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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는 끝났다…AI·신뢰·모험자본, 2026년 금투 CEO 생존을 가른다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13 17:26 최종수정 : 2026-01-14 11:02

AI는 수익으로, 금융은 신뢰로…말이 아닌 성과의 해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고민은 더 이상 추상적이지 않다. 신년사 문구는 각기 달랐지만, 핵심 메시지는 놀라울 만큼 닮았다.  AI 전환, 소비자 보호, 모험자본 공급이 주가 됐다. 여의도 증권가 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고민은 더 이상 추상적이지 않다. 신년사 문구는 각기 달랐지만, 핵심 메시지는 놀라울 만큼 닮았다. AI 전환, 소비자 보호, 모험자본 공급이 주가 됐다. 여의도 증권가 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지난 1~2년이 시스템을 깔고 전략을 정비하는 ‘준비기’였다면, 2026년은 이제 결과를 증명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해다. 기술과 정책, 그리고 신뢰라는 세 축 위에서 금융투자업계 CEO로서의 생존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AI, 이제는 돈버는 해"

13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AI는 더 이상 미래 담론이 아니다. 이미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만큼, 2026년은 AI가 실제 돈을 벌어야 하는 ‘실천의 해’라는 데 금융투자업종에 종사하는 CEO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AI가 비용 절감에만 머문다면, 투자는 실패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 대표들은 신년사를 통해 하나같이 AI를 ‘생존의 필수 요소’로 규정했다.

AI가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자산관리(WM)와 투자 의사결정 전반을 재설계하는 엔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객 성향과 시장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주식·채권 비중을 자동 조절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초개인화된 금융 추천 서비스는 더 이상 실험이 아닌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만 금투업계 CEO들의 고민은 기술 도입 그 자체가 아니다. LLM(대규모 언어모델) 기반 금융 챗봇의 ‘할루시네이션(환각)’과 ‘보안 리스크’는 곧바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의 판단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인간의 통제는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가 이제는 기술 문제가 아닌 경영 리스크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 보호, 수익보다 신뢰 먼저"

2026년 신년사에서 유독 많이 반복된 단어는 ‘고객’과 ‘신뢰’였다. 특히, 증권사 CEO들은 공통적으로 수익 부진보다 신뢰 상실을 더 큰 리스크로 꼽았다.

환율 변동성은 커지고, 금리 인하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고객 이탈은 순식간이다.

이에 따라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상품 설계부터 판매,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체계 강화가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무조건 수익이 난다”는 과거식 마케팅 대신, 리스크를 정직하게 설명하는 문화가 2026년 금융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환헤지 상품을 둘러싼 불완전 판매 가능성 역시 금투업계 CEO들이 가장 예민하게 들여다보는 대목이다. 내부통제가 ‘규제 대응’이 아닌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모험자본 공급, 증권사 본업으로"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 역시 CEO들의 고민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중심의 전통적 수익 구조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위기의식이 업계 전반에 공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모험자본(Risk Capital)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 LG CNS 등 대형 IPO 주관 경쟁은 단순한 딜 확보를 넘어 미래 성장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IMA(종합금융투자계정)와 발행어음을 통해 모은 자금은 벤처·스타트업, 인프라 투자로 흘러가고, 이 기업들이 상장할 때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공모주 청약이라는 기회로 되돌아온다.

증권사 CEO들은 이를 두고 “정책 대응이 아닌 업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증권사는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성장 자본을 설계하는 금융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디지털 자산, 새로운 인컴자산으로"

토큰증권(STO), 비트코인 현물 ETF, RWA(실물자산 토큰화)가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면서, 디지털 자산 역시 2026년 금투업계 CEO들의 핵심 고민으로 부상했다.

특히 RWA는 채권·금·부동산을 토큰화 해 소액으로도 우량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금융의 민주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사와 운용사들은 부동산·미술품 조각 투자를 자산관리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고, 월지급식 ETF처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하는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투기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인컴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2026년 신뢰로 성과 증명"

2026년 증권·자산운용업계 CEO들의 고민은 명확하다.

AI는 보여주기가 아니라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 보호는 비용이 아닌 경쟁력이 돼야 한다. 모험자본은 정책 구호가 아닌 실질적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그 모든 전략의 전제 조건은 하나다.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다.

2026년 금융사의 성적표는 기술로 매겨지지 않는다. AI를 썼는지가 아니라 얼마를 벌었는지, 상품을 팔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정직했는지, 구호를 외쳤는지가 아니라 자본을 어디에 흘려보냈는지가 금투업계 CEO들의 생존을 가른다.

“금융의 마지막 경쟁력은 여전히 하나다. 신뢰를 성과로 증명하는가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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