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서막: 땜질식 대응과 위기의 축적(1994~1996년) [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31321473103554c1c16452b012411124362.jpg&nmt=18)
와세다대학의 와카타베 마사즈미는 엔화 강세가 일본 내부 요인뿐 아니라 외부 요인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1993년 1월 클린턴 행정부 출범 이후 나타난 정책 불확실성과 재정적자 확대 우려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자극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달러 자산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고 더 안전하다고 평가된 엔화로 자금을 이동시켜 엔화 수요가 늘어났다. 아울러 일본의 저금리 정책과 미·일 간 금리 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엔화 강세 흐름은 더욱 지속되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정책 당국은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관망하는 데 머물렀다. 부실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정책 대응의 지연이 한층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실제로 금융기관 파산이 발생했을 때 정부는 체계적이고 일관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여러 문제를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임기응변식 조치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1993년은 일본 정치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자민당이 38년 만에 정권을 잃고 호소카와 내각을 중심으로 한 비자민 연립정권이 새롭게 출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립정권은 이념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정당들의 느슨한 결합에 불과했으며 그 결과 정책적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와세다대학의 와카타베에 따르면 호소카와 내각은 ‘정치개혁’과 ‘금권정치 청산’에만 몰두한 채 정작 경기 부양이나 부실대출 처리와 같은 시급한 경제 현안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권의 이러한 무관심과 더불어 정부와 일본은행도 버블 붕괴 이후의 경기 침체를 구조적 위기라기보다는 일시적 조정 국면으로 가볍게 인식했다. 실제로 1993년 무렵 재고 조정이 진전되고 일부 대기업의 수익이 개선되는 등 경기 저점 통과 신호가 관찰되자 정책 당국은 이를 근거로 민간 부문의 자생적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러한 낙관론 속에서 재정지출 확대나 통화 완화와 같은 적극적 경기부양책은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결국 정책 대응은 지속적으로 지연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일본은행의 정책 기조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1994년 10월 미에노 야스시 당시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시스템 관련 연설에서 “모든 금융기관의 파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임무는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경영이 부실한 금융기관의 시장 퇴출이 오히려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단기적 경기 부양보다 금융 부문의 체질 개선을 우선시하려는 일본은행의 태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정부와 일본은행이 자생적 회복과 구조조정 필요성에 무게를 둔 ‘보수적 접근’을 정당화하는 근거로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이러한 원칙을 강조한 직후 상황은 급속히 악화되었다. 미에노 총재의 발언이 나온 지 불과 두 달 뒤인 1994년 12월 9일 도쿄 교와신용조합과 안젠신용조합이 동시에 파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두 기관의 예금총액은 약 2,100억 엔에 달해 대도시 지역의 예금기관으로서는 제2차대전 후 최초의 도산 사례가 되었다. 이들 신용조합은 동일인 대출 한도 등 기본적인 금융 규제를 상습적으로 위반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지속해 온 결과 지급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도쿄도청·재무성·일본은행 등 관계 당국이 공동으로 개입해 정리 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는데 이는 일본은행이 강조해 온 ‘시장 규율의 자율적 작동’이 현실에서는 유효하게 기능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즉 시장 원리에 따른 부실기관의 퇴출을 통한 금융시스템의 건전화라는 이상과 금융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 사이의 괴리가 명확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1986년 개정된 예금보험법에 따르면 정책당국이 파산 금융기관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파산 절차를 통해 기관을 청산하고 예금보험공사가 당시 지급한도인 1,000만 엔까지 예금자에게 보상하는 일괄 보상 방식이다.
