검사 과정에서 이 은행의 부실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었다. 이미 금융 불안이 확산된 상황에서 도쿠요시티은행의 파산이 선언되자 이는 다른 지역 은행들에 대한 불신으로 급속히 전이되었다. 일부 지역 은행들 역시 곧 도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예금자들이 대규모 인출에 나서는 사태가 발생했고 일본 금융시스템은 붕괴 직전의 국면에까지 몰리게 되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재무성 장관과 일본은행 총재는 11월 26일 오후 늦게 긴급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서는 은행 간 예금을 포함한 모든 예금을 보호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중앙은행이 예금 인출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임을 약속했다. 당시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특히 은행들이 BIS 자기자본비율을 준수하기 위해 대출을 대거 회수함에 따라 심각한 신용경색이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 있었다.
결국 도쿠요시티은행의 파산은 단순한 지방은행의 도산을 넘어 1997년 11월 한 달 동안 산요증권·홋카이도 타쿠쇼쿠은행·야마이치증권에 이어 주요 금융기관의 파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의 신뢰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러한 연속적 붕괴를 통해 시장 불안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되자 정치권과 정책당국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동원하는 방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후 보다 체계적인 위기 대응 논의로 나아가게 되었다.
김성민 교수(전.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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