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석의 단상] 김남구의 화요일, 한투를 키운 성장의 DNA](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424162952130c1c16452b012411124362_0.gif&nmt=18)
김남구기사 모아보기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시계는 ‘면접’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30분 단위로 지원자를 마주한다. 묻고, 듣고, 판단한다. 신입과 경력을 가리지 않는다. 대형 금융그룹 수장이 하루를 온전히 ‘사람’에 투자하는 이 장면은 그의 경영철학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그 철학의 뿌리는 부친 김재철닫기
김재철기사 모아보기 동원그룹 명예회장에게 닿아 있다. “사람을 남기는 것이 가장 큰 투자.”라는 원칙이다. 원양어선 시절 몸으로 익힌 이 가치는 장학사업과 동원육영재단, KAIST AI 인재 양성으로 이어졌고, 지금도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채용 현장에서 살아 움직인다. 다만 김남구식 경영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람을 뽑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인재들이 자본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전략은 숫자로 증명됐다. 한국투자증권은 2025년 당기순이익 2조135억원, 영업이익 2조3427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 최초로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 시중은행 실적을 넘어선 수치다. 100조 원대 자산으로 500조 원대 은행과 맞서 우위를 점한 배경에는 결국 자본 회전의 속도가 있었다. 운용과 IB(투자은행), AM(자산관리) 전반에서 자본은 잠들지 않았다. 시장으로 나갔고, 성과로 돌아왔으며, 다시 미래의 성장에 베팅됐다. 그 선순환의 속도 자체가 곧 경쟁력이 됐다.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정리한 것도 같은 맥락의 전략적 선택이다. 김 회장은 일찍부터 은행과 투자금융사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다고 봤다. 자본비율 규제와 건전성 부담이 성장의 속도를 묶는다면, 차라리 그 길을 돌아가겠다는 판단이었다. 은행을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속도’라는 무기를 극대화한 역설. 한투의 성장사는 그 선택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시장은 속도에 늘 관대한 것은 아니다. 증권 중심의 사업 모델은 시장 사이클에 정면으로 노출된다. 거래대금이 늘고 변동성이 커지면 수익은 누구보다 가파르게 뛴다. 반대로 시장이 식는 순간 충격도 가장 먼저 실적으로 번진다. 호황기의 캐시카우였던 부동산 PF 브릿지론은 어느새 평가손실의 부메랑이 됐다. 해외 대체투자 역시 장부상의 숫자보다 시장의 불안을 먼저 반영한다. 크게 버는 것과 오래 버티는 것은 결국 다른 문제다. 위기의 갈림길에서 그 차이는 더 선명해진다.
정책 환경은 일단 우호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내걸고 국민성장펀드 조성, 퇴직연금의 자본시장 유입, 산업자금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자금의 물줄기가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시장의 파이가 커질수록 증권사의 영토도 넓어진다. 다만 파고가 높을수록 빠른 배는 멀리 나아가지만, 동시에 그만큼 거세게 요동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김 회장은 이미 넥스트(Next)를 위한 수를 던졌다. 보험사 인수를 통해 장기 자금의 저수지를 확보하고, 글로벌 IB 확장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포석이다. 증권이라는 엔진은 유지하되 안정성이라는 연료를 보강하겠다는 구상이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보험 자본이 곧바로 IB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글로벌 시장이 국내보다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준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사업 포트폴리오보다 더 본질적인 곳에 머문다. 위기 앞에서, 이 조직은 얼마나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가. 수익과 성장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김남구가 끝까지 붙들고 있는 단어로 향한다. ‘헝그리(Hungry·절박함)’다.
김남구 회장은 2023년 고려대학교 채용설명회에서 이 단어를 수차례 강조했다. “은행 계열 증권사가 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그게 없었기에 우리가 1등을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기댈 곳이 없었기에 스스로 벌어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다. 그 절박함이 오늘의 한투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헝그리 정신이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유효한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일이다. 시대는 바뀌었다. 성장기의 갈증과 성숙기의 갈증은 결이 다르다. 창업기의 긴장감은 조직의 엔진이 되지만, 거대 조직이 된 이후에도 그 긴장을 오직 개인의 의지에만 맡길 수는 없다. 이제 절박함은 정신이 아니라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위기를 견디는 힘은 구호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조직의 습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여전히 화요일마다 면접장에 앉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재무제표가 말해주지 않는 것.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것. 시대 변화 속에서도 한투의 DNA가 여전히 살아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려는 의지 말이다.
한투는 속도로 금융의 지형을 바꿨다. 김남구의 인재 경영과 속도 경영은 결과적으로 승리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속도로 성장한 조직은, 속도가 멈춘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다음 10년은 그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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