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KT는 팔란티어와 한국에서 첫 CEO 회동을 갖고 사내 적용 성과를 바탕으로 팔란티어 플랫폼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영섭 KT 대표(오른쪽)와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왼쪽)가 한국에서의 첫 CEO 회동을 진행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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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IT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발생한 KT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태로 정치권에선 김영섭 대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21일 정보통신기술(ICT) 산하기관 국감에 ‘KT 사장 교체 관련’이라는 이례적인 안건이 등장한다. 과방위는 해당 안건에 구현모닫기


업계는 이를 두고 김영섭 대표가 윤석열 정부 시절 선임된 인사라는 낙인이 찍힌 탓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KT 해킹 사태를 비롯해 김영섭 대표의 선임 정당성까지 따져 묻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KT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태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이 신호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피해자 몰래 소액 결제가 이뤄졌다. 본인 인증 앱과 카카오톡 계정 조작, 자동이체를 통한 불법 출금 사례도 일부 나왔다.
특히 약 2억4000만원 규모의 실제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며 이번 사태는 단순 무단 소액결제를 넘어 통신‧인증 시스템 전반의 보안 리스크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김영섭 대표는 2023년 8월 말 취임 이후, 올해 2분기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내는 등 회사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증권가에선 KT 3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한다. KT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3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매출은 6조87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김영섭 대표가 경영 성과를 입증한 것과는 별개로 연임 관련 외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영섭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팔란티어 등 AI 업계 거물과의 협업을 강조하는 등 AI 관련 이슈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KT는 팔란티어와 한국에서 첫 CEO 회동을 갖고 사내 적용 성과를 바탕으로 팔란티어 플랫폼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영섭 KT 대표(왼쪽)와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오른쪽)가 한국에서의 첫 CEO 회동을 진행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KT
이미지 확대보기팔란티어는 AI 기반 플랫폼 개발사로, 트럼프닫기

양사는 특히 민감 데이터를 주로 다루는 공공・금융 분야 기업 고객 등 기업간거래(B2B) AI 시장에 주목했다.
팔란티어는 기업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자사 플랫폼으로 파운드리와 AIP 등을 제공한다. KT는 고객이 안심하고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보안에 특화된 서비스로 설계할 예정이다.
팔란티어는 이번 방한을 기념해 전날부터 이날까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서 자사 상품을 활용한 팝업스토어를 연다. KT는 이 행사를 공식 지원하는 등 긴밀한 협력을 이어간다.
KT가 AI에 힘주는 모습은 팔란티어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KT는 지난달 29일 MS와의 전략적 협업으로 개발한 GPT-4o 기반 한국적 AI 모델 ’SOTA K’를 공개했다.
KT는 독자 거대언어모델(LLM) ‘믿:음’에 이어 SOTA K로 투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KT는 GPT-4o에 한국어와 한국 사회·문화적 맥락을 정교하게 접목한 협업형 모델로 국내 AI 생태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T에 따르면 SOTA K는 한국적 AI 4대 핵심 철학인 ▲데이터 주권 보호 ▲한국 문화 이해 ▲모델 선택권 보장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AI를 모두 구현한 모델이다. SOTA K는 한국어 이해, 생성, 추론, 사회·문화, 한국 전문지식 등 주요 지표에서 GPT-4o 대비 우위를 보였다.
아울러 KT가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영화 ‘중간계’도 이날 개봉했다. ‘중간계’는 KT가 ‘범죄도시’ ‘카지노’ 등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과 함께 국내 최초 AI를 활용해 만든 첫 장편 액션 판타지 영화다. 배우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임형준 등이 출연한다.
이 영화는 광화문광장 등 서울 랜드마크가 통째로 내려앉는 등 대규모 재난‧액션 시퀀스가 AI 기술로 구현됐다. AI 활용 덕분에 컴퓨터그래픽(CG)으로는 예산·시간상 실현하기 어려웠던 재난 액션 장면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김영섭 대표의 ‘AI 드라이브’를 단기적 혁신 전략으로만 보지 않는다. 국감을 앞두고 흔들리는 리더십을 만회하려는 마지막 돌파구에 가깝다는 평가다.
김영섭 대표는 해킹 사태와 사장 교체론이 맞물린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AI 협업과 신기술 실적에 기대를 걸며 위기 여론 전환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S·팔란티어 등 글로벌 핵심 기업과의 협력, 독자 AI 모델 및 AI 기반 영상 콘텐츠 제작까지 이르는 AI 분야 광폭 행보가 KT의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AI 컴퍼니’를 향한 김영섭 대표의 의지가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