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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 전성시대(1) “저의 직업은 N잡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4-06 13:03

평생직장 사라지고 주 52시간제로 부업 갖는 직장인 늘어
생계 아닌 자아실현 위해 여러 직업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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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민정 기자] 한 직장에서만 일하는 전통적인 일자리 개념이 바뀌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능력을 길러 온 구직자들은 여러 직장에서 동시에 일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

이런 추세 속에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하는 경우를 일컬어 새롭게 등장한 용어가 바로 ‘N잡러’다. 아직은 다소 낯선 용어지만 취업시장에서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평생직장은 없다”… 투잡·쓰리잡·포잡의 시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권가음(가명·48) 씨는 디자인 일을 병행하는 ‘N잡러’다. 명함이나 로고, 포스터 리플렛 등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면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을 내 부업을 한다.

권 씨는 부업으로 생기는 여분의 수익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일부러 더 일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기회가 주어지고 능력이 된다면 주변에서 누구나 N잡을 하려고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017년 2월 발표한 ‘부업을 하는 사람들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중 부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2016년 기준 40만 6,000명에 달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직장인들을 고려하면 실제 부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회만 된다면 부업에 뛰어들겠다’고 자처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2017년 6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9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77%가량이 ‘부업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사실 이전에도 ‘투잡’을 가진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N잡러는 투잡족과 비슷한 듯 다르다. 기존 투잡족은 본업만으로는 부족한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대리운전, 편의점 창업 등 자신의 흥미와 관계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본업과 부업의 경계가 뚜렷하니 시너지를 일으키기도 힘들다.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N잡러는 경제적 소득 외에도 본업에서는 충족할 수 없는 개인의 자아실현을 중시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퇴근 후 1인 크리에이터 활동을 위해 수십만원을 들여 유튜브용 방송 장비를 장만하거나, 취미로 시작한 활동이 전문성을 띠게 되는 식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진 N잡러라는 새로운 부류가 등장했다”며 “N잡러는 생존형 업무를 병행하는 투잡족과 달리 본업에서 채워지지 않는 자아실현을 위해 관심 있는 분야에 도전하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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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젊은 층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이런 N잡러들은 20~30대 젊은 층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직활동에 나선 세대다. 두 번의 경제위기를 거치며 ‘철밥통’이라 여겨지던 정규직도 대거 구조조정되고 근로자 셋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인 현실을 마주하며 ‘평생직장’에 대한 기대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재능 있는 개인이 주목받을 수 있는 각종 온라인 플랫폼 활용에 능숙한 것도 젊은 N잡러가 많은 이유 중 하나다.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와 유튜브, 팟캐스트 등 1인 방송 매체, 그리고 각종 재능을 사고파는 재능거래 오픈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N잡러들은 위계질서가 강한 국내 기업들의 조직문화가 ‘N잡’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낮에는 대기업에 다니고 밤에는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30대 초반의 한 유튜버는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회사에서는 내가 의사결정은커녕 마음껏 끼를 분출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직장 밖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유튜브 방송 녹화·편집을 새벽 2시까지 하고 잠깐 눈을 붙인 뒤 출근하는 날이 많다. 몸은 힘들지만 비로소 내 삶의 주인공이 된 느낌에 행복감을 느낀다”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N잡러가 앞으로도 새로운 직업 형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시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됐다고 보고 있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 인재 플랫폼이 직업 세계를 변화시킨다’ 보고서에서 “향후 직업 기회는 더욱 다양하고 유연하고 넓어질 수 있다. 즉,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기업과 일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길 것이다.

점점 좁아지는 취업문을 뚫는 대신 창업가, 창작자 등 새로운 형태의 자기고용을 시도할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 또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우 새로운 직업 형태를 택해 일하는 방식, 시간·장소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파트타임이나 프로젝트 형태로 여러 기업들과 동시에 일을 하는 프리랜서나 멀티잡(multi-job) 직업인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려함 뒤 고용불안·양극화 우려도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충도 적잖다. 무엇보다 여러 업무를 함께하는 데 따른 물리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 효율적인 시간 안배나 이를 조율하는 데 곤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시장이 요구하는 역량) 간의 줄다리기도 숙제다. 실제로 글쓰기나 강연을 부업으로 삼으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준비 과정에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돈벌이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고용 불안정이 극대화되며 저소득층 증가 등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도 대두된다. 나준호 연구위원은 위 보고서에서 “기존 정규직 일자리가 기간제, 프로젝트, 파트타임 등 다양한 비전통적 일자리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안정적 고용과 괜찮은 수입’을 보장했던 좋은 일자리들이 많이 사라질 수도 있다.

또한 강점 있는 특정 업무만 계속하다 보면 다른 업무 경험, 역량이 쌓이지 않아 기량 감소(de-skilling)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고, 여러 기업들을 넘나들며 일하다 보면 직업생활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 중 일부는 기업 고용은 유연하게 하되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개인 직업생활의 안정성을 확충해주는 유연안정화(flexicurity)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회 전체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질 우려도 있다. 소수의 특화 인재들은 전 세계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여러 기업들과 동시에 일하며 전보다 많은 수입을 거두겠지만, 다수의 구직자들은 거대한 인력 클라우드 내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해 오히려 수입이 감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업인들은 자기 정체성을 피고용자가 아니라 1인 기업으로서 재확립하고 기량과 경험을 끊임없이 쌓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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