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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독파모’ 비켜간 KT, ‘OOO’에 기대다

정채윤 기자

chaeyun@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22 00:00

경쟁사 AIDC 89% 성장할때
KT AI/IT 부문 되레 역성장
부동산이 실적 지지 ‘엇박자ʼ

▲ 박윤영 KT 대표이사

▲ 박윤영 KT 대표이사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KT 인공지능(AI) 경쟁력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 효과는 물론 정부 주도 국산 초거대 AI 연합전선인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구축 등에서 KT를 찾기 힘들어지면서부터다.

여기에 ‘부동산 유동화’로 실적 하방을 지지하는 엇박자도 보기에 불편하다. 새롭게 KT를 이끌게 된 박윤영 사장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AI 존재감 잃은 KT

글로벌 AI 패권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방한하면서 국내 정보기술(IT)·통신 업계는 ‘엔비디아 낙수효과’로 요동쳤다. 그런데 통신 3사 중 유독 KT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이번 방한 과정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그룹사 전사적 역량을 발판 삼아 엔비디아 생태계 내부 파트너십을 안착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파트너십을 핵심 고리로 삼아,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우선 공급받는 직통 노선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람다 등 GPU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GPUaaS) 기업과의 합작은 물론 자사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H100·B200 기반 인프라를 대거 확충하는 성과를 거뒀다.

LG유플러스 역시 LG그룹 차원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엔비디아와의 기술 협업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AIDC) 초고집적화 및 하드웨어 최적화 솔루션을 연계하며 수혜 전선에 전면 배치됐다.

이러한 기술 동맹에서의 격차는 정부 주도의 국책 사업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고 있는 ‘독파모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총 5개 컨소시엄 주관기관(SK텔레콤,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엔씨 AI, 업스테이지)을 선정했던 초기 단계부터 KT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초 진행된 독파모 추가 정예팀 공모 기회에서도 최종 불참을 선택하면서, 업계에서는 국가 대표급 초거대 AI 인프라 연합전선 구축 논의 출발선에서 KT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왔다.

경쟁사 AIDC 급성장

이런 공백의 결과는 KT 본업 성적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신 3사 올해 1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미래 핵심 먹거리로 꼽히는 AIDC와 기업간거래(B2B) 사업 부문에서 온도 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3923억 원, 영업이익 5376억 원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졌다. 핵심 신사업인 AIDC 부문 매출이 13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3% 급증했다. 서울 가산 등 주요 AIDC 가동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GPUaaS 매출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결과다.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 역시 AIDC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1.0% 늘어난 1144억 원을 기록하며 기업 인프라 부문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최근 경기 파주에 수도권 유일 200메가와트(MW)급 하이퍼스케일 AIDC 건설에 착수했는데, 내년 6월 준공 예정인 1동 물량을 조기 완판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반면 ‘AX 컴퍼니’를 선포한 KT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8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9% 감소했다. 통신 3사 중 가장 큰 낙폭이다. 지난해 일회성 이익에 따른 기저효과와 유선 침해사고 대응 등 일회성 비용 유출 요인이 컸다.

시장은 특히 KT의 장기 성장 동력인 B2B 부문 기초체력 약화를 염려하고 있다. KT 1분기 B2B 매출 중 AICC(인공지능 고객센터)와 클라우드 등이 포함된 핵심 ‘AI/IT 부문’ 매출은 2742억 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2807억 원) 대비 오히려 2.3% 감소했다.

전용회선 등 전통적 네트워크를 포함한 B2B 전체 매출(8724억 원) 역시 2.2% 줄었다.

이에 대해 KT 측은 대형 글로벌 인프라 구축 사업 종료와 저수익 사업 중심 구조조정 여파가 겹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쟁사들이 엔비디아 칩 공급망과 그룹사 역량을 무기로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는 사이 KT는 기술 신사업 영역에서 실질적 성장 공백이 발생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이 효자?

대형 AI 기술 전선에서 발생한 공백을 방어한 숨은 공신은 ‘부동산 자산’이었다. KT는 과거 한국통신공사 시절부터 보유하고 있던 전국 요지 유휴 전화국 부지와 노후 자산을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유동화하며 실적 하방을 지지해 왔던 게 사실이다.

KT에스테이트는 1분기 대전 서구 괴정동 인재개발원 부지를 개발한 ‘둔산 엘리프 더센트럴’ 분양 수익 공정률 확대와 국내 여행 수요 증가에 따른 서울 주요 5개 호텔 사업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72.9% 급증한 2374억 원 매출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본체 기술 사업 정체에 따른 충격을 자산성 매출로 상쇄하며 연결 기준 실적을 방어해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자산 유동화 효과를 제외한 KT 본업 성적표는 딴판이다. KT 올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31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감소했다. 성장축이어야 할 AI·IT B2B 사업 정체로 기초체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자산은 일회성 보충재에 불과하며, 협력사 긴급 지원은 공급망 방어와 장기적 생태계 측면에선 필요한 조치”라며 “당장 눈앞의 B2B 매출 역성장을 돌려세울 실적 모멘텀으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KT가 경쟁사들처럼 하드웨어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실질적 AI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화를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장기적 기업가치 디스카운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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