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기사 모아보기 우리은행장의 취임 전후로 가장 뚜렷하게 달라진 숫자는 ‘자본’이다.취임 직전인 2024년 말 13.1%였던 우리은행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올해 6월 말 15.3%까지 2.2%p 상승했다. 지난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SOHO) 등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여신을 줄이고 우량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자산 성장을 재개하면서도 자본비율을 끌어올렸다.
반면 이익과 건전성은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 못했다.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37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9% 줄었다. NPL비율은 0.39%로 상승하고 NPL커버리지비율은 132.9%까지 낮아졌다.
자본 체력을 높이고 포용금융과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한 점은 분명한 성과지만, 확보한 자본여력을 다시 이익으로 전환하고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금융 성장과 건전성 관리까지 동시에 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또 하나의 변수는 역대 우리은행장 중 연임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출범 이후 은행장직에서 공식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이순우닫기
이순우기사 모아보기·이광구·권광석 전 행장 정도에 그친다. 금융당국이 이사회 독립성과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소다.다만 임종룡닫기
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 회장이 2기 체제에서 자회사 CEO 대부분을 유임하며 안정과 연속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연임 신호로 해석된다.CET1 2.2%↑·순익 11.9%↓ ‘희비ʼ
정 행장 취임 첫해였던 2025년 우리은행 경영전략의 무게중심은 외형 확대보다 자본 체력 확보에 가까웠다.지난해 우리은행은 대기업대출을 5.5% 늘리는 동안 중소기업대출은 6.2%, SOHO대출은 12.5% 줄였다. 이에 따라 RWA가 2.9% 감소했고 CET1비율은 14%를 넘어섰다. 당시 우리금융도 그룹 차원에서 CET1비율 제고와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올해는 다시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2025년 말과 올해 6월 말만 비교해도 우리은행 자기자본은 31조2910억원에서 33조9450억원으로 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RWA는 186조1430억원에서 190조7200억원으로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본 증가 속도가 위험자산 증가 속도를 웃돌면서 CET1비율은 14.1%에서 15.3%로 1.2%p 상승했다. BIS총자본비율도 16.8%에서 17.8%로 높아졌다.
반대로 수익성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 순이익은 1조37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했다. 비이자이익이 6600억원에서 3930억원으로 40.5% 줄었고 신용손실 관련 비용도 4950억원에서 6120억원으로 23.6% 증가했다. 판매관리비 역시 2.3% 늘었다.
다만 본업인 이자영업까지 함께 나빠진 것은 아니다.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4조1174억원으로 6.9% 증가했고 NIM도 1.51%로 전년 동기보다 0.02%p 개선됐다.
저원가성예금도 전년 동기보다 4.4% 늘어 전체 원화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7%에서 38.8%로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조달비용이 높은 정기예금은 2.9% 감소했다.
1분기에 우리소다라은행 관련 충당금과 희망퇴직 비용 등이 집중된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분기 순이익은 842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1.5% 증가했다. 그럼에도 상반기 전체 순이익 감소와 비이자이익 부진이 남아 있는 만큼, 지난해 자본 확충을 위해 감수했던 성장 둔화를 올해부터 실제 이익 증가로 되돌릴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정 행장도 지난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지금까지 다져온 고객 기반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단순 외형 확대가 아닌 ‘진성 영업’을 강조했다. 우리WON뱅킹 MAU 900만명과 높아진 자본비율을 기업금융·WM·퇴직연금 등 실제 수익원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대출 20% 늘 때 중소 1.7%↓
정 행장은 중소기업전략부장과 중소기업그룹 본부장·집행부행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기업금융 전문가다. 그룹 전체의 생산적금융 이행에서도 정 행장의 역할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그러나 올해 상반기까지 나타난 기업여신의 성장구조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온도차가 뚜렷하다.
올해 6월 말 우리은행 기업대출은 154조29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했다. 대기업대출은 31조9761억원에서 38조4138억원으로 20.1% 급증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117조8694억원에서 115조8796억원으로 1.7% 감소했고 SOHO대출은 44조7876억원에서 42조1437억원으로 5.9% 줄었다. 기업금융 공급이 늘기는 했지만 증가분이 대기업에 집중된 셈이다.
