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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 오래가는 '이 회사', R&D 전략 바꿨다 [시크한 바이오]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20 14:44 최종수정 : 2026-05-20 15:57

에이프릴바이오, 상업성 높은 ADC·AOC 집중
‘REMAP’ 앞세워 다음 달 ‘바이오 USA’ 출격

찾아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기술이 있습니다. 찾아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기업도 많습니다. ‘시크한 바이오’는 시장 한편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매력적인(Chic)’ 바이오 기업들을 ‘찾아(Seek)’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독자적인 기술력과 뚜렷한 방향성을 갖춘, ‘주목할 만한’ 바이오 기업들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 대표. ⓒ 에이프릴바이오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 대표. ⓒ 에이프릴바이오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에이프릴바이오가 자가면역질환 중심이던 연구개발(R&D) 전략을 개편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 핵심 트렌드로 부상한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접합체(AOC) 등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영역을 넓히며 기업가치 재평가를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4일 유한양행과 2022년 8월 체결했던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양사 합의 하에 조기 종료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에이프릴바이오의 융합단백질 기술에 유한양행의 항암 표적 기술을 얹는 형태로 진행됐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임상 단계로 이어지지 않고 후보물질 도출 초기 단계에 머물렀다. 임상 단계 진입이라는 가시적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하기보다는 계약 종료를 선택한 것이다.

계약금은 영업상 기밀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반환 의무도 없다. 에이프릴바이오가 계약을 종료한 배경에는 글로벌 바이오 시장 변화가 자리한다. 막대한 R&D 비용이 투입되는 바이오텍 특성상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인 기업의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900억 현금 실탄 확보…선택과 집중 택한 R&D

에이프릴바이오가 이처럼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회사의 원천 기술인 ‘SAFA’ 플랫폼이 창출한 재무체력이 바탕이 됐다. SAFA는 체내 반감기를 늘려 약효를 오래가게 유지해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회사는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5413억 원), 2024년 미국 에보뮨(6559억 원) 등 글로벌 빅파마에 총 1조2000억 원 규모의 대형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연달아 성사시켰다. 룬드벡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PB-A1’를, 에보뮨에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APB-R3’를 기술이전했다.

잇따른 대규모 마일스톤 유입 덕에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2024년 약 16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를 달성했다. 비록 지난해 다시 약 7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지만, 회사의 기초 체력은 달라졌다.

대다수 바이오텍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며 외부 자금 조달에 의지하는 것과 달리, 에이프릴바이오는 900억 원을 웃도는 현금성 자산을 쌓아뒀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에이프릴바이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약 64억 원이며 단기금융상품(765억 원)과 장기금융상품(100억 원)을 합한 총자산은 약 988억 원이다. 반면 총부채는 9억8738만 원으로 부채비율이 1.01%에 불과하다.

당장의 실적 변동이나 현금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연구개발 자본을 가장 유망한 곳에 집중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셈이다. 선택과 집중을 택한 에이프릴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다중타깃 플랫폼 ‘REMAP’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에이프릴바이오와 룬드벡 로고. ⓒ 에이프릴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와 룬드벡 로고. ⓒ 에이프릴바이오


다중타깃 플랫폼 'REMAP'…ADC·AOC로 확장

REMAP은 기존 SAFA 플랫폼의 강점인 오래가는 약효와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최대 4개의 타깃에 동시 결합할 수 있도록 고도화한 기술이다. 분자 크기가 작아 암 조직 등 병변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고, 대량생산이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 회사는 이 REMAP을 적용해 ADC 플랫폼과 AOC 후보물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DC는 특정 암세포를 표적하는 항체에 항암 약물을 묶은 항암 치료제다. 항체와 약물, 링커로 구성돼 있다. 회사에 따르면 REMAP을 ADC에 적용하면 항체의 분자량이 작아 체내 침투가 쉬워 효능이 증대되는 동시에 부작용도 줄고 반감기도 개선된다.

다른 축인 AOC는 항체에 화학 독성약물 대신 유전자를 조절하는 RNA 치료제를 결합한 기술이다. 질병을 유발하는 mRNA를 선택적으로 분해해 원인 단백질 생성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약물을 항체에 달아 특정 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원리다. REMAP을 AOC에 적용할 경우 기존 RNA 치료제의 한계로 꼽힌 전달 효율성을 높이며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오는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 ‘바이오 USA 2026’에서 REMAP 플랫폼의 효능검증 데이터를 공개한 후 글로벌 파트너링 활동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SAFA 기반 주력 파이프라인들의 성과도 순차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기존 SAFA 기반 주력 파이프라인들의 성과도 순차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에보뮨에 기술수출한 APB-R3의 임상 2a상 톱라인 결과가 지난해 2월 발표됐고, 올 2월에는 룬드벡에 기술수출한 APB-A1가 내년 하반기 임상 2상을 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외부 차입 없이도 신규 모달리티를 포함한 모든 R&D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ADC와 AOC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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