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 추첨서 탈락하면 낭패”
제주 영어교육도시에서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는 40대 부모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딸이 내년 미국 동부 명문대에 합격할 경우를 대비해 '그 다음'을 계획해야 해서다. 졸업 후 OPT(선택적 실무훈련) 기간이 끝나면 취업비자(H-1B)를 받아야 하는데 추첨 방식인 H-1B 당첨 확률이 낮다는 얘기를 듣고선 걱정이 앞선다.수억 원을 들여 국제학교에 다니고 미국 대학 유학후 졸업해도 비자 추첨 결과에 따라 이후 미국 생활이 꼬인다는 게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미국 대학 유학을 목표로 국내에서 자녀들을 국제학교에 보내는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이런 불안감이 적잖다. 이로 인해 단순한 '교육 이민'을 넘어 자녀의 미국 체류 자체를 제도적으로 보장받으려는 수요가 커져 미국 투자이민(EB-5)이 각광받는 모양새다.
국민이주-프린스턴리뷰 ‘시리즈 세미나’
미국투자이민 전문기업 국민이주는 이런 국제학교 학부모들의 수요를 겨냥해 글로벌 교육기관인 프린스턴리뷰와 공동으로 오는 5월 27일부터 6월9일까지 제주·송도·대구 3개 도시를 순회하는 세미나를 연다. 이 시리즈 세미나는 단순한 영주권 취득을 위한 설명회가 아니라 미국 유학에 대한 설계와 미국투자이민(EB-5) 영주권 전략을 동시에 다루는 '통합형 이민 컨설팅'이다.국내에서는 그동안 미국 투자이민 관련 세미나가 여러 기관들에서 꾸준히 열렸다. 대부분은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 수익성과 영주권 취득에 중점을 둔 세미나였다. 하지만 이번 세미나는 목표가 다르다. 제주 영어교육도시와 송도 국제학교, 대구 지역 국제학교 등에 자녀를 보내고 있거나 미국 보딩스쿨 진학을 검토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교육과 영주권을 연계한 전략을 제시한다.
세미나에는 국민이주㈜ 김지영 대표와 프린스턴리뷰 강철호 대표가 직접 투자이민과 유학 교육의 구조를 설명하고 미국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이 나서 비자와 투자구조 등을 자세히 풀어줄 예정이다.
김지영 국민이주 대표는 "국제학교 학부모들의 관심은 자녀의 대학 진학에만 머물지 않고 졸업 이후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며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세미나가 교육 설계와 영주권 전략을 함께 검토하는 실질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비자 H-1B 추첨의 벽
이 시장이 주목받는 것은 미국 이민제도의 구조 때문이다. 유학생이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더라도 체류 신분을 유지하려면 OPT(1년)→STEM OPT(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최대 2년 연장)→H-1B(취업비자) 취득을 단계적으로 밟아 나가야 한다.문제는 H-1B 단계에서 벌어진다. 매년 신청자가 쏟아지는 H-1B 비자의 일반 쿼터가 6만5000개, 석사 이상 쿼터도 2만 개로 총 8만5000개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수년간 H-1B 비자 신청자는 50만 명 안팎에 달하니 추첨에서 당첨될 확률은 20~35% 수준에 그친다. 추첨에서 탈락하면 STEM OPT 기간이 끝난 뒤에 미국을 떠나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수억 원을 투자해 교육받은 가치가 순식간에 확 떨어지는 셈이다.
STEM OPT 연장이라는 유예 제도가 있지만 IT·공학·수학·자연과학·통계학 등 이공계에 한해 이뤄지기 때문에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는 유예 기간이 더 짧은 구조적 위험에 노출된다. '비자 리스크'라는 말에는 그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국민이주는 이번 시리즈 순회 세미나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예정이다. 투자이민 EB-5 영주권을 통해 자녀가 대학 재학 중이거나 졸업을 앞두고 영주권을 확보하도록 해 취업비자 추첨 자체를 건너뛸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영주권을 확보하면 H-1B 비자 없이도 미국내에서 자유롭게 취업과 체류가 가능해진다.
