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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10조 美 자주포' 수주할까...발표 임박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24 15:34

진지 이탈 시간 걸리는 견인포 대신 기동성 높은 자주포 전환
현지 생산 역량 중요…한화디펜스USA, 관련 시설 구축
경쟁사 대비 기술력 및 가격 경쟁력 ‘자신감’ 드러내
한화그룹 조선·방산 확장 전략 지상무기 분야 통할지 시험대 올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조 원 규모 미국 육군 자주포 현대화사업(MTC·Mobile Tactical Cannon)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서는 첫 미국 지상무기 시장 진출 사례가 된다.

공식 참가업체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외 국방 전문매체들은 독일 라인메탈(RCH 155), 이스라엘 엘빗아메리카(시그마), KNDS-레오나르도DRS 컨소시엄과 함께 한화(궤도형 K9A2·휠형 K9MH)를 유력 경쟁 기업으로 꼽고 있다.

기동성 높은 차륜형 자주포 전환 흐름

MTC는 미 육군이 현재 운용 중인 M777 155㎜ 견인포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하는 포병 현대화 사업이다. 견인포는 자체 동력이 없어 발사 후 진지를 이탈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런 장비가 레이더와 드론에 쉽게 노출·타격되는 사례가 늘면서 미군이 기동성 높은 차륜형 자주포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미 육군이 자체 개발 중이던 사거리연장 자주포(XM1299) 사업이 포신 마모 등 기술적 한계로 사실상 중단된 것도 이번 사업이 커진 배경으로 꼽힌다. 도입 규모는 약 500문 안팎, 총 사업비는 약 10조 원으로 추산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궤도형 K9 자주포를 기반으로 한 차륜형 모델 'K9MH'를 제시했다. 이는 K9A2 자동화 포탑을 8×8 차륜형 섀시에 얹은 형태다. 155㎜ 52구경장 CN98 주포를 탑재해 나토(NATO) 표준 곡사포 규격(JBMoU)을 준수하며, 로켓보조탄 사용 시 사거리 60㎞ 이상, 분당 8~9발의 발사속도를 낼 수 있다. K9 계열은 전 세계에 2000문 넘게 배치돼 폴란드·노르웨이·핀란드 등 나토 회원국에서 실전 운용 실적을 쌓아온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MH 주요 제원. /자료=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MH 주요 제원. /자료=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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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평가 요소 ‘현지 생산 역량’

수주전의 핵심 변수는 '현지 생산 역량'이다. 미 육군이 자국 탄약과의 호환성, 기술자료 권리 확보, 공급망 구축 능력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삼고 있어서다. 미국 정부가 국방 조달에서 자국산 우선 조달 기조를 강화해온 만큼, 단순 완제품 수출이 아니라 미국 내 생산·공급망 자체를 이식하는 전략이 승부처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법인 한화디펜스USA는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 유휴 공장을 3년간 임대해 K9MH 통합·시험시설로 구축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미 육군으로부터 아칸소주 제퍼슨 카운티 소재 파인블러프 조병창 부지 사용권(예비 임대계약)을 받아 약 13억 달러(약 1조 9700억 원) 규모 탄약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계약은 세부 협상과 실사를 앞둔 예비 단계에 있다.
마이클 콜터 한화디펜스USA 대표는 당시 성명에서 "조선·탄약·전투차량을 막론하고 미국 산업기반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 사업모델의 일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 육군 전투역량개발사령부(DEVCOM) 산하 무장센터와 연구협약을 맺고 미국이 설계한 58구경장 포신을 K9 계열 차체에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 이번 사업을 넘어선 장기 기술 파트너십으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부품업체 유니온테크놀로지스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155㎜ 포탄 생태계 전반의 금속부품 생산 협력을 시작한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자주포뿐 아니라 탄약까지 아우르는 통합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화디펜스USA, ‘불공정한 싸움’ 표현으로 자신감 드러내

한화디펜스USA 측은 이번 제안을 "unfair fight(불공정한 싸움)"이라 표현했다. 실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라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질 정도라는 자신감을 담은 표현이다.

마이크 스미스 한화디펜스USA 최고운영책임자는 "전장에서 태어난 한화는 장거리 정밀화력 임무를 플랫폼 차원을 넘어 생산, 포탄, 장약, 사격통제, 지휘통제 통합까지 아우르는 시스템 관점에서 본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호주·폴란드·이집트·루마니아에서 쌓은 현지화 생산 경험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라인메탈은 빠르게 이동해 쏘고 즉시 이탈하는 이른바 '슛 앤드 스쿠트' 능력을 앞세운 차륜형 자주포 'RCH 155'를 내세우고 있다. 또 다른 경쟁사 제너럴다이내믹스는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변수로 꼽힌다.

앞서 한화가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에서 라인메탈에 밀린 바 있어, 유럽에서 못다 이룬 승부를 미국 시장에서 다시 겨루는 구도로도 읽힌다.

K9 계열 차륜형 자주포 K9MH.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계열 차륜형 자주포 K9MH.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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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 확장 전략 지상무기 분야에도 통할까

한화그룹이 최근 미국 조선·방산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업 결과는 확장 전략이 지상무기 분야에서도 통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달 중 최대 12대 규모 프로토타입 제작·시험평가 업체가 선정되고, 선정된 프로토타입은 오는 9월까지 인도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후 2027년 실병 테스트를 거쳐 2027년 4분기에 최종 양산 사업자가 확정되는 구조다.

이번 달 결정되는 것은 최종 수주가 아니라 시제품 개발 업체다. 다만 이 단계 진입 자체가 미국 지상무기 시장 진입 첫 관문이라는 의미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동안 캐나다 잠수함 사업, 루마니아 IFV 사업 등 유럽·북미 대형 프로젝트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셔온 터라, 이번 결과가 미국 시장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행보는 한화그룹이 최근 몇 년간 미국 조선·방산 시장에서 벌여온 현지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한화는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미 해군 하도급 계약을 수주했고, 노스롭그루먼과 로켓 추진체 공동개발 협약을 맺는 등 육상·해상을 아우르는 미국 내 공급망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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