둘째는 자산·부채 이전(Purchase and Assumption, P&A) 방식으로 파산 금융기관의 건전한 자산과 부채를 인수은행에 이전하고 기존 주주의 자본을 전액 소각한 뒤 예금보험공사가 부채로 인한 손실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P&A 방식은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취약 금융기관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합리적 전략이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려면 파산 금융기관을 인수할 의사가 있는 잠재 매수자와 그 인수를 뒷받침할 정책당국의 충분한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당국은 일괄 보상 방식이 대형 예금자(1,000만 엔 초과)의 대규모 인출을 초래해 금융 불안을 증폭시킬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여 이를 기피했으며 그 결과 P&A 방식이 정책적으로 보다 적합한 방안으로 채택되었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 과정에서 도쿄도청, 재무성, 일본은행 등 세 기관은 금융기관별로 1인당 원금 1,000만 엔과 이자는 보호하되 초과분은 청산 배당에 따라 일부만 회수하는 전통적 Pay-off 방식을 회피하고 예금 전액을 보장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러한 결정은 만약 예금자에게 손실이 발생할 경우 건전하지 않은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하여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었다.
합의 원칙을 실제로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두 가지 근본적 장애가 드러났다.
첫째 두 신용조합을 인수하려는 민간 금융기관이 단 한 곳도 나서지 않았다. 당시 금융권 전반에 부실채권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어서 어떤 기관도 추가적 위험을 떠안을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파산 금융기관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예금보험기구의 지원 규모에는 법적 한계가 존재했다. 즉 예금보험법이 규정한 ‘예금 지급 비용 상한(payoff cost limit)’은 절대적 제약으로 작용하였느데 이 상한은 파산 금융기관의 보험 대상 예금 총액에서 잔존 가치를 차감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었기 때문에 예금보험기구는 이를 초과하여 지원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도쿄 교와신용조합과 안젠신용조합의 막대한 손실은 제도적으로 완전 보전될 수 없었고 법적 제약이 실질적 부실 금융기관 정리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러한 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일본은행, 민간 금융기관은 세 가지 핵심 조치로 구성된 정리대책을 1994년 12월 9일 공동 발표했다.
첫째로 파산한 두 신용조합의 업무를 임시로 승계·관리하기 위해 일본은행과 민간 금융기관의 공동 출자로 가교은행(bridge bank) 역할을 수행할 도쿄교도은행을 설립했다.
둘째로 도쿄교도은행 설립 자본금으로 일본은행과 민간 금융기관이 각각 200억 엔씩 출자하여 금융시장의 추가 불안을 방지할 최소한의 자본 기반을 마련했다.
셋째로 예금보험기구는 법적 지급 한도 내에서만 금융 지원을 제공하고 부족분은 민간 금융기관이 낮은 금리로 대출하는 방식으로 보완했다. 아울러 두 신용조합의 기존 경영진은 전원 교체되어 책임을 명확히 했다.
이 대책은 법적 제약을 우회하지 않으면서 금융시스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타협적 조치였으나 근본적으로는 제도적 한계 속에서 임시방편적 문제 해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설립된 도쿄교도은행은 두 신용조합의 자산과 부채를 승계하여 거액 예금자를 포함한 모든 예금자에게 손실 없이 예금을 전액 지급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예금자 신뢰가 유지되고 금융 불안 확산이 효과적으로 차단되었다.
한편 파산 금융기관의 주주는 보유 주식을 전액 소각하여 손실을 전적으로 부담했고 경영진 역시 전원 해임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손실 책임을 명확히 하여 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려는 정책적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결국 이 정리 방식은 예금자 보호와 시장 규율이라는 상충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한 절충적 대응으로 평가될 수 있다.
