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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IT 세상에서 입은 하나 귀는 두 개인 이유

편집국

기사입력 : 2019-11-08 20:19

[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IT 세상에서 입은 하나 귀는 두 개인 이유이미지 확대보기
사람의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가 있다. 이미 다 아는 얘기다. 가급적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말은 많을수록 실수가 잦아지고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반면 남의 이야기는 많이 들을수록 지혜가 깊어지고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성공한 사람들은 묵묵히 경청하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만 골라 듣는 SNS 시대의 경청

SNS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남의 얘기를 언제 어디에서든 24시간 듣게 됐다. 귀가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렇다면 이런 소셜미디어를 활용함으로써 우리의 지혜가 깊어지고 사고의 폭이 넓어졌으며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을까. 결론은 아니다.

SNS를 통해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사고가 편협해지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되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얘기만 골라 듣게 되니 ‘경청’을 통해 오히려 기존의 나의 입장이 더 강화되는 건 당연하다.

대개의 SNS는 인맥 즉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를 확장하는 구조다. ‘친구’나 ‘팔로워’의 수가 많아서 네트워크 규모가 클수록 더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SNS 계정이 된다.

내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내 의견을 주입시키기 쉽고 의견이 전파되기 수월하다. TV와 신문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 대중 앞에 나서는 것보다 훨씬 신속하고 친밀하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정치인, 연예인, 마케팅 전문가 등 유명인들에게는 이제 자신의 얘기를 경청해줄 SNS 친구들이 소중한 자산이다. 이른바, SNS 파워는 오피니언 리더십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다.

우리의 일상을 보면 꽤 자주 많은 시간 동안 SNS를 통해 말을 하고 듣는다. SNS는 이제 엄연한 사회적 소통 도구다. 얼굴을 맞대는 면대면 소통보다 규모나 속도 면에서 훨씬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이와 더불어, 남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생겼다. 지금의 SNS 이용 세태를 콕 집어 설명하는 이론이 있다. ‘인지부조화 이론’이다.

이는 자신이 옳다고 믿어왔던 태도나 개념에 반하는 정보는 회피하고 부합하는 정보만을 접함으로써 기존에 갖고 있던 신념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는 현상을 설명한다. SNS에서의 경청하는 태도는 인지부조화 이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쉬운 예로, 나와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사람의 SNS는 잘 보지 않는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은 덮어놓고 비판하고 싶고 그의 반론에는 아예 귀를 닫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나랑 생각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그의 SNS는 애당초 접하지 않아야 속이 편하다.

그러나 나와 같은 선호를 갖고 있는 사람과는 SNS에서도 연결되어 듣기 좋은 말을 하고 듣고 싶은 말을 듣는 경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나의 ‘옳음’을 확인하고 만족과 안도감을 느낀다. 이런 태도는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다.

민간 영역뿐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도 SNS를 통한 편파적 경청은 사회를 분열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 받는다.

[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IT 세상에서 입은 하나 귀는 두 개인 이유이미지 확대보기
많이 듣는 것보다 골고루 듣는 경청이 필요한 때

하지만 이러한 비뚤어진 경청의 태도는 달라져야 한다. IT가 발달하며 인간의 소통 방식이 진화했다. 이에 발맞춰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성숙돼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혁명 시대를 최소한의 부작용만으로 안정화 시키려면 말이다. 그리고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변화에 대한 적응과정을 이끌어야 하는 사명감을 새겨야 한다.

기업의 리더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의 리더 역시 이제 SNS를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러니 올바른 SNS 사용은 그들이 꼭 의식해야 할 책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도 모르게 치우쳐버린 시민들의 왜곡된 경청행위를 교묘하게 이용하려 사심을 품었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정치인과 사회 리더들이 이를 통로 삼아 지지층을 결집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무거운 책임을 져버리는 행위다.

IT 문명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황에서 사람들의 올바른 SNS 이용은 제대로 듣는 태도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미디어의 종류가 많아지고 일반인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로 내던질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들어야 할 말이 무한 팽창하고 있다. 그러니 사회가 혼란할수록 말이 더 많아지고, 편중된 경청을 하게 될 여지가 많아졌다.

국내외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지금, SNS 공간은 점점 치우친 목소리로 채워지는 양상이다. 차라리 안 듣느니만 못한 외골수 주장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치우친 말이 여기저기서 생산되기에 귀를 닫아버리고 싶을 지경이다.

다시, 귀와 입의 의미를 되돌아보도록 한다. 귀가 두 개인 건 양쪽의 얘기, 상반된 진영 논리를 다 들어보라는 의미다.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지만 균형 있게 골고루 듣는 경청이 필요하다. 우리가 두 귀로 듣고 치우침 없이 한 입으로 조심해서 말할 때 소통의 의미가 바로 선다.

[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IT 세상에서 입은 하나 귀는 두 개인 이유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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