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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QN유한양행, 탄탄한 재무에 가려진 아쉬운 자본효율 [5대 제약사 Z-스코어 ①]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04 00:00 최종수정 : 2026-05-15 17:02

매출 2조에 잉여금 2조…재무체력 ‘우수ʼ
넘치는 곳간에 비해 아쉬운 자본효율성
TPD·비만약 등 신사업 정조준…성과 낼까

기업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다양한 변수를 입체적으로 고려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한국금융신문은 ‘알트만 Z-스코어’를 통해 유한양행·녹십자·종근당·대웅제약·한미약품 등 5대 제약사의 재무건전성과 자본활용도를 진단한다. 각 기업이 처한 현재 상황과 그 대응, 나아가 미래 신사업으로 향하는 자금의 흐름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DQN] 유한양행, 탄탄한 재무에 가려진 아쉬운 자본효율 [5대 제약사 Z-스코어 ①]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국내 제약사 최초 매출 2조 원을 돌파한 유한양행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덩치에 비해 자본을 활용하는 효율성은 저조한 처지로, 5대 제약사 중 4위에 머무르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외형 ‘업계 1위’의 넉넉한 곳간

3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조18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0.9% 늘며 1043억 원을 기록, 외형과 수익 모두 성장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4년 업계 최초로 연매출 2조 원 시대를 열었다. 외형 성장과 더불어 재무안정성 지표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유한양행의 Z-스코어는 2025년 8.31로 5대 제약사 중에서 가장 높다.

알트만 Z-스코어는 투자자와 금융기관 등이 기업의 신용위험을 판단하거나 투자·대출 여부를 결정할 때 활용하는 지표 중 하나다. Z-스코어가 3점 이상이면 안정적, 1.8점 미만이면 부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재무안정성의 배경에는 현금 동원력과 보수적인 부채 관리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유한양행의 총자산은 3조2209억 원인 것에 비해 총부채는 8586억 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 약 36.3%로, 업계 평균이 8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5대 제약사 중에서도 가장 양호하다.

특히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와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인 유동자산의 차이를 보면 유한양행의 재무체력을 보다 명확히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유동자산은 1조5116억 원으로 유동부채 7336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기업의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인 유동비율은 206%에 달했다.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자금만으로 원활한 경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익잉여금은 2조1885억 원으로 총부채의 2배 수준이다.

외형 성장 못 따라가는 자본 효율

탄탄한 재무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유한양행이지만 자본효율성에선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한양행의 투자자본수익률(ROIC)은 3.7%로, 5대 제약사 가운데 4위에 그쳤다. ROIC는 영업자산을 기반으로 수익률을 측정하는 지표다. 다시 말해 투입한 자본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창출했는지 가늠해 보겠다는 것이다. ROIC는 세후영업이익(NOPAT)을 투하자본(IC)으로 나눠 산출한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세후영업이익은 869억 원, 투하자본은 2조3618억 원이다. ROIC가 3.7%로, 이는 100원을 투자해 3.7원을 벌어들였다는 뜻이다. 막대한 자본을 본업에 투입해 창출하는 수익성이 시중 은행에 예금을 맡겨두고 받는 이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파산 위험이 없을 정도로 곳간에 현금이 넉넉하지만, 자본이 신성장동력 발굴이나 수익성 높은 신사업에 투입되지 못하고 사내에 맴돌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1위라는 타이틀에 비해 자본효율성은 떨어지는 모습이다.

자본효율성 저하와 함께 아쉬움을 남기는 것으로는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감소가 있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R&D 비용은 전년 대비 264억 원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투자 비율 역시 기존 13%에서 11%로 내려갔다. 이는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진출과 관련이 있다. 렉라자가 글로벌 상업화 궤도에 오르면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던 글로벌 후기 임상 비용 부담이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회사 관계자는 “항암, 면역, 대사 등 3대 전략을 기반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라며 “투자처 발굴 역시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에 자본 태운다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지만, 잉여자본이 수익성 높은 곳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유한양행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포스트 렉라자’ 청사진을 제시하며 체질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그 중심에는 표적단백질분해제(TPD)가 있다. TPD는 질병의 원인 단백질 자체를 세포 내에서 분해·제거하는 플랫폼 형태의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다수의 파이프라인으로 확장이 가능하며, 기존 약물로 공략이 어려웠던 난치성 표적까지 치료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유한양행은 TPD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월 중앙연구소 내에 ‘뉴 모달리티’ 부문을 신설하고, 조학렬 전무를 부문장으로 선임했다. 이는 새로운 신약 개발에 자본과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TPD와 더불어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과 비만 치료제도 핵심축으로 자리했다. 유한양행은 AI 신약 개발 플랫폼 ‘유니버스’를 활용해 후보물질 디자인과 스크리닝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내년 1분기 완성형 시스템 공개가 목표다. 여기에 올해 임상 진입을 목표로 월 1회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 GLP-1 비만 주사제를 인벤티지랩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회사는 수익 창출 방안으로 연구·사업개발(R&BD) 전문 자회사 ‘뉴코’ 설립을 언급한 바 있다. 유한양행은 “아직 검토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관건은 유한양행이 쌓아둔 자본을 TPD와 비만 치료제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입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업계 1위에 맞는 자본 운용을 통해 못내 아쉬운 자본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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