도쿄교도은행에 대한 출자와 민간 금융기관의 저금리 대출 제공은 예금보험공사의 제한된 금융지원 능력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당시 민간 금융기관들의 공동 자금 갹출은 표면적으로는 자발적 결정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정책 당국의 요청과 조정에 따른 성격이 강했다. 이러한 민간 자금 참여는 파산 금융기관의 질서 있는 정리(orderly resolution)를 가능하게 하여 금융 불안이 다른 기관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기여했으며 개별 금융기관의 지원이 단순한 구제금융을 넘어 시스템 전체 안정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일본은행의 가교은행 출자 역시 구 일본은행법 제25조를 근거로 이루어진 것으로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수행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약 30년 만에 지분 형태까지 지원을 확대한 사례로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며 사실상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쿄교와신협과 안젠신협의 파산 사태 이후 일본은행이 부실 신협을 중앙은행 자금으로 구제한 조치는 언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는 불과 몇 달 전 미에노 총재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내용과 정면으로 상충되는 조치였기 때문에 논란이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은행 그룹의 공동 자금 출연과 일본은행의 유동성 지원 및 출자를 결합한 혼합적 지원 방식은 위기 대응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실제로 이 방식은 이후 발생한 1995년 7월 코스모신협 도산과 1995년 8월 효고은행 도산 처리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금융기관 정리와 시스템 안정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효과적인 대응 전략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두 번째 금융기관 파산 사태가 발생했다. 1995년 7월 도쿄 지역에서 예금 업무를 영위하던 코스모신협이 파산을 선언한 데 이어 한 달 후인 8월에는 일본 서부에서 영업하던 기즈신협과 효고은행이 잇따라 파산하였다.
코스모신협과 효고은행의 정리 방식은 기본적으로 앞서 도쿄교와신협과 안젠신협 사례에서 채택된 모델을 따랐다. 코스모신협의 경우 예금보험공사의 지급 한도를 초과하는 손실분은 민간 금융기관들의 공동 자금 갹출로 보전되었으며 이후 해당 자산과 예금은 가교은행인 도쿄교도은행으로 이전되었다. 파산 발표 직후부터 1996년 3월 영업 이전이 완료될 때까지 일본은행은 일본은행법에 근거한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하며 코스모신협에 유동성을 지원함으로써 예금 지급과 영업 지속을 가능하게 했다.
효고은행의 정리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민간 금융기관과 지역 기업들이 800억 엔의 자본금을 출자하여 새로운 가교은행인 미도리은행을 설립하였으며 일본은행은 일본은행법 제25조에 근거하여 미도리은행에 1,100억 엔 규모의 후순위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자본금을 보완하였다. 아울러 일본은행은 1996년 1월 효고은행의 영업이 미도리은행으로 이전되기 전까지 유동성 지원을 지속하여 금융시스템 불안의 확산을 방지했다.
반면 기즈신협의 경우 예상 손실 규모가 1조 엔을 초과하면서 민간 금융기관들의 공동 자금 갹출 방식은 현실적 한계에 봉착했다. 손실 규모가 지나치게 커 민간 기관들의 출자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은 파산 금융기관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추가 자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수익성과 시장 평판 훼손을 우려했다. 이로 인해 추가 갹출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공동 자금 방식만으로 기즈신협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졌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 방식이 민간 금융기관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관행에서 탈피하기 위해 예금보험기구가 제공할 수 있는 금융 지원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예금 지급 비용 상한’이 가장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예금보험 체계 개편이 필수적이었다.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하여 1995년 6월 재무장관 자문기구인 ‘금융시스템연구협의회’에서 예금보험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논의 과정에서는 예금보험기구가 지급 한도 내에서만 금융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할 필요성이 부각되었는데 기즈신협 정리 방안은 예금보험법 개정과 지급 한도 폐지를 전제로 마련되었다.
1996년 6월 일본 정부는 금융안전망 개선을 위한 첫 번째 주요 입법 조치를 시행했으며 그 핵심에는 예금보험법 개정이 포함되었다. 개정된 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파산 금융기관 정리의 주요 장애 요인이었던 예금보험공사의 ‘예금 지급 비용 상한’을 2001년 3월까지 일시적으로 폐지하였다.
둘째 예금보험공사의 가용자금을 확충하기 위해 보험 대상 예금에 대한 프리미엄을 0.012%에서 0.084%로 인상했다.
