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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BK식 효율성’이 낳은 참담한 결과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03 00:00

자본회수에만 골몰하지 말고
기업 장기성장·사회적 책임
담보할 전향적 해법 제시해야

▲ 곽호룡 기자

▲ 곽호룡 기자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파산 위기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가느다란 숨통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이 연장된 덕분이다. 메리츠금융 계열사로부터 2000억 원 규모 긴급 운영자금(DIP)을 가까스로 확보하며 법원 절차 재개를 이끌어낸 결과다.

법정 최종 기한인 9월 4일까지 유예기간을 확보하면서 당장 급한 불은 껐으나, 이번 사태가 우리 자본시장과 산업 생태계에 던진 화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회생절차 재개로 최악의 파국은 피했으나, 홈플러스가 지난 수년간 겪어온 깊은 재무적 난항은 자본 재구조화 기법의 대표적 형태인 차입매수(LBO) 방식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신중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2015년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적용된 LBO 구조는 인수 대금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고, 해당 부채 상환 및 금융비용 부담을 피인수 기업인 홈플러스 자산과 영업 현금흐름으로 충당하도록 설계됐다. 과도한 부채 인수 부담은 출발점부터 기업의 재무적 유연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 이후 지속된 재무구조 개선 과정 역시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 측은 차입금 상환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국 주요 알짜 점포들을 잇달아 매각한 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효율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매년 막대한 임차료 부담을 고정비로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유통업계 전반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디지털 전환에 투입돼야 할 자금이 금융비용과 임차료 지급으로 소모되면서 영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 누적, 공급망 차질로 이어지는 이 악순환은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결과로 표출되었다.

사모펀드 특유의 고도화한 재무적 효율성 추구가 초래한 파급력은 단지 개별 기업 재무제표 개선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층 엄중한 시사점을 준다. 홈플러스 경영 난항은 1만 명이 넘는 직영 고용 인력뿐만 아니라 1800여 개 협력업체와 8000여 개 입점업체 종사자 등 수많은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생계와 직결돼 있다.

납품 대금 정산 지연 및 영업망 불안정은 해당 생태계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켰으며, 사모펀드에 출자된 공적 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자본의 수익 극대화 논리가 과도하게 중심에 설 경우, 기업이 지닌 사회적 책임과 고용 안정, 그리고 산업 생태계 공존이라는 가치가 유보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를 통해 재확인됐다.

금융 당국과 정치권 역시 사모펀드의 차입 활용 방식과 투자 기준에 대해 보다 면밀한 제도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자본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사모펀드의 긍정적 기능은 인정하되,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이 피인수 기업의 장기 존속성을 저해하거나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을 전가하지 않도록 적절한 관리 가이드라인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긴급 자금 조달을 통해 어렵사리 확보한 두 달 남짓 시간은 단순한 관계인집회 준비 기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투기적 자본의 운용 방식과 기업의 본질적 존속 가치 사이에서 보다 균형 잡힌 상생 모델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 자본시장 전체 과제이기도 하다.

오직 자본 회수의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춘 투자 전략이 기업 현장과 산업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뼈저리게 확인했다.

다가오는 9월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앞두고, 자본시장이 단기 재무 성과를 넘어서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담보할 수 있는 전향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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