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가입 연령 상향 논의가 단지 재정 논리에 갇혀서도 안 된다. 연금을 단기적 ‘지출 구조’가 아닌, 국민의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소득보장 시스템으로 접근 할 때다. 사진=국민연금공단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의 의무가입연령은 만 59세까지다. 하지만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2033년까지 점차 만 65세까지로 늦춰진다. 이 사이 기간 동안, 국민연금은 더 이상 적립되지 않는다.
문제는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이 기간에도 멈추지 않는다는데 있다. 매달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60대들은 보험료를 더 내고 싶어도 ‘임의계속가입’이란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큰 선택지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 같은 제도는 국민연금의 설계가 ‘정년=은퇴’란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이 바뀌었다. 평균 수명은 길어지며 정년 이후에도 일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고 있다. 한국의 고령층 경제활동 참여율은 OECD에서도 상위권이다. 그럼에도 연금 설계는 여전히 이들을 ‘퇴장한 인구’로 보고 있다.
'연금 사각지대'가 아닌 '생애 전 주기 소득보장'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가입 연령 상향 논의가 단지 재정 논리에 갇혀서도 안 된다. 연금을 단기적 ‘지출 구조’가 아닌, 국민의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소득보장 시스템으로 접근 할 때다.
고령자의 추가 가입은 분명히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 실제, 국민연금연구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가입 연령을 64세로 늘리면 기금 소진 시점이 오히려 1년 앞당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 수지 균형만 본 결과다. 사회 전체의 노후 빈곤 예방 비용, 기초연금과 복지 예산 지출 감소 효과, 고령자의 소비 유발 효과 등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해법은 쉽지 않아…‘정년 연장-보험료 지원-점진적 조정’ 3박자 갖춰야
국민연금이 직면한 문제를 푸는데 하나의 해법으로 풀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가입연령을 수급연령에 맞춰 단순히 늘리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노동시장 구조와 재정 안정을 함께 고려한 정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우선, 정년 연장과 연동된 가입 연령 상향이 필요하다. 법적 정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서 연금 가입 기간도 자연스럽게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지역가입자, 비정규직 등에게는 국가가 일정 부분 보험료를 지원해 가입 유인을 높이는 방식도 요구된다.
점진적 제도 개편과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특히, 제도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선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닌, 연도별 상향과 충분한 홍보·설명 과정이 필수다.
국민연금, '단절의 제도'에서 '연결의 제도'로
60대는 더 이상 ‘연금이 끝난 세대’가 아니다. 이들은 일하고 있고, 세금을 내고 있으며, 가족을 부양한다.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이들을 배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진정한 사회보험으로서 기능하려면, 이제는 단절을 연결로 바꾸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하는 60대가 연금 사각지대가 아닌, 새로운 국민연금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때, 한국형 연금제도는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기금 소진 연도가 아니라, 국민 삶의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