셋째 도쿄교도은행을 정리회수은행으로 확대 개편하여 민간 금융기관이 인수하지 않는 파산 신협을 인수하고 부실대출을 처리하도록 했다. 넷째 예금보험공사 이사장은 그동안 일본은행 부총재가 맡았으나 이번 개정으로 재무장관이 임명하도록 변경하였다.
이와 같이 개선된 예금보험 시스템은 정책당국이 파산 금융기관을 정리하는 데 있어 신축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금융기관에 직접 자본을 투입할 수 없고 공적자금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존재했다. 특히 특히 지급 한도를 폐지한 조치는 사실상 모든 예금을 전액 보장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결정은 정책당국이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보고 소형 금융기관의 보호에 중점을 둔 정책당국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정된 예금보험법은 시행 직후인 1996년 8월 처음으로 기즈신협 정리에 적용되었다. 당시 정책당국은 예금자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예금 전액을 보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동시에 기즈신협의 건전 자산과 예금은 다른 신협으로 승계시키고 부실 자산은 예금보험공사가 인수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약 3,000억 엔 규모의 공적자금이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직접 투입되었으며 이는 일본에서 신용조합과 같은 중소 금융기관 정리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처럼 부실 금융기관 정리가 진통을 겪은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일본의 전통적 부실은행 처리 메커니즘이 1990년대 이후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쿄대학의 호시 다케오는 이러한 메커니즘 약화가 일본 정책당국의 금융위기 신속 대응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은행 합병에서 나타난 두 가지 특징을 강조했다.
첫째 버블 붕괴 이후 부실은행의 수와 부실 정도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둘째 1970년대 중반 이후 금융자유화 시행으로 부실은행을 인수하는 대가로 인수은행이 얻을 수 있는 지점망 확대 등의 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축소되었다.
과거 호송선단식 은행 시스템 아래에서는 은행 간 합병이 드물었지만 부실은행을 인수하는 은행이 지점망 확대 등을 통해 일정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익이 인수에 따른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해 주었기 때문에 부실은행의 인수 기관을 찾는 일도 비교적 수월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금융자유화 이후 재무성이 인수은행에 제공하는 지점 인가권의 경제적 가치가 미미해지면서 재무성이 규제를 통해 건전은행이 부실은행을 인수하도록 유도하는 능력도 크게 약화되었다.
결과적으로 전통적 부실은행 처리 메커니즘의 약화는 정책당국이 부실 금융기관을 신속하고 질서 있게 정리하는 데 큰 제약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1990년대 일본에서는 부실은행 위기가 발생해도 체계적 정리 대신 과거의 호송선단식 방식으로 연명시키려는 시도가 반복되었다. 정부가 이러한 시간벌기 정책을 선택한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부실대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 일본 정책당국의 대응에서 또 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지급 불능이 명백한 금융기관에만 초점을 맞춘 제한적 개입이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의 배경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견해가 엇갈리지만 일부 학자들은 정책당국이 금융위기가 패닉으로 확대되지 않고 점진적으로 해결될 시간을 벌기 위해 규제 유예(regulatory forbearance)를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은행들은 버블 붕괴로 손상된 재무상태를 과장되게 보고했으며 정부는 이를 용인하거나 은폐할 수 있는 회계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규제 유예와 회계 기준 조정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스템 불안의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근본적인 부실 해소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종합대책 마련에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단순히 정책적 선택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구조적 요인과 결부하여 설명하는데 그 핵심 요인으로 (1) 고위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의 부재, (2) 위기 대응 경험이 있는 전문가 등 자원의 부족, (3) 공적자금을 활용한 대처 방식에 대한 국민적 지지 기반의 부재, (4) 정부 내부에서도 부실대출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의 심각성에 대해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들은 일본 정책당국이 전통적 대응 방식을 포기하고 새로운 정책 수단을 채택하는 데 상당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음을 설명하는 중요한 배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제한적 개입과 규제 유예에 기반한 ‘시간벌기 전략’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책 대응 지연의 구조적 원인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성민 교수(전.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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