첫 걸음은 ‘제주 영어교육도시’
국민이주가 첫 시리즈 세미나를 오는 27일 제주에서 시작하는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다. 제주 영어교육도시에는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LCS), 브랭섬홀아시아(BHA),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등 외국 명문학교 분교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재학 중인 학생의 상당수는 미국·영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학부모 대다수가 연간 수천만 원의 학비를 부담하는 고자산가층이다.제주 국제학교에는 다른 변수도 있다. 일부 국제학교의 '비인가' 이슈가 부상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의 미래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번 세미나에서 국민이주는 비인가 국제학교 논란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의제로 다룰 계획이다. 제주 세미나는 27일 신화월드 랜딩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두번째 세미나는 오는 6월 3일 인천 송도 오크우드프리미어에서 열리고, 마지막 세미나는 6월 9일 대구 호텔수성 수성스퀘어에서 개최된다. 각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국제학교 생태계를 겨냥해 맞춤형 순회 설명을 통해 학부모들의 고민을 해소해준다는 전략이다.
내년부터 투자이민 최소액 인상
국민이주가 시리즈 세미나에서 다루는 핵심 의제 가운데는 투자이민 최소액 인상 이슈도 있다. 현재 EB-5 프로그램의 최소 투자금은 TEA(목표고용지역) 기준 80만 달러(약 11억 원)다. 하지만 미국 이민 당국이 2027년에 투자금을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어 신청 절차를 올해 시작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EB-5 프로그램은 지난 2022년 개혁법(EB-5 Reform and Integrity Act)'에 따라 50만 달러에서 80만 달러로 인상됐다. 내년 초부터는 5년 마다 도시 소비자물가지수를 기반으로 최소 투자액이 조정된다. 현재 물가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내년에는 최소 투자액이 90만 달러(약 12억5000만 원) 정도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민이주가 2026년을 현행 투자금으로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으로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고 전하는 배경이다.
EB-5 프로젝트는 크게 도심 개발형, 공공 인프라형, 농촌(루럴) 프로젝트로 나뉘는데 이번 세미나에서는 투자금 규모별 프로젝트 비교도 이뤄질 예정이다.
'자녀 영주권'이라는 자산전략
이번 세미나는 단순한 이민수요 증가가 아니라 고액 자산가층이 자녀교육 투자와 영주권 확보를 하나의 자산 포트폴리오로 묶어서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명문대 학비와 생활비 등을 포함해 4년간 5억~8억 원이 드는 유학 비용에 80만 달러의 EB-5 투자를 얹는 게 '종합 패키지' 전략으로 부상한 것이다.EB-5 투자금은 기부금이 아닌 미국 내 사업 투자금이다.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원금과 이익 회수가 가능하다. 영주권을 '취득'하는 대가를 넘어 미국에 대한 투자와 취업기회 창출을 통한 '합법적인 미국 진출 수단'인 만큼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세미나 연사로 나서는 이문희·이유리 미국 변호사 등은 영주권 취득 이후의 세금과 자산구조 변화에 대한 법적 조언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들은 미국 영주권 취득 후 발생하는 미국 납세 의무로 인해 자산구조 재검토가 필수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포 마케팅' 넘어…체크 포인트
국내 투자이민 세미나 시장에서는 그동안 '지금 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공포 마케팅이 횡행했다. 급하게 투자이민 프로젝트에 합류했다가 부도, 사기 등이 간헐적으로 터져 시장 신뢰도를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일부 EB-5 프로젝트에 대해 사기 혐의로 제재를 내린 게 대표적이다.이번 세미나에서는 프린스턴리뷰라는 교육 분야에서 공신력을 갖춘 기관과 투자이민 전문기업인 국민이주가 공동개최해 시장 우려는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다. 투자이민 프로젝트의 원금상환 안정성과 사업구조 투명성을 전면에 내세워 설명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민 전문가들은 EB-5 투자를 검토할 때 몇 가지 핵심 항목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프로젝트 운영사의 SEC 등록 여부와 재정 건전성 △투자금 상환구조와 예상 상환시기 △영주권 승인 예상 소요기간 등이 그것이다.
국가별 비자 쿼터에 따라 한국 국적자의 대기 기간은 아직은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신청자가 늘어날 경우 변동될 수 있다. 영주권을 취득하면 미국 세법상 거주자로 분류되는 만큼 한국 내 자산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금 관련 사항을 잘 정리해야 한다.
한국에서 미국 국제학교와 영주권이 하나의 '패키지 상품'으로 묶이는 추세가 부르는 나비효과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자녀의 교육지를 선택하는 게 80만 달러짜리 이민 투자와 연결되는 구조는 교육의 계층화와 국적의 계층화를 부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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