생산적금융을 단순한 기업대출 총량이 아니라 성장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첨단산업 등에 대한 자금 배분까지 포함해 평가한다면 아직 질적 전환이 완성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다만 SOHO와 중소기업대출 감소를 곧바로 기업금융 후퇴로 해석하기도 어렵다.
우리은행은 부동산·임대업에 집중됐던 자금을 첨단산업과 제조업 등으로 옮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출을 줄이며 확보한 자본여력을 올해부터 어디에 다시 배분하느냐가 정 행장의 기업금융 역량을 평가할 다음 기준이 되는 셈이다. 대기업 중심의 비교적 안전한 성장을 넘어 우량 중소·중견기업과 첨단·혁신산업으로 공급을 확장하면서도 RWA와 신용비용을 관리해야 한다.
포용금융 집행, 저신용자 금리 1.23%p↓
이처럼 중소기업·SOHO 여신의 외형은 줄었지만 개인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한 포용금융에서는 구체적인 집행 성과가 나타났다.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우리은행의 최고신용자와 600점 이하 차주 간 신규 신용대출 금리 격차는 4.19%p에서 2.81%p로 1.38%p, 32.9% 축소됐다. 600점 이하 차주의 기준금리는 같은 기간 오히려 0.67%p 상승했지만 우리은행이 가산금리를 6.51%에서 4.57%로 1.94%p 낮추면서 최종 대출금리는 8.65%에서 7.42%로 1.23%p 하락했다.
공급도 함께 늘었다. 상반기 민간중금리대출은 3125억원, 1만8421건이 취급됐다. 2분기 취급건수는 1만1122건으로 전분기보다 52.4% 증가했다. 금리를 낮추는 대신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을 더 많은 고객에게 공급한 것이다.
별도 지원책도 집행 단계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 개인신용대출 연 7% 금리상한제를 도입해 5월 말까지 약 4만6000명에게 14억원의 이자를 경감했다.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한 ‘우리WON Dream 생활비대출’도 약 3000명에게 긴급생활자금을 공급했다.
지난 3월에는 약 400억원 규모 장기연체채권의 추심을 중단하고 미수이자를 면제했으며 하반기에도 1200억원 규모를 추가로 소각할 계획이다.
AX·내부통제 개선…민원 절반으로
정 행장이 취임 당시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소비자 신뢰와 내부통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올해 우리은해의 1분기 민원은 25건, 2분기는 26건으로 상반기 합계 51건으로 나타났다.
2025년 상반기 67건, 2024년 상반기 102건과 비교하면 정 행장 취임 직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수준이다. 고객 10만명당 환산 민원도 올해 1·2분기 각각 0.10건으로 크게 줄었다.
조직과 시스템도 손봤다.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하고 정보보호·AML 기능을 준법감시인 아래 일원화했다. 내부통제 실패 시 임직원 KPI에서 최대 40%까지 감점하도록 하고 강제휴가제도와 PB ‘원스트라이크 아웃’도 도입했다.
시나리오 기반 이상징후 검사시스템(FDS)은 실제 운영성과도 확인됐다. 2025년 2월 도입 후 수십 개 사고 예방 시나리오를 통해 약 200건의 의심 거래를 찾아냈고, 탐지 즉시 전담 인력이 검사에 착수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소비자보호에 AI를 접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삼성 청년 SW·AI 아카데미 교육생 116개 팀이 참여한 경진대회를 열어 취약계층 권익보호와 불완전판매·민원·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AI 솔루션을 발굴했다.
내부 업무에서도 AX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은행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보고서를 자동 생성하는 생성형 AI 기반 ‘심층 리서치(Deep Research)’ 개발해 AX 가속화에 나섰다
정 행장은 올해 AI 활용 영역을 고객상담과 업무자동화, WM·기업고객 지원, 기업여신 전 과정, 내부통제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직원 상담을 지원하는 AI 지식상담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생성형 AI 청약상담원과 AI 기반 전세정보 진단 등의 서비스를 내놨다.
