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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끝, 누가 베팅하나”... ‘규제 감옥’에 갇힌 K-모험자본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14 10:46 최종수정 : 2026-01-14 14:49

책무구조도·레버리지 규제에 멈춰선 금융 엔진, “AI 골든타임 5년 놓칠라”

사모펀드(PE)의 본질은 ‘고위험 고수익’을 감내하며 산업의 빈틈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험자본의 전초기지다. 하지만 2026년 대한민국 PE 시장은 ‘모험’ 대신 ‘관리’와 ‘생존’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정경모습. 사진=한국금융신문DB

사모펀드(PE)의 본질은 ‘고위험 고수익’을 감내하며 산업의 빈틈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험자본의 전초기지다. 하지만 2026년 대한민국 PE 시장은 ‘모험’ 대신 ‘관리’와 ‘생존’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정경모습.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사모펀드(PE)의 본질은 ‘고위험 고수익’을 감내하며 산업의 빈틈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험자본의 전초기지다. 하지만 2026년 대한민국 PE 시장은 ‘모험’ 대신 ‘관리’와 ‘생존’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서슬 퍼런 규제와 정책 펀드의 엄격한 KPI(핵심성과지표)가 운용사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산업의 엔진 역할을 해야 할 사모펀드가 ‘규제 감옥’에 갇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무구조도가 바꾼 PE 풍경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자를 만난 한 PE대표가 던진 화두는 금융지주 계열 PE가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적 운용과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책임 강화로 인해 지주 차원에서 관리 강도가 높아졌다”고 털어놨다.

이는 단순히 내부 통제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도입된 책무구조도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운용역들에게 ‘실패하면 끝’이라는 공포감 마저 심어주고 있다. 중대한 법령 위반 시 단 한 번에 GP(운용사) 등록을 취소하는 강력한 제재는, 역설적으로 실패 가능성이 있는 혁신 기업에 대한 과감한 베팅을 가로막는 ‘신포도 효과’를 낳고 있다.

레버리지 200%의 굴레, “지렛대 뺏긴 모험자본”

당국이 도입한 ‘레버리지 보고 의무화’ 역시 현장의 큰 걸림돌이다. 차입 규모가 순자산의 200%를 넘어서면 즉시 보고해야 하는 구조는, 공격적인 M&A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PE 특유의 전략(LBO)을 위축시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 초과 시 보고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당국의 상시 모니터링 명단에 오른다는 압박”이라며 “결국 안정적인 수익이 나는 보수적인 매물에만 자금이 몰리는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AI 5년 골든타임, 금융 엔진 돌아야”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5년 안에 인간 수준의 AI가 등장해 천지개벽 할 변화가 올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 재건을 위한 일본식 모델 벤치마킹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술 패러다임이 메타버스 사례처럼 눈 깜짝할 새 변하는 상황에서, 금융이 산업의 엔진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가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유대인은 금융을 가장 높은 부가가치 산업으로 본다”며 금융지주 계열 PE가 겪는 거버넌스의 제약 속에서도 ‘모험자본’이라는 본질만큼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규제의 역설... ‘착한 모험자본’은 가능한가

당국은 국민성장펀드와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를 통해 PE를 ‘생산적 금융’으로 유도하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자율은 뺏고 책임만 묻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보호 강화와 투명성 제고에는 공감하면서도, 이것이 자칫 시장의 역동성을 죽이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2026년, 사모펀드 시장은 갈림길에 서 있다. 당국의 규제가 ‘약탈적 자본’을 걸러내는 거름망이 될지, 아니면 ‘모험의 싹’을 자르는 칼날이 될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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