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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경영 분리’ 유한양행, ‘투명경영’서 싹트는 블록버스터 [제약 명가의 2막 ②]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06 00:00

유일한 박사 철학이 이끈 유한양행 100년
안티푸라민 이어 렉라자로 비상…매출 1위
MASH·희귀질환 등 ‘제2 렉라자’ 준비 순항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역사를 개척해 온 1세대 제약 명가들이 변곡점을 맞이했다. 100년 안팎의 긴 업력을 자랑하는 동화약품과 유한양행 그리고 동아제약은 ‘활명수·안티푸라민·박카스’ 등 ‘국민 상비약’을 탄생시키며 흔들림 없는 입지를 지켜왔다. 하지만 과거에 머물지 않고 든든한 캐시카우를 발판 삼아 M&A,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신사업 투자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3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유한양행 제미나이 활용.

▲ 유한양행 제미나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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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중 두 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국민 연고' 안티푸라민부터 '글로벌 혁신 신약' 렉라자에 이르기까지,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철학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유한양행 100년. 이제 그 다음 100년이 진행 중이다.

투명 경영으로 다진 100년 업력

5일 업계에 따르면 1926년 설립돼 한 세기를 이어온 유한양행의 저력에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이 아닌 사회에 있다’는 유일한 박사의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유일한 박사는 투명한 회계, 정직한 제조,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원칙을 경영 기준으로 삼았다. 이 같은 창업주의 경영 철학은 수많은 기업이 무너지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경쟁 속에서 유한양행의 100년을 굳건히 지켜온 핵심 동력이 됐다.

유한양행은 1933년 자체 개발한 1호 의약품 ‘안티푸라민’을 세상에 선보였다. 이 약의 탄생 배경에는 소아과 의사였던, 유일한 박사의 부인 호미리 여사가 있다. 가벼운 타박상이나 상처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던 당시 조선 민중들의 현실을 마주한 그녀의 제안이 출발점이 됐다.

안티푸라민은 주성분 멘톨, 캄파, 살리실산메칠을 배합해 소염진통 작용과 가려움증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고, 다량의 바세린으로 보습력까지 더했다. 안티푸라민은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만병통치약처럼 집집마다 구비되는 ‘국민 연고’로 자리매김했다.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약을 통해 민중의 고통을 덜겠다는 유한양행의 뚝심이 빚어낸 성과였다.

이후에도 유한양행은 영양 결핍에 시달리던 시절 피로 해소의 대명사가 된 비타민 ‘삐콤씨’, 감기와 기침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코푸시럽’ 등을 선보이며 국민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채워나갔다.

유한양행이 한 세기 동안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투명성’과 ‘지배구조 선진화’에 있다. 1936년 국내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해 회사의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했고, 1969년에는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양도하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결단을 보여줬다.

유한양행은 안티푸라민과 같은 국민 브랜드의 굳건한 입지와 회사의 철학, 지배구조 선진화를 바탕으로 제약업계 매출 1위를 지키며 순항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2조1866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대비 5.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43억 원으로 90.2% 늘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체질 개선 중심에는 ‘렉라자’

유한양행 호실적의 주역으론 단연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가 꼽힌다. 렉라자는 지난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됐다. 계약금을 포함한 누적 마일스톤(기술료) 총액이 9억5000만 달러(1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렉라자의 국내시장 매출은 996억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올 들어서도 유한양행은 렉라자 성과를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유한양행의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50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고, 영업이익은 88억 원으로 2% 증가했다.

2024년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은 렉라자와 얀센의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최근 유럽에서 상업화되면서 3000만 달러(약 410억 원) 규모의 마일스톤 유입이 예정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렉라자의 실적 기여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렉라자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의약품(ETC)들의 성장도 눈에 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바미브’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증가했고,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아토바미브’ 역시 7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03.8%라는 성장을 이뤄냈다. 이와 더불어 도입 품목 중 B형간염 치료제 ‘베믈리디’는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169억 원,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도 131억 원으로 4.4% 매출이 늘며 외형 성장에 힘을 보탰다.

다만,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들여온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줄며 226억 원에 그쳤다.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 또한 매출이 189억 원으로 11% 감소하는 등 제네릭 경쟁 심화 등의 여파로 두 자릿수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제2 렉라자’ 향한 파이프라인 가동

유한양행은 렉라자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제2 렉라자’ 개발에 한창이다. 가장 선봉에 선 파이프라인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YH25724’다. 이 후보물질은 지난 2019년 글로벌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됐다가 2025년 권리가 반환됐다. 이에 유한양행은 독자 개발로 전환했으며,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YH25724는 섬유아세포성장인자21(FGF21)과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 바이오 신약이다.

기존 FGF21 계열 약물이 유발하던 잦은 설사나 식욕 증가 등의 부작용을 GLP-1의 보완 작용으로 상쇄할 수 있어, ‘동급 최고(Best-in-class)’ 신약으로의 등극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독자 임상을 통해 자체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한 뒤 2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MASH 치료제와 더불어 유한양행의 차세대 핵심 동력으로 꼽히는 파이프라인으로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YH35324’가 있다.

해당 후보물질는 지속형 면역글로불린 E트랩(IgE Trap) 기전으로, 임상 1상에서 기존 글로벌 표준 치료제인 오말리주맙을 뛰어넘는 억제 효능과 내약성을 입증하고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에 돌입했다.

렉라자의 임상 성공 DNA를 이식받은 항암 파이프라인 3종의 가시적 성과도 눈에 띈다. 종양 부위의 면역세포만 선택적으로 증폭시키는 HER2·4-1BB 이중항체 ‘YH32367’은 임상 1상 과정에서 난치성 담도암 환자에게 장기적인 완전관해(CR)를 이끌어냈다. 또한 글로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양성 고형암 시장을 정조준하는 이중항체 ‘YH32364’와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의 전신 부작용을 극복한 차세대 표적항암제 ‘YH42946’ 역시 순조롭게 임상 1상 단계를 밟고 있다.

희귀질환인 고셔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YH35995’는 지난 4월 FDA에 이어 지난달 23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연이어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으며 글로벌 상업화에 한걸음 가까워졌다.

YH35995는 혈액뇌장벽(BBB)을 원활하게 통과하도록 설계된 경구용 치료제로, 전임상에서 뇌 내 축적 물질(GL-1)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증명했다. 단회투여(SAD)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반복투여(MAD) 임상에 진입한 유한양행은 글로벌 규제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임상 개발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열홍 유한양행 기술개발(R&D) 총괄사장은 “글로벌 규제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대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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