정 행장이 하반기 ‘진성 영업’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AX가 고객 기반과 업무 인프라를 확대하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AI와 디지털 투자에 따른 처리시간 단축, 비용 절감, 상품 판매 증가 등 수익화 성과를 숫자로 입증해야 한다.
자본 여력 확보…‘성장 재개’ 숙제
정 행장이 확보한 자본 여력을 공격적인 영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건전성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 한다.올해 6월 말 우리은행 NPL비율은 0.39%로 전년 동기 0.32%보다 0.07%p 상승했다. NPL 잔액은 1조3493억원으로 28.4% 증가했고 NPL커버리지비율은 179.6%에서 132.9%로 46.7%p 하락했다. 연체율도 0.40%에서 0.43%로 높아졌다.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이 0.59%에서 0.75%로, SOHO는 0.54%에서 0.60%로 상승했다.
반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0.33%에서 0.31%로 개선됐다. 기업과 개인사업자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건전성 부담이 커진 셈이다.
이는 정 행장의 남은 임기 전략을 복잡하게 만든다. 지난해에는 RWA와 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중소기업·SOHO 자산을 줄였지만 올해부터는 생산적·포용금융 확대와 수익성 회복을 위해 다시 자산을 성장시켜야 한다.
CET1 15.3%라는 완충력을 확보한 만큼 단순히 대출을 줄여 자본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계속하기도 어렵다. 결국 우량 중소·혁신기업을 선별해 자금을 공급하면서 RWA 대비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고, 동시에 연체와 NPL까지 통제하는 자산 운용 능력이 정 행장의 다음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임종룡 2기 ‘안정’ 기조 이어질까
정 행장의 연임 구도는 우리은행의 과거 인사 관행을 감안하면 단순히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의 관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우리은행 출범 이후 행장직을 이어간 사례는 이순우·이광구·권광석 전 행장 등으로 많지 않다. 이 가운데 이순우 전 행장은 우리금융 회장 취임과 함께 행장 임기가 9개월 연장된 특수 사례였고, 이광구·권광석 전 행장은 임기 만료 후 별도의 연임 절차를 거쳤다.
같은 지주 회장이 재임하더라도 은행장이 교체된 사례도 있었다. 이팔성 전 회장 연임 당시 이종휘 행장이 물러났고, 손태승닫기
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 체제에서도 권광석닫기
권광석기사 모아보기 행장이 한 차례 연임한 뒤 이원덕닫기
이원덕기사 모아보기 행장으로 교체됐다. 회장의 연임과 은행장의 연임이 자동으로 맞물려온 구조는 아니었던 셈이다.당장 현재의 인사 환경은 정 행장에게 비교적 우호적이다. 임종룡 회장은 2기 출범 이후 임기가 끝난 자회사 대표 대부분을 유임하며 전략의 연속성과 조직 안정을 중시하는 인사 기조를 보였다.
역대 우리은행장은 주로 재무·경영기획 부문이 대표적인 등용문으로 꼽혔다. 이종휘·이광구·이원덕 전 행장은 모두 재무나 경영기획, 전략 업무를 주요 경력으로 쌓았고, 손태승 전 행장은 글로벌, 권광석 전 행장은 IB와 지주 전략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체제에서는 이 흐름이 기업영업 쪽으로 이동했다. 임 회장 취임 후 첫 은행장으로 선임된 조병규 전 행장은 대기업심사와 기업그룹을 거친 기업금융 전문가였고, 정진완 행장은 중소기업전략부장과 중소기업그룹장·집행부행장을 거친 중소기업금융 전문가다. 과거 재무·기획 중심이던 행장 후보군에서 최근에는 현장 영업과 기업금융 경험이 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정 행장 거취의 또 다른 변수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다. 금융당국은 올해 지배구조 선진화 논의 과정에서 이사회 독립성 제고와 CEO 선임·경영승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 행장의 연임 역시 임 회장의 경영 연속성 구상만으로 결정되기보다 이사회가 수익성·건전성·자본관리·내부통제 등 경영성과를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역대 우리은행장에게 높았던 연임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임종룡 2기의 ‘안정’ 기조뿐 아니라, 상반기까지 확보한 자본체력을 하반기 수익성 회복으로 연결하는 